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SCO “고등교육은 미래를 만드는 공간”…대학 전환의 방향을 다시 묻다

UNESCO 고등교육 로드맵 소개 글 통해 대학의 역할·학문의 자유·AI·평생학습 과제 제시

UNESCO가 고등교육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를 다시 대학의 본질로 끌어왔다. 기술 변화와 환경 위기, 민주주의의 불안정, 사회적 불평등이 동시에 전개되는 상황에서 대학은 더 이상 과거의 지식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기관에만 머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동시에 대학이 변화와 혁신만을 앞세워 오래 축적해온 학문적 전통과 지적 탐구의 가치를 잃어서도 안 된다는 균형감도 함께 제시된다. UNESCO가 최근 소개한 글 「Higher education as a space of future making」은 FreshEd 팟캐스트에서 진행된 Noah W. Sobe UNESCO 고등교육 부문 책임자와의 대담을 바탕으로, 고등교육 전환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의 핵심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UNESCO의 보고서는 고등교육을 단순히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 제도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과 고등교육기관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능동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FreshEd 팟캐스트 전체 대담에서 Sobe는 이 보고서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하거나 대학을 ‘미래에 대비시키는’ 문서가 아니라, 고등교육에 관여하는 모든 주체가 대학을 가장 강력한 ‘미래 만들기’의 공간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로드맵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다

UNESCO가 제시하는 고등교육의 첫 번째 이미지는 ‘다리’다. 대학은 오래 축적된 학문적 전통, 지식, 지적 훈련, 비판적 탐구의 방식을 품고 있다. 동시에 대학은 새로운 세대가 그 지식을 이어받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적용하고, 전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학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독특한 제도다. 한쪽에는 수백 년간 형성되어온 학문적 유산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회적 가능성과 새로운 세대의 상상력이 있다. Sobe는 교육 전체를 세대 간 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고등교육은 이 대화가 가장 농축된 형태로 나타나는 공간이다. 대학은 과거의 지식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곳이지만, 그 전달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다. 학생과 연구자는 기존 지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문제와 접속시키며 다른 방식으로 확장한다. 따라서 대학의 본질은 보존과 전환 사이의 긴장 속에 있다. 이 관점은 오늘날 대학이 처한 위기를 바라보는 방식도 바꾼다. 대학이 과거의 권위를 잃었다거나, 기술 변화에 뒤처졌다는 식의 진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UNESCO가 던지는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대학은 무엇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가. 무엇을 멈추어야 하는가.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변화는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고등교육 전환 논의의 출발점이다.

UNESCO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표현은 ‘미래 만들기’다. 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과 다르다. 대학이 앞으로 어떤 기술이 등장할지,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 어떤 산업이 성장할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미래 변화에 대한 전망은 필요하다. 그러나 UNESCO가 강조하는 것은 대학이 단순한 대응 기관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형성하는 공공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는 흔히 ‘복합 위기’로 설명된다. 기후위기, 전쟁과 분쟁, 민주주의의 후퇴, 불평등의 심화,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확산, 인공지능의 영향 등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하나의 정답처럼 제시되는 미래가 존재하기 어렵다. 대학은 단일한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고 실험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문은 사회의 문제를 해석하는 언어가 되고, 교육은 새로운 세대가 그 문제에 개입하는 훈련이 된다. 이 지점에서 UNESCO의 고등교육 전환론은 단순한 대학 개혁 담론과 구별된다. 대학의 생존 전략이나 경쟁력 강화에 머무르지 않고, 대학이 사회 전체의 미래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것인지를 묻기 때문이다. 대학의 변화는 입학정원, 재정, 순위, 취업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지식을 필요로 하고 어떤 사람을 길러내야 하며 어떤 공공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확장된다.

