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수학 인재 확보 전략: 시드니대는 어떻게 다양성을 회복했나

여학생·젠더다양성 전공자 이탈을 되돌린 ‘개인화 개입 + 멘토링’ 모델, 한국 대학에도 적용 가능한가

AI 시대의 수학, 그러나 절반의 인재가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양자컴퓨팅·데이터과학으로 이어지는 기술 혁명은 고급 수학 역량을 필수 기반으로 삼는다. 산업은 더 빠른 속도로 고급 STEM 인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급의 절반은 사실상 시작 단계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여학생과 젠더다양성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더라도 대학 진학 과정에서 수학과 STEM 계열을 이탈하는 비율이 유난히 높다. 이는 단순한 진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STEM 경쟁력에서 구조적 결손이 누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업로드된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고등학교에서 최고 난이도 수학을 이수한 학생 중 약 3분의 1만이 여성 혹은 젠더다양성 집단이었다. 당시 많은 학생들은 그 성취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 시 과감히 수학을 버렸고, 이는 호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반복되는 현상이다.

한국 주요 대학의 기초·고급수학 수강 인구를 들여다보면 비슷한 현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공대·자연계열 필수과목을 제외하고 순수수학, 통계학, 물리학으로 진입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낮은 편이며, 전공 심화로 갈수록 성비 불균형이 심화된다. 이 현상은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인공지능 모델의 편향 문제나 기술 개발 단계의 남성 중심적 구조가 더욱 고착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결국 성별 다양성 부족은 개인의 진로 선택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기술 윤리와 혁신 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사회 구조가 복잡하다’는 수준에서만 설명하고 멈춘다면 해법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이탈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떤 개입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시드니대학교가 지난 5년간 진행한 개입은 STEM 분야에서 드물게 실증적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대학은 단순히 “여학생을 더 응원하자”“STEM을 홍보하자”는 추상적 접근을 넘어서, 특정 시점—특히 1학년 진입 직전—에서 발생하는 진로 이탈을 정밀하게 겨냥한 개입을 설계했다.

시드니대가 발견한 ‘이탈 지점’ : 고등학교 → 대학 입학 직전, 가장 큰 낙폭이 발생한다

시드니대 자료를 보면, 2020년 입학생 기준으로 고등학교에서 고급 수학을 이수한 여성·젠더다양성 학생 비율은 약 35%였다. 그러나 대학 입학 후 실제 ‘고급수학(advanced mathematics)’에 등록한 학생 중 여성 비율은 22%까지 떨어진다. 이 극적인 하락은 학생들이 처음 대학에 들어오는 시점이 STEM 다양성 손실의 결정적 지점임을 보여준다. 남학생과 여성·젠더다양성 학생 모두가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전공 선택을 고민하지만, 수학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특정 집단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시드니대 연구진은 이 문제를 “능력 부족” 혹은 “흥미 변화”로 설명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이미 최고 수준 성취를 보인 학생들이면서도, 대학에 들어와 스스로 능력을 의심하거나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이 시기 학생들은 전공 결정의 압박, 새 환경에 대한 불안, 주변의 기대치 등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성별 편향적 문화가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STEM 분야에서 여학생·젠더다양성 학생은 그 영향을 더 강하게 받았고, 고급수학 같은 ‘어려운 코스’에 자신을 배치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대학의 수강신청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고등학교 성취를 기반으로 자동 추천을 하거나 적절한 레벨을 안내해주는 구조가 아니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적정 수준보다 낮은 난이도’에 등록했다. 이런 잘못된 초기 배치가 장기적 진로 선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드니대는 파악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입 방식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 핵심이 