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으로 다시 묻는 대학의 역할②」평생교육을 중심에 두겠다는 선택 :지역대학의 생존 전략을 넘어, 미래 고등교육의 재설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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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지난 15년간 단절 없이 이어져 왔다.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입 경로는 제도적으로 마련됐고, 평생교육 단과대학과 LiFE 사업을 통해 대학 조직 내부로 일정 부분 진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반복적으로 같은 한계에 부딪혔다. 성인학습자는 늘었지만 대학의 중심은 바뀌지 않았고, 평생교육은 확대됐지만 체제는 전환되지 않았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이 시점에서 ‘평생교육 확대’가 아닌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의 문제는 더 많은 성인학습자를 어떻게 대학으로 끌어들일 것인가가 아니다. 대학이 어떤 학습자를 기준으로 설계된 제도인가, 그리고 그 기준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훨씬 근본적인 질문에 가깝다.

2회차에서는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체제 전환’의 의미를 하나씩 풀어본다. 이것이 단순한 정책 수사가 아니라, 기존 고등교육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는 요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데 초점을 둔다.

‘확대’가 아니라 ‘전환’이 필요한 이유 –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정책의 축적이 만들어낸 결론

대학 평생교육 정책을 두고 흔히 제기되는 비판은 “성과에 비해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미래연구원의 분석은 이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보고서는 대학 평생교육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책이 충분히 축적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지난 15년간의 정책 경험은 몇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첫째, 성인학습자 수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중장년층 이상의 대학졸업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고등 수준의 재교육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둘째, 대학은 성인학습자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을 이미 일정 부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입학 전형, 학사 운영, 교육과정 설계는 완성되지 않았을 뿐, 전혀 없는 상태는 아니다. 문제는 이 두 사실이 대학 운영의 기본 전제를 흔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대학은 여전히 학령기 학생을 ‘기본값’으로 삼아 설계되어 있고, 평생교육은 그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보고서는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아무리 많은 정책이 추가되더라도 성인학습자는 중심으로 이동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제도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대학이 어떤 학습자를 중심에 두는가라는 설계 원칙의 전환이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란 무엇인가 – 성인학습자를 기준으로 대학을 다시 설계한다는 것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는 흔히 오해되는 것처럼 모든 대학을 성인교육 기관으로 바꾸자는 제안이 아니다. 이는 대학 간 기능 분화를 전제로 한 구조 재편 구상이다. 연구는 미래 고등교육 시스템에서 모든 대학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는 대학을 학령기 학생 중심 연구·교육 기관과, 성인학습자 중심 고등평생직업교육 기관 등으로 기능 분화하는 방향을 포함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대학의 경우, 학령기 학생 충원 경쟁에서 수도권 대학과 동일한 전략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 전제된다. 이들 대학이 성인학습자와 지역 산업,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고등평생직업교육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체제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인식이다. 이 전환은 단순히 야간 수업을 늘리거나 재직자 정원을 확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과정의 설계 기준, 학사 운영의 리듬, 교수 역할의 정의, 재정 배분 구조까지 모두 성인학습자를 기준으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평생교육은 더 이상 대학의 ‘추가 기능’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대학에서는 핵심 기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대학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 – 고등교육 전체를 겨냥한 구조 전환 논의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논의를 단순히 ‘지역대학 살리기’ 전략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은 비수도권 대학에 먼저 나타났고, 평생교육 전환 논의 역시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촉발됐다. 그러나 성인학습자 수요의 증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향후 고령층 인구 구성의 변화다. 2040년대 이후 고령층의 다수가 대학졸업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수요 역시 고등교육 수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는 특정 시기·특정 지역의 임시 처방이 아니라, 미래 고등교육 수요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전략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보면,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일부 대학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의 재배치 문제로 읽힌다. 어떤 대학이 어떤 기능을 담당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한가를 다시 묻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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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정, 교수 체제, 거버넌스라는 세 개의 벽