변화는 계속되지만 방향이 필요하다

UNESCO는 고등교육의 전환을 일회성 개혁으로 보지 않는다. 대학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학생 구성은 달라지고 있고, 디지털 기술은 교육과 연구의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학문과 산업, 지역사회, 국제사회 사이의 경계도 흔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느냐다. Sobe는 고등교육 전환에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는 언제나 일어나지만, 모든 변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어떤 변화는 대학을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지만, 어떤 변화는 대학을 더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조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어떤 기술 도입은 학습 기회를 확장할 수 있지만, 어떤 기술 활용은 감시와 표준화를 강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은 변화의 속도에만 반응할 것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스스로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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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UNESCO의 로드맵은 각 대학에 동일한 처방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 대학이 자신의 위치, 역사, 사명, 학생 구성, 지역사회와의 관계,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스스로 우선순위를 찾도록 한다. 이 점에서 로드맵은 지시문이 아니라 질문지에 가깝다. 대학은 자신이 이미 이룬 것과 가진 자산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살펴야 한다. 동시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롭게 발명해야 하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UNESCO는 고등교육 전환의 중요한 원칙으로 형평성과 다원성을 제시한다. 고등교육의 접근 확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FreshEd 대담에서 Sobe는 2000년 약 1억 명 수준이던 고등교육 참여자가 현재 2억 6천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이는 고등교육이 더 이상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접근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학에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것과 대학 안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존중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UNESCO가 말하는 형평성은 입학 기회의 확대를 넘어, 고등교육 안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실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또한 다원성은 단순히 서로 다른 배경의 학생들이 한 공간에 있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다양한 앎의 방식과 존재 방식이 교육과 연구의 내용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다.

이 관점은 교육과정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학의 교육과정은 어떤 지식을 중심에 놓고, 어떤 지식을 주변화하는가. 어떤 언어와 방법론을 정통으로 인정하고, 어떤 경험과 지혜를 비학문적인 것으로 밀어내는가. UNESCO는 대학 교육과정이 서로 다른 문화와 지식체계가 만나는 상호문화적 대화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차이를 없애거나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생산적인 배움의 힘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순위와 경쟁의 논리는 대학의 실험성을 약화시킨다

고등교육의 미래를 논할 때 피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는 평가와 순위다. 오늘날 대학은 국내외 순위, 논문 수, 인용지수, 연구비, 취업률, 재정지표 등 다양한 수치로 평가된다. 이런 지표는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질 관리를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표가 대학의 목적을 대체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Sobe는 FreshEd 대담에서 순위와 지표 중심 구조가 대학 안에 희소성과 경쟁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순위는 대학을 서로 비교 가능한 단위로 만들고, 대학들은 제한된 인정과 자원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실험, 장기적 탐구, 지역사회와의 협력, 공공적 기여처럼 숫자로 즉시 환산하기 어려운 활동은 뒤로 밀릴 수 있다.

UNESCO의 시각은 평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질 보증은 필요하고, 대학이 자신의 교육과 연구를 성찰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다만 평가는 서열화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개선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대학이 미래 만들기의 공간이 되려면 서로를 앞지르는 경쟁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이 더 중요하다. 지역 대학 간 공동 프로그램, 공동학위, 연구 협력, 지역사회 연계는 이러한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고등교육의 미래 논의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다. AI는 이미 지식 생산, 자료 분석, 글쓰기, 번역, 교수·학습 지원, 행정 업무 등 대학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은 AI를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이분법을 넘어, AI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UNESCO는 AI에 대해 인간 중심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Sobe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human in the loop’가 아니라 ‘humanity in the loop’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AI 개발과 활용 과정에 한 명의 인간이 개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인류 공동의 안녕과 사회적 책임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표현은 대학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실험하고 형성하는 곳이기도 하다. AI가 교육을 효율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학습의 의미, 평가의 공정성, 저작권과 연구윤리, 데이터 편향, 개인정보 보호, 인간의 사고력과 창의성에 대한 질문을 불러온다. 대학은 이러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공론화해야 한다.

특히 AI가 대학 교육에 들어올수록 교수자의 역할은 더 복합적이 된다.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보다 학습의 맥락을 설계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학생이 AI의 결과물을 해석하고 검증하도록 돕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학생 역시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기술의 한계와 사회적 영향을 이해하는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UNESCO의 글은 AI 시대의 대학이 기술 적응 기관을 넘어 기술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학습 공간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학문의 자유는 대학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다

UNESCO의 고등교육 전환 논의에서 학문의 자유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이 지식을 생산하고, 가르치고, 사회와 소통하는 모든 활동의 기반이다. Sobe는 학문의 자유가 대학을 작동하게 만드는 조건일 뿐 아니라 민주사회가 건강하게 기능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학문의 자유는 흔히 교수의 연구와 표현의 자유로 이해된다. 물론 그것은 핵심 요소다. 그러나 UNESCO의 관점은 더 넓다. 학생이 검열 없는 환경에서 배울 권리, 풍부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접할 권리, 학자들이 전문단체에 참여하고 국제적으로 교류할 권리도 학문의 자유와 연결된다. 학문의 자유는 개인의 발언권만이 아니라, 지식 공동체가 자유롭게 만나고 토론하고 검증할 수 있는 조건 전체를 포함한다.

