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 엑스트라바디 플랫폼 구현… 차세대 CAR-T 정밀 제어 가능성 제시
KAIST 연구진이 빛이나 화학 자극이 있을 때만 항원을 인식하도록 설계한 스위치형 항체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존 CAR-T 세포치료가 암세포를 인식하면 즉시 면역반응을 일으켜 정상세포 손상 가능성을 안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기술은 원하는 순간과 위치에서만 면역세포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KAIST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빛과 화학 자극을 이용해 세포 밖 항원 인식을 제어할 수 있는 ‘엑스트라바디(Extrabody)’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면역세포가 외부 자극이 주어졌을 때만 서로 반응하고 작동하도록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항체를 두 조각으로 나눈 뒤, 빛이나 화학물질이 있을 때만 다시 결합하도록 설계한 데 있다. 일반적인 항체는 생성된 뒤 항원에 지속적으로 결합하는 구조를 갖지만, 연구팀은 항체 조각이 외부 자극에 따라 재조립되도록 만들어 항원 인식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항상 작동하는 기존 항체 시스템과 달리, 필요한 순간에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온디맨드(on-demand) 항체 플랫폼이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시스템과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각각 구축했으며, 형광 단백질뿐 아니라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EGFR과 HER2 단백질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실험에서는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항원 결합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됐고, 다양한 항체 구조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했다. 이는 엑스트라바디가 특정 표적이나 항체 형태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표적과 구조로 확장 가능한 모듈형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엑스트라바디가 항원 인식뿐 아니라 세포 간 상호작용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세포끼리 접촉하고 항원을 전달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자극이 없을 때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항원이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과정도 관찰됐다. 이는 엑스트라바디가 세포 표면에서 항원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간 물리적 접촉과 항원 전달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하는 연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이 세포 간 상호작용과 신호 전달을 인위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합성생물학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엑스트라바디를 합성수용체인 synNotch 시스템과 CAR 시스템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빛과 항원이 동시에 존재할 때만 세포 내부 신호가 활성화되는 이중 잠금장치 방식이 구현됐다. 이 방식은 유전자 발현, 사이토카인 분비, 면역세포 활성화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활용됐다. 실제 T세포 실험에서는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기존 CAR-T 치료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비의도적 면역 활성화와 부작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가 외부 자극을 이용해 세포 표적 인식을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라고 설명하며, 향후 차세대 면역치료와 세포 기반 치료 기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권유리 박사와 유다슬이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5월 7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An extracellular, optogenetic antibody platform for stimulus-gated antigen recognition and modulation of cell behavior’이며, DOI는 10.1016/j.chembiol.2026.04.006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ASTRA 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향후 엑스트라바디 기반 CAR-T 시스템을 동물 모델에 적용하고, 빛 조사를 통해 종양 조직을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세포가 외부 항원을 인식하는 단계 자체를 외부 자극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치료 적용까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빛이나 화학 자극을 활용해 면역세포의 작동 시점과 위치를 제어하는 방식은 차세대 정밀 면역치료와 프로그래머블 세포 치료 연구의 새로운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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