① 재정의 문제|단기사업으로는 체제를 바꿀 수 없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시하는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 구상이 반복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첫 번째 이유는 재정 구조에 있다. 지금까지의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대부분 한시적 재정지원 사업의 형태로 추진돼 왔다. 평생학습 중심대학, 평생교육 단과대학, LiFE 사업 모두 일정 기간 동안 국고를 투입해 제도 도입과 조직 실험을 가능하게 했지만, 사업 종료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운영을 전제로 설계된 경우는 드물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대학이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평생교육을 중심 기능으로 삼으려면 교육과정 개편, 교수 인력 재구성, 학사 운영 전환, 지역 산업과의 연계 구축 등 시간이 필요한 작업들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기사업 중심 재정 구조는 대학으로 하여금 연차 평가와 성과 지표 관리에 집중하게 만들고, 장기적 체제 전환보다는 ‘사업 유지’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재정의 구조적 설계 방식의 문제다. 국내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 수준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고등교육 재정은 여전히 학령기 학생 중심 체제를 전제로 배분된다. 이런 조건에서 성인학습자 중심 체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부담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② 교수 체제의 문제|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가르칠 것인가

두 번째 벽은 교수 체제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단순히 학생 구성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행위의 기준 자체를 다시 묻는 문제다. 성인학습자는 학령기 학생과 학습 목적, 경험, 시간 사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직무 경험을 전제로 한 교육, 문제 해결 중심 학습, 즉각적인 활용 가능성이 중요한 학습자다. 이는 기존의 이론 중심·연구 연계형 교육과 쉽게 접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수의 대학에서 교수 평가와 승진 체계는 여전히 연구 실적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은 교육적 난이도와 준비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연구 실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활동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평생교육은 개인 교수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로 남기 쉽고, 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기 어렵다.

산학협력중점교수, 외부 전문가 활용 등의 제도가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 보완해 왔지만, 고용 불안정과 단기 성과 중심 평가가 장기적 전문성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교수 집단 내부의 역할 분화와 평가 기준 재설계를 동반하지 않으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③ 거버넌스의 문제|누가 전환을 결정하고 책임질 것인가

