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단백질 구조 예측 최대 25배 빠른 바이오 AI ‘K-Fold’ 개발

과기정통부 사업 주관기관 '팀 KAIST'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 알파폴드3에 근접한 정확도, 웹 기반 플랫폼 '하이퍼랩' 통해 서비스

과기정통부 사업 주관기관 ‘팀 KAIST’가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 알파폴드3에 근접한 정확도, 웹 기반 플랫폼 ‘하이퍼랩’ 통해 서비스

연구자가 인공지능(AI)에게 “이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신약 후보를 설계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어떤 물질이 잘 결합할지 분석해 유망한 신약 후보를 설계한다. KAIST 연구진이 이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바이오 AI 모델 ‘K-Fold(케이폴드)’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KAIST(총장 배충식)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 ‘팀 KAIST’를 구성하고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 ‘K-Fold’를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팀 KAIST’는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연구를 총괄하고, 김우연 교수 그룹과 김재철AI대학원 황성주·안성수 교수 그룹 연구원들이 AI 모델 개발을, 생명과학과 오병하·김호민·이규리 교수가 단백질 데이터 구축과 검증을 담당했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HITS)는 K-Fold를 웹 기반 AI 연구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과 연계해 서비스로 구현했고, 성과 확산과 산업계 활용 촉진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가 맡는다.

K-Fold의 가장 큰 특징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과 약물의 결합을 AI로 예측한다는 점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 어떤 모양인지 파악하고, 수많은 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그 단백질에 잘 붙어 원하는 작용을 하는지 찾아야 한다. K-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약물 후보가 단백질의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결합할지까지 미리 계산해 유망한 후보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약물 후보 물질, DNA·RNA 등 여러 생체분자가 서로 만났을 때 어떤 구조를 만드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

성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3월 과제 단계평가에서 K-Fold의 분자 복합체 구조 예측 정확도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AlphaFold3)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됐고, 연구팀이 8월 자체 수행한 벤치마크(FoldBench) 성능평가에서는 일부 항목에서 기존 글로벌 모델보다 높은 성능도 확인했다.

특히 신규 약물 모달리티로 주목받는 표적단백질분해(TPD) 약물을 포함한 삼중 복합체 테스트에서는 알파폴드3 대비 월등히 높은 예측 성공률을 기록했다. 신경·정신 질환과 암 치료의 주요 표적인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와 인산화효소(Kinase)에 대한 예측 벤치마크에서도 알파폴드3보다 각각 11% 높은 표적 활성도 변화 예측, 13% 높은 세부 구조 변화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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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예측 속도도 크게 높였다.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AI는 구조를 계산하기 전에 비슷한 단백질의 서열 정보를 대량으로 찾아 비교하는 다중서열정렬(MSA)이라는 복잡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K-Fold는 이 기법 대신 다중 모달리티 서열 표현 모델과 3차원 구조 표현 모델을 적용하고, 자유 상태에서 결합 상태로의 구조적 변화를 학습하는 생성 모델링을 도입해 사전 계산 단계를 없앴다. 그 결과 기존 모델 대비 구조 예측 속도를 최대 25배 높였다.

이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약 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 예측에 필요한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줄이면서 수많은 후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빠르게 골라내 연구자가 실제 실험할 대상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핵심 모델은 7B급 메인 모델과 2B급 경량 모델로 구성되며,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오픈소스 공개될 예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K-Fold는 정부 지원만으로 개발된 코폴딩(co-folding) 모델이자 알파폴드3와 다른 독자적 방식으로 유사한 성능에 도달한 사례로, 한국은 이번 개발로 영국·미국·중국에 이어 독자적인 코폴딩 모델을 보유한 네 번째 국가가 됐다.

연구팀은 K-Fold 개발에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웹에서 대화하듯 사용할 수 있는 AI 연구 서비스로 구현했다. 히츠의 멀티에이전트 플랫폼 ‘하이퍼랩’에 K-Fold를 탑재해, 별도의 고성능 컴퓨터를 직접 구축하거나 복잡한 AI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이 단백질에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설계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결합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설계한 뒤 계산을 통해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이 암 표적 단백질에 적합한 펩타이드 후보를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이퍼랩은 이를 위해 구조 예측과 약물 설계, 유전체·단백질 등 생명과학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120여 개의 계산 도구와 160여 개의 전문 기능을 갖췄다. 또한 100여 개의 전문 데이터베이스와 대규모 지식그래프를 연결해 필요한 연구 정보를 찾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질문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구조를 예측하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설계를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를 돕는 ‘AI 공동연구자(Co-Scientist)’를 지향한다.

이번 성과는 지난 6월 23일 열린 ‘2026 한국생체분자과학연합학술대회’에서 김우연 교수가 ‘에이전틱 AI 기반 생성형 신약 설계(Generative Drug Design Powered by Agentic AI)’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팀 KAIST 컨소시엄은 K-Fold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하이퍼랩은 국내외 연구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 뒤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 현장 확산을 위한 교육도 시작됐다. 8월 27일 한국바이오협회 온라인 교육에는 85명이 참여했고, 9월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교육에는 현재 118명이 신청했다. 교육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K-Fold 활용법과 신약 설계 적용 사례를 소개한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핵심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AI’ 역량에 달려 있다”며 “K-Fold는 국내 독자 AI 기술을 바이오와 결합해 세계 수준의 기술에 도전하고, 실제 신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우연 KAIST 화학과 교수는 “K-Fold는 기존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구조를 적용해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AI를 연구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과학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AI는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며 미국·영국·중국의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연구기관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K-Fold 개발은 바이오 AI 핵심 기술을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확보해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Fold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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