오늘날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정치적 압력과 검열은 가장 분명한 위협이다. 그러나 연구평가 방식, 연구비 배분 구조, 학술출판의 상업화, 연구보안 담론, 특정 주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학문적 탐구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어떤 질문이 연구 가능한 질문으로 인정되는지, 어떤 주제가 위험하거나 불이익을 초래하는 주제로 여겨지는지, 어떤 지식이 출판되고 유통될 수 있는지는 모두 학문의 자유와 관련된다.

이 때문에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거대한 제도적 선언에만 맡길 수 없다. Sobe는 교수들이 수행하는 학술지 편집, 동료심사, 학회 활동, 저서 평가와 같은 이른바 ‘봉사’ 활동도 학문의 자유와 연결된다고 본다. 이러한 활동은 지식이 검증되고 유통되는 공적 공간을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 구성원의 일상적 학문 활동이 곧 학문의 자유를 지탱하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학문의 자유는 제도적 원칙이자 실천의 문제다.

고등교육 전환의 또 다른 과제는 학문 간 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기후위기, 감염병, 인공지능, 인구 변화, 지역 소멸, 불평등 같은 문제는 하나의 학문분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공학, 의학, 교육학 등 다양한 지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 안팎에서는 학제 간 연구와 융합교육의 필요성이 계속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UNESCO의 논의는 학문분야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Sobe는 고등교육이 학문분야 없이 작동할 수 없다고 본다. 학문분야는 오랜 시간 축적된 방법론과 개념, 연구윤리, 검증 방식을 제공한다. 문제는 학문분야의 존재가 아니라, 학문분야들이 서로 말하지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학제 간 협력의 출발점은 각 학문이 자신의 전문성을 잃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학문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구성하고, 어떤 방법으로 증거를 만들며, 어떤 한계를 갖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을 깊게 갖되, 그 전문성을 다른 분야와 공유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점은 대학의 공공적 소통과도 연결된다. 대담에서 Will Brehm은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좁은 전문 학술지 안에만 가두지 않고, 더 넓은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Sobe 역시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가 왜 중요한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더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다. 결국 학제 간 소통과 대중적 소통은 같은 뿌리를 갖는다. 대학 지식이 폐쇄된 내부 언어에 머물지 않고, 다른 학문과 사회 속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다.

평생학습 시대, 대학의 출입문은 여러 번 열려야 한다

UNESCO의 글은 대학이 전통적 학령기 학생만을 위한 공간일 수 없다고 본다. 오랫동안 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8세에서 22세 전후의 청년이 일정 기간 머물며 학위를 취득하는 곳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인구구조, 노동시장, 기술 변화, 개인의 생애경로가 달라지면서 이 모델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Sobe는 대학을 사람들이 삶의 여러 시점에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재상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평생 배운다. 그러나 교육기관이 제공하는 배움은 일상적 학습과 다른 밀도와 구조를 갖는다. 대학은 집중된 시간과 공간, 학습공동체, 지적 자극, 검증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따라서 평생학습 시대의 대학은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학습자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유연한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학위 중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다. 전통적인 학사·석사·박사 학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양한 학습 수요를 담기 어렵다. 마이크로크리덴셜, 단기 과정, 직장 내 학습의 인정, 이전 학습경험의 인정, 부분 이수와 재진입 경로가 필요하다. 대학은 학생을 표준화된 교육과정에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출발점과 목표를 더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또한 대학은 박물관, 도서관, 초중등교육기관, 지역사회 기관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는 대학의 경계를 낮추는 일이다. 대학이 모든 지식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공간과 협력하며 생애 전반의 배움을 지원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등교육의 미래는 캠퍼스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문화기관, 학교와 직장, 온라인 학습공간이 함께 연결될 때 대학의 공공성도 확장된다.