세 번째 벽은 거버넌스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단일 사업이나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전체의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책 구조에서는 평생교육이 대학 최고 의사결정 구조의 중심 의제로 다뤄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평생교육 전담 부서는 존재하지만, 대학의 중장기 발전 계획과 재정 전략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 평생교육 확대는 요구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조직 개편과 자원 재배분에 대한 책임 주체는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평생교육은 대학 내부에서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 외부 정책에 대한 대응 과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화됐다. 특히 지역대학의 경우 이 문제가 더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지역 산업과의 연계, 지자체 협력, 성인학습자 수요 대응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지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는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다. 평생교육 중심 체제 전환이 대학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 단위의 협력 문제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세 가지 문제는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전환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조건이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는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정에서는 단기사업 중심 구조를 넘어, 중장기적 고등교육 재정 설계가 필요하다. 교수 체제에서는 연구 중심 단일 기준에서 벗어나, 교육·산학·지역 기여를 포함하는 다원적 평가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거버넌스에서는 평생교육을 대학 전략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한,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는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말하면, 이 조건들이 충족될 경우 평생교육은 더 이상 대학의 주변부가 아니라, 새로운 고등교육 모델의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재정의 연결, 역할의 재배치, 그리고 지역 단위 체계화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시하는 첫 번째 정책 경로는 고등교육 재정 구조의 재설계다. 특히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활용 범위를 초·중등교육에 한정하는 현재의 구조가 인구구조 변화 시대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등교육 재정의 여력이 확대되는 반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영역은 구조적 재정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역의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은 단순히 재원을 이전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생애 전 주기 교육 체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마련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특히 지역대학이 성인학습자와 중장년층, 고령층을 대상으로 고등평생직업교육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으로 기능할 경우, 해당 교육은 더 이상 ‘대학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공교육 인프라의 일부로 재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대학 평생교육을 단기사업으로 운영해 온 기존 방식과 명확히 구별된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확보될 경우, 대학은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과정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하고, 교육의 질 관리와 교수 역량 축적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보고서가 재정 문제를 ‘규모’보다 ‘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 정책 경로는 고용보험기금과 대학 평생직업교육의 연계다. 성인학습자, 특히 재직자와 전직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고등평생직업교육이 노동시장 정책과 분리돼 운영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직업능력 개발과 고용 안정이라는 목적을 가진 고용보험기금이 대학의 평생직업교육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교육 수요와 재정 지원 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대학이 평생직업교육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경우, 대학의 관련 교육과정에 고용보험기금의 직업능력개발사업비를 연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는 대학 평생교육을 노동시장 정책의 보조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대학 교육의 공공적 기능을 노동시장 전환 지원이라는 영역까지 확장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연계가 가능해질 경우, 대학은 재직자와 전직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학습자는 교육 참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대학 평생교육은 단순한 ‘학위 제공’을 넘어, 실제 직무 역량 향상과 경력 전환을 지원하는 고등 수준의 직업교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세 번째 정책 경로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의 결합이다. 향후 고등교육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RISE 체계가 대학 평생교육 전환의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RISE는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 혁신과 인재 양성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체계로, 대학을 지역 발전 전략의 핵심 주체로 위치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일부 광역지자체가 전담기관을 두고 지역 내 대학과 협력해 평생교육을 운영한 사례가 이미 있고, 이러한 모델은 지역 구성원의 생애 단계별 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교육–고용–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RISE 체계가 본격화될 경우, 대학 평생교육은 개별 대학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략의 일부로 제도화될 수 있다. 이는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가 단순히 대학 내부 개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단위의 교육·산업·고용 정책과 결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은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지자체는 이를 재정과 제도로 뒷받침하는 역할 분담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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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대학이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전체 대학에 동일한 역할을 강제하는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 간 기능 분화를 전제로, 각 대학이 자신의 조건과 지역 맥락에 맞는 역할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에 가깝다. 학령기 학생 중심의 연구·교육 기능을 유지할 대학이 있는 반면, 성인학습자와 지역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등평생직업교육에 특화될 대학도 필요하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대학의 경우, 학령기 학생 충원 경쟁에서 수도권 대학과 동일한 전략을 반복하기보다는, 평생교육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선택지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선택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대학의 조직 구조, 교수 구성, 재정 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임시 방편이 아니라, 미래 고등교육 수요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재배치라는 점에서다

유지할 것인가, 전환할 것인가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더 이상 ‘확대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논의하는 단계에 있지 않다. 이미 지난 15년간의 정책 축적을 통해 성인학습자 수요가 구조적 변화라는 점은 충분히 확인됐고, 대학 역시 이를 수용할 제도적 경험을 쌓아왔다. 문제는 이제 대학이 어떤 학습자를 중심에 두고 스스로를 설계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다. ‘평생교육 확대’가 아닌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기존 체제의 미세 조정으로는 더 이상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인학습자를 기존 학부 체제에 덧붙이는 방식은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혔고, 단기사업 중심 재정 구조와 연구 중심 교수 체제, 분절된 거버넌스는 평생교육을 대학의 핵심 기능으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이 문제는 정책의 실패라기보다, 정책이 축적되며 드러난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

체제 전환 논의는 대학에 새로운 역할을 강요하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한 선택지의 제시다. 학령기 학생 중심 체제를 유지하며 연구와 교육의 기능을 강화할 대학이 있는 반면, 성인학습자와 지역 산업을 중심으로 고등평생직업교육의 거점으로 전환할 대학도 필요하다. 모든 대학이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기능 분화와 역할 재배치가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선택은 특히 지역대학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이 먼저 나타난 지역대학은 그동안 평생교육을 생존 전략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 평생교육은 생존을 위한 임시 처방이 아니라, 대학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전략적 선택지로 전환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활용 유연화, 고용보험기금과의 연계, RISE 체계와의 결합은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정책 경로로 제시된다.

결국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대학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점진적 축소를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성인학습자와 지역 사회를 중심에 놓고 새로운 고등교육 모델로 재편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보고서는 그 선택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학의 미래는 정책이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이제 결정해야 할 주체는 대학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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