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빨리 변하는 학생들, 그리고 뒤처지기 시작한 대학 조직
2025년 대학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 변화 중 하나는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대학 조직의 변화 속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이미 학습 과정 전반에서 AI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심지어 과제나 평가 활동에서도 AI 활용이 보편화된 상태다. HEPI–Kortext 2025년 조사에 따르면 학부생의 92퍼센트가 학업 전반에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88퍼센트는 평가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AI가 단지 새로운 학습 도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학 학습행위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의미이다. 반면 많은 대학의 교수와 직원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활용 경험 자체가 없는 상태이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교육의 질과 평가의 타당성, 그리고 대학 구성원 간의 신뢰 구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편에서는 AI 시대에 대학의 인력 전략이 왜 ‘재구조화’라는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 AI를 단순한 도구로 보던 시대를 지나, 대학의 교수·직원·행정 조직 전체가 새로운 능력과 역할을 갖추어야 하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HEPI–Kortext 조사뿐 아니라 미국의 Time for Class Survey 2024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대학의 학생들은 봄학기 기준 59퍼센트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같은 조사에서 교원 가운데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6퍼센트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것은 교원의 36퍼센트는 AI를 전혀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며, 이는 학생과 교원 간 기술적 역량의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고서 필진은 이러한 비대칭을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교육 체계의 안정성과 학습자 신뢰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문제로 해석한다.
학생들은 AI를 통해 학습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발견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학습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교원은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대체로 신중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AI 활용 교육에서 교원의 역할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평가 과정에서 부정행위 판단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든다. 결국 대학의 교육 구조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이를 운영해야 할 교원과 직원의 역량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AI 시대의 위험 인식 — 금지와 규제 중심의 대응이 오히려 불안정을 키우는 이유
학생과 교원 사이의 AI 활용 격차가 커질수록 대학은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나는 기술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규제 중심의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신뢰성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성형 AI는 이미 대부분의 학습 도구와 플랫폼에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금지를 통해 기술을 배제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 기술이 통합된 환경에서 금지 규정을 유지하면 기술 활용은 음성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학생들은 규정을 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AI 사용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교수와 학생 간의 신뢰 관계를 악화시키며, 교육과 평가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대학은 기술의 사용 여부를 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어떤 사고 능력을 강조해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개방적 대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해진다. 학생이 AI 사용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문화, 교원이 학생과 동일한 수준에서 기술을 이해하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설명할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야만 대학은 신뢰 가능한 AI 활용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대학 조직은 일반적으로 규제 준수, 질 관리, 절차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갖는다. 품질보증 체계와 각종 규정은 교육과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러한 안정성은 대학 조직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러한 안정성이 오히려 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대학이 AI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위험 감수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무분별한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나 시행착오를 조직이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학생들은 새로운 도구를 실험하며 학습하고 있는데, 교원과 직원은 제도적 부담을 느껴 실험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대학은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학생의 기대와 실제 교육이 괴리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규제 중심의 안정성 유지와 변화 중심의 위험감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학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속도를 제어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높이려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AI 활용 과정에서 일부 실수나 불완전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 문화가 확립될 때, 대학은 기술 변화와 교육의 본질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AI 시대 인력전략의 세 축 — 역량 진단, 역량 개발, AI 리더 양성
보고서는 AI 시대에 대학 인력전략이 충족해야 할 기준을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다만 이 세 축은 단순한 정책적 틀을 넘어 대학 구성원의 사고방식, 역할, 책임을 재구성하는 전환적 과제로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축 — 조직 전체의 AI 역량 수준을 진단하는 일
AI 시대 인력전략의 출발점은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수준의 AI 이해를 갖추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과정이다. 교원과 직원의 기술 이해도는 직무 특성에 따라 다르며, 학과별·부서별·개인별 편차가 매우 크다. 어떤 구성원은 AI 활용 경험이 풍부하지만, 또 다른 구성원은 기본적 개념조차 익히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이러한 편차를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인 교육이나 가이드라인만 제공하면 실제 활용 수준은 개선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은 부서별 설문조사, 기본 진단 도구, 기술 이해도 검사 등을 활용해 구성원들의 현재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진단은 기술 교육을 위한 기초 자료이자, 향후 업무 배분과 직무 재설계를 위한 핵심 기준이 된다. 대학이 AI를 학습과 연구, 행정에 통합하려면 먼저 구성원의 역량 수준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이 첫 단계는 특히 중요하다.
