팬데믹과 약물 정책 변화가 전 세계 약물사용장애의 확산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장기간·대규모 데이터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강지승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204개국의 약물사용장애 유병률과 질병부담을 장기 추적 분석해, 사회·정책적 변화가 약물 위기의 확산과 맞물려 있음을 규명했다고 1월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페타민, 대마, 코카인, 오피오이드 등 주요 약물을 대상으로 1990년부터 2023년까지의 글로벌 질병부담 데이터를 분석했다. 약물사용장애는 약물 의존과 중독으로 인해 일상 기능이 손상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개인 건강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의료·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공중보건 과제로 꼽힌다. 연구팀은 그동안 세계적 규모에서 장기간 비교 가능한 데이터가 부족했던 한계를 보완하고자, 글로벌 질병부담 자료를 활용해 국가 간·시기별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폈다.
분석 결과, 약물사용장애로 인한 연령표준화 장애보정생존연수(DALYs)는 1990년 인구 10만 명당 169.3명에서 2023년 212명으로 증가해, 전반적인 질병부담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으로는 대마와 오피오이드가 전체 부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으며, 특히 오피오이드는 34년 전과 비교해 유병률과 질병부담이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해 가장 치명적인 약물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비교에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고소득 국가에서 약물사용장애의 질병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의료 시스템이 발달한 국가에서도 약물 접근성, 사회적 수용성, 처방 관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담이 누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이러한 고소득 국가의 높은 부담 수준은 지속됐으며, 연구진은 팬데믹 시기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와 원격의료 확대 등 의료 이용 방식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함께 제시했다.
정책 환경과의 연관성도 분석됐다. 대마 합법화 정책을 시행한 국가들에서는 모든 유형의 약물사용장애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대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와 비교할 때, 의료용·비의료용 사용을 허용한 환경에서 공중보건 차원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강지승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약물사용장애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공중보건 위기임을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분석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오피오이드 사용장애의 급격한 증가와 고소득 국가에서의 높은 질병부담은 예방, 규제, 치료 접근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학교, 연세대학교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로 수행됐으며, 워싱턴대학교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 게이츠 재단, 하버드 의과대학 등 전 세계 600명 이상의 연구자가 참여한 국제 협력 연구의 일부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 학술지 Nature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려대학교 #약물사용장애 #공중보건 #팬데믹 #대마합법화 #글로벌연구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