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및전자공학부 심현철 교수팀, 기존 항공기 개조 없이 조종 가능한 휴머노이드 자율조종 프레임워크 제시
KAIST 연구진이 개발 중인 인간형 조종사 로봇 ‘파이봇(PIBOT)’ 기반 항공기 자율조종 프레임워크 연구가 세계적 로봇 학술 매거진에서 최우수 논문상에 선정됐다. 인간형 로봇이 기존 항공기 조종석에서 계기와 조종장치를 직접 다루고, 인공지능 기반으로 복잡한 비행 업무를 수행하는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다.
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심현철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2026년 IEEE 로보틱스 및 자동화 매거진(IEEE Robotics and Automation Magazine, IEEE RAM)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Award)에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2025년 IEEE RAM에 게재된 논문 가운데 학문적·산업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수상작으로 뽑혔다.
시상식은 2026년 6월 4일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국제로봇자동화학회(ICRA,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 기간 중 진행됐다. 첨부된 시상식 사진에는 민성재 박사과정생, 강규리 박사과정생, 심현철 교수, 김형주 박사과정생 등이 수상 현장에 함께 선 모습이 담겼다.
IEEE RAM은 세계 최대 기술 학회인 IEEE 산하 로보틱스 및 자동화 학회가 발행하는 학술 매거진이다. 로봇공학과 자동화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 산업 동향, 튜토리얼 등을 다루며,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로봇 기술을 학계와 업계에 소개하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IEEE RAM은 2025년 기준 Impact Factor 7.1을 기록했으며, IEEE 로봇 분야 간행물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수상은 엄격한 동료심사를 거쳐 게재된 논문 가운데 연구성과와 파급력이 큰 논문에 수여되는 상이다.
KAIST 연구팀의 논문은 ‘Toward Fully Autonomous Aviation: PIBOT, a Humanoid Robot Pilot for Human-Centric Aircraft Cockpits’다. 논문은 인간 중심 항공기 조종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항공기 조작을 수행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연구에는 민성재·강규리·김형주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심현철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파이봇은 Pilot과 Robot을 결합해 이름 붙인 인간형 조종사 로봇이다. 연구팀은 기존 항공기를 별도로 개조하지 않고, 인간 조종석 환경에서 항공기를 직접 운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조종사 시스템을 제안했다.
파이봇은 사람의 신체 구조와 조종 동작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조종간, 스위치, 레버, 페달 등 기존 항공기 인터페이스 장치를 물리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기존 항공기를 무인화하기 위해 항공기를 전면 개조하거나 새로운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방식과 달리, 사람이 앉는 조종석에 로봇이 착석해 실제 장치를 직접 조작하는 접근이다.
연구팀은 항공기 매뉴얼, 체크리스트, 비상 절차 등 문서화된 전문 지식을 로봇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매뉴얼에 포함된 자연어 지시를 분석해 계기 확인, 상태 분석, 조작 대상 식별, 조작 순서 결정, 조작 경로 생성 등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행동 단위로 분해하는 프레임워크를 설계했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복잡한 항공 절차와 상황별 대응 방안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다만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절차 해석에 유용하더라도 일관성 부족이나 할루시네이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로봇 행동으로 직접 연결하는 대신 검증 가능한 행동 표현, 상태 확인, 예외 처리 구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 인간형 로봇 기술은 보행, 달리기, 곡예 동작 등 운동 성능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KAIST 연구팀은 파이봇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 이동이나 물품 운반을 넘어, 전문 지식과 물리적 조작 능력을 결합해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파이봇은 항공기 조종석에서 계기 인식, 절차 수행, 조종간 조작, 음성 기반 교신 등 조종에 필요한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항공기 조종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항공기 상태를 관리하며, 비상 상황에 대응하고, 관제사와 교신해야 하는 고도 전문 작업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작업을 인간형 로봇이 인공지능 기반 의사결정과 물리적 조작을 결합해 수행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과제로 선정돼 약 57억 원 규모의 5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는 이번 수상이 국내 독자 기반의 풀뿌리 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연구 성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21년 과제 착수 이후 1단계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2024년부터는 실제 항공기 조종에 적합한 인간 유사 체격과 관절 구조를 갖춘 2단계 조종사 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 기술을 항공기뿐 아니라 지상 차량, 선박 등 다양한 이동체 조종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과 협력 연구를 추진 중이다.
심현철 교수는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제안한 조종사 로봇 기술이 국내 대형과제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성과로 인정받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인간형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사람을 돕고 복잡한 시스템을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파이봇 기술이 항공기 외에도 자동차, 선박, 중장비 등 조종석이 있는 이동체와 공장 설비, 원전, 관제제어반 등 사람이 절차에 따라 조작하는 환경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설비를 자동화하기 위해 대규모 재설계가 필요한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처럼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단계에서 파이봇은 실제 항공기를 즉시 대체 조종하는 시스템이라기보다 조종 절차 보조와 비상 상황 대처 지원 등에 활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연구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신뢰성, 비상 대응 체계, 시스템 통합 기술을 개선하고 있으며, 관계 법령이 준비되면 실제 항공기에 적용한 비행시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성과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가 보행이나 단순 조작을 넘어, 전문 지식과 절차, 물리적 조작이 결합된 고난도 직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KAIST 연구팀은 후속 플랫폼과 시스템 통합 기술을 고도화하고, 지상 차량이나 다른 형태의 이동체를 높은 신뢰성으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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