두 번째 축 — 교원과 직원의 AI 활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일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은 단기적 워크숍이나 한 번의 연수로 해결될 수 없다.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대학은 이에 맞춰 구성원의 역량을 주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술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교원이 누적되는 경우 교육의 질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보고서는 교원과 직원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업무시간 내에 확보하도록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AI 교육을 ‘추가적인 부담’으로 다루는 방식을 피하고, 업무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통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강의자료 개발, 평가 방식 개선, 연구 설계 검토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실제로 활용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이 제안한 디지털 역량 프레임워크에서 제시하는 여섯 단계의 역량 수준은 대학이 구성원의 성장 방향을 세부적으로 설계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초보자에서 시작해 탐색자, 통합자, 전문가, 리더, 개척자로 발전하는 단계는 AI 활용 역량이 단순 기술 습득을 넘어 전문성과 창의성을 포함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원이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단계들을 거쳐 학습자에게 의미 있는 교육과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직원 역시 행정·지원 업무에서 AI를 적절히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재교육과 기술 이해가 필요하다.
세 번째 축 — AI 시대의 교육과 혁신을 이끌 리더를 양성하는 일
AI 시대 대학의 경쟁력은 구성원의 평균 역량뿐 아니라 혁신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리더의 존재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보고서는 대학이 AI 관련 교육과 평가, 행정 운영의 변화를 이끌어 갈 ‘AI 교육 리더’와 ‘AI 전략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AI 기술의 최신 흐름을 이해하며, 교육과 연구에 기술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동료 교원과 직원에게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고, 대학 전체가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리더는 공식적 직위와 무관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대학은 이들을 조직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 AI 활용은 단순 기술 숙련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리더십은 윤리적 판단, 교육 목표의 명확성, 학생 경험 개선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리더는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육적 위험을 검토하고, 기술 사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대학 인력전략의 구조적 변화 — 기존 역할은 어떻게 재구성되는가
AI는 대학 구성원의 업무 방식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교원은 강의 준비와 자료 생성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학생의 사고력을 유지하도록 평가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직원은 반복적인 행정 절차를 자동화하고, 복잡한 규정 해석이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AI의 조언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 조직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동화 도구를 활용해 기존의 수작업 중심 업무를 축소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가 아니라 직무의 본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교원은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사고 구조의 설계자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직원은 단순 처리 업무보다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이해와 역량 개발뿐 아니라 조직 구조 자체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대학이 AI 인력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효율성 향상 때문이 아니다. 기술 변화는 대학의 평판, 경쟁력, 학생 경험, 교육 품질 등 조직의 핵심 요소를 직접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AI 활용이 보편화된 환경에서 대학이 인력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면 교수는 교육과 연구에서 최신 도구를 활용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직원은 반복 업무에 묶여 학사행정 개선에 기여하기 어렵게 된다. 학생은 대학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AI 활용 능력을 스스로 익혀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학생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사회적 신뢰와 이미지 역시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인력 전략은 AI 시대 대학의 필수적 과제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조직적 변화와 개인적 역량 강화 모두를 포함하는 장기적 관점이며, 대학이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AI의 확산은 대학이 기존의 교육·연구·행정 방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학생과 교수, 직원 사이의 기술 격차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격차는 교육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대학이 AI 시대에 생존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활용 능력을 단순한 선택적 기술이 아니라 대학 구성원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역량으로 정의해야 한다. AI 시대 대학 인력전략은 역량 진단, 역량 개발, AI 리더 양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이 과정에서 대학은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조직이 아니라 기술을 교육 목표와 연결하여 구성원 모두가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는 대학이 AI 혁신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AI 시대 대학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이며, 결국 대학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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