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적 질의응답으로 진단 논리 재현… 2만 3,000장 이상 검증 거쳐 ‘npj Digital Medicine’ 게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곽진태 교수 연구팀이 실제 병리과 의사처럼 단계별 추론을 거쳐 위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모델 ‘AUGUST(Adaptive Unified Gastric diagnosis Using Sequential Tasks)’를 개발했다. 단순한 병변 탐지를 넘어 의료 현장에서 요구되는 복잡한 단계적 의사결정을 AI로 구현한 것이다.
디지털 병리 분야의 AI는 글자와 사진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는 다중모달 파운데이션 모델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앞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세부 진단을 이어가는 실제 의사들의 진단 추론 과정을 수행하지 못해 임상 현장 도입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위장관 병리 진단은 종양 유무와 같은 상위 진단의 결과에 따라 악성도 평가 등 하위 진단이 결정되는 엄격한 의존성을 갖는데, 기존 AI는 이러한 진단 작업들을 개별적이고 독립된 것으로 취급해 진단의 논리적 연결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AUGUST는 병리 전문의의 단계적 추론 과정을 그대로 모방하도록 설계된 순차적 질의응답 프레임워크다. 단순히 이미지만 보고 최종 정답을 내놓는 대신, 이전의 진단 소견을 조건으로 하여 다음 단계에 필요한 맞춤형 질문을 반복적으로 생성한다. 이를 통해 병리 조직 검체 전체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한 초고해상도 의료 영상인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를 문맥에 맞게 분석하고, 임상적으로 타당한 경로 안에서만 답변을 도출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진단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각 진단 단계에서 모델이 중요하게 처리하는 영역을 히트맵으로 시각화한 결과, 병리학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수집한 6,913장의 위장관 WSI와 27,069개의 질의응답 쌍을 활용해 모델을 학습시켰다. 이후 이 학습 데이터를 포함해 총 23,000장 이상의 WSI를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한 결과, AUGUST는 현재 의료 AI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비전-언어 모델과 다중 인스턴스 학습(MIL) 알고리즘을 모두 뛰어넘는 정확도와 일관성을 기록했다. 비전-언어 모델은 이미지와 텍스트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며, 다중 인스턴스 학습은 여러 개별 데이터를 하나의 묶음으로 묶어 분석해 개별 데이터에 일일이 정답을 지정하지 않아도 묶음 전체의 특성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방법이다.
곽진태 교수는 “AUGUST 모델은 단순히 최종 결과만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실제 병리 의사가 사고하는 논리적 흐름을 단계별 질의응답 형태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AI”라며 “향후 실제 진단 현장에서 병리 전문의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진단 정확도와 안정성을 높여주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헬스케어 과학 및 서비스 분야의 국제 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 IF=18)’ 온라인에 8월 10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Sequential question answering AI for hierarchical gastric pathology diagnosis’다. 연구에는 곽진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꾸옥 응우옌 캉(Quoc Nguyen Khang) 석박통합과정과 송진솔 학석사연계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현대차정몽구재단,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등 의료 및 인공지능 전문가들과의 융합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이번 연구는 실제 진단 현장의 단계적 의사결정 구조를 AI에 구현함으로써, 디지털 병리 분야 AI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한층 높인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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