고등교육 전환은 교육방식의 변화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UNESCO는 전통적인 ‘듣고 반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이고 문제 중심적이며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이는 교수법의 유행을 따르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 만들기의 공간으로서 대학이 어떤 학습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학생이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고 시험을 통해 재현하는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어렵다. 학생은 문제를 정의하고, 자료를 찾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실패를 통해 수정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문제기반학습과 프로젝트기반학습은 이러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특히 평생학습 시대의 학생들은 출발점이 다르다. 어떤 학생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수 있고, 어떤 학생은 직장 경험을 갖고 돌아왔을 수 있으며, 어떤 학생은 새로운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대학에 들어올 수 있다. 이들의 목표와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표준화된 교육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궤적을 더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 변화는 교수자에게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 교수자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에서 학습의 장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평가자는 정답 확인자가 아니라 사고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 확장된다. 대학 교육의 질은 강의실에서 얼마나 많은 지식이 전달되었는가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학생이 어떤 질문을 품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게 되었으며, 어떤 책임감을 갖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는지가 중요해진다.

UNESCO의 로드맵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표준 모델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계의 대학은 처한 조건이 다르다. 어떤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고, 어떤 대학은 지역사회와 밀착된 교육기관이며, 어떤 대학은 직업교육과 평생학습의 거점이고, 어떤 대학은 국가 발전 전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학생 구성, 재정 구조, 역사, 사회적 기대도 모두 다르다. 따라서 고등교육 전환은 모든 대학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과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 대학이 자신의 맥락 속에서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무엇을 계속해야 하는가. 무엇을 중단해야 하는가. 무엇을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학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공통의 원칙은 있다. 대학은 더 공정하고 포용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 학문의 자유와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 AI와 기술 변화에 대해 인간과 인류의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학문 간 소통과 사회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평생학습 시대에 맞춰 더 유연한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은 사회가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

고등교육의 질문은 대학 밖 사회의 질문이기도 하다

UNESCO의 글은 대학을 둘러싼 논의가 대학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등교육의 미래는 사회 전체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대학이 어떤 지식을 생산하고, 어떤 사람을 길러내며,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지는 사회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사회가 대학을 어떻게 대하고, 어떤 자유와 책임을 부여하며, 어떤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지도 대학의 미래를 결정한다.

한국 고등교육에도 이 논의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학령인구 감소, 지역대학 위기, 재정 압박, 첨단분야 인재양성 요구, AI 교육 확산, 대학 평가와 구조개혁, 평생교육 체제 전환 등 한국 대학이 마주한 과제 역시 단일한 해법으로 풀기 어렵다. 대학이 생존을 위해 정원과 재정을 고민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논의가 대학의 공공적 역할과 미래 형성 기능을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UNESCO의 메시지는 대학이 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있다. 대학은 단지 학생을 모집하고 학위를 수여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학은 사회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불편한 질문을 제기하며, 서로 다른 지식과 세대가 만나는 공적 공간이다. 고등교육의 전환은 대학의 형식을 바꾸는 문제이기 전에, 대학이 왜 존재하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이다.

UNESCO가 소개한 고등교육 전환 논의는 대학에 쉬운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어려운 질문을 남긴다. 대학은 어떤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가. 대학의 변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술은 어떤 가치 아래 사용되어야 하는가. 학문의 자유는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대학 안에서 실제로 존중되고 있는가. 평생학습 시대에 대학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열려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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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들은 추상적인 선언에 머물지 않는다. 각 대학의 교육과정, 연구제도, 평가방식, 학생지원, 국제협력, 지역사회 관계, AI 활용 정책 속에서 구체적으로 답해야 할 문제들이다. UNESCO의 로드맵은 대학이 이미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변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숙고와 행동을 요구한다.

고등교육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대학이 과거의 지식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머문다면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반대로 미래라는 이름으로 학문적 전통과 비판적 탐구를 가볍게 여긴다면 대학의 고유한 힘도 사라진다. UNESCO가 말하는 대학의 전환은 이 둘 사이의 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과거의 지혜와 미래의 가능성이 만나는 곳, 다양한 지식과 세대가 서로를 바꾸는 곳,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묻는 곳, 그곳이 바로 미래를 만드는 고등교육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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