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학 구조를 근본에서 묻다 — 『대학의 해체와 재구성』 출간

“혁신은 넘쳤지만 왜 대학은 바뀌지 않았는가”

생성형 AI의 확산은 대학 현장의 평가 방식과 학문적 성실성 기준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에세이 과제의 실효성 논란, 표절 기준의 혼란, 저자성에 대한 재정의 요구는 이미 현실이 됐다. 단순한 기술 대응 지침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출간된 『대학의 해체와 재구성』은 대학 위기를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책은 대학 문제를 기술의 충격이나 일시적 정책 실패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온 재정지원 사업과 성과 지표 중심 행정이 대학의 설계를 어떻게 왜곡해왔는지를 추적한다. 예산은 조건부로 배분되고, 성과는 수치로 평가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부과되는 통제 모델이 확산됐다. 그 결과 대학은 단기 지표에 대응하는 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책은 경쟁 강화 정책이 서열 구조를 더욱 고착화했다고 지적한다. 각 대학은 생존을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했지만, 집합적으로는 생태계 전체가 취약해지는 결과에 도달했다. 경쟁은 강화되었지만, 분화와 협력의 기반은 약화됐다. 이는 단순한 대학 내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AI 시대 학문적 성실성에 대한 분석도 주목된다. 저자는 AI 사용 여부를 금지·허용의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 핵심은 ‘사고의 주체성과 책임’이다. 학생이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한 결과물에 대해 설명하고 방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평가 체제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단순한 감시 강화가 아니라, 교육 설계 자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재정 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학은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어렵다. 재정 설계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 설계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학의 해체와 재구성』은 정책 담당자, 대학 본부, 교수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질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저작이다.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을 중심에 두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대학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선택이 결정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광고
대학
Social Share

More From Author

평균이라는 착각 – 대학 시스템은 왜 가장 위험한 전제를 붙들고 있는가

[특집 AI는 누구의 편인가] ① 자동화의 길, 노동확장의 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