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만 골라 파괴하는 ‘선택적 항균’ 규명… 항생제 대체 소재 가능성 제시
마스크, 의류, 칫솔처럼 인체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서 ‘항균’ 기능은 필수 요소가 됐다. 하지만 기존 항균 소재는 인체 세포까지 손상시키거나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항균 소재의 작동 원리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와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공동 연구팀은 산화그래핀(Graphene Oxide)이 세균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인체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선택적 항균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널리 사용돼 온 은(Ag), 구리(Cu) 기반 나노입자나 탄소나노튜브 등은 강력한 항균 효과를 보이지만, 활성산소종(ROS)을 생성해 세포막을 무차별적으로 손상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즉 세균뿐 아니라 인체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의료·생활 소재로 활용하는 데 제약이 존재했다.이 때문에 “세균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소재”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산화그래핀의 항균 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해 그 원리를 밝혀냈다. 핵심은 세포막 구성 성분의 차이에 있다. 산화그래핀 표면의 산소 기능기가 세균 세포막에 주로 존재하는 인지질 성분인 POPG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면서 세균 막을 파괴한다는 것이다.반면, 인체 세포막을 구성하는 다른 인지질과는 이러한 결합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세포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특정 금속에만 반응하는 자석처럼, 세균만 인식해 작용하는 ‘표적형 항균 구조’로 설명된다.
이 원리를 적용한 산화그래핀 나노섬유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을 포함한 다양한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했다. 또한 돼지 감염 상처 모델 실험에서는 염증 반응 없이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항균 효과와 생체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소재의 실용성도 함께 검증했다. 산화그래핀을 적용한 섬유는 반복 세탁 이후에도 항균 기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류, 의료용 드레싱,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기술은 연구 단계에 머물지 않고 이미 상용 제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KAIST 교원창업기업이 보유한 원천특허를 기반으로 출시된 그래핀 항균 칫솔은 1,0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시장성을 입증했다. 또 해당 소재는 2024년 파리 올림픽 태권도 시범단 도복에도 적용됐으며, 향후 스포츠 의류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연구에는 KAIST 차수진 박사과정과 정주연 석박통합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항생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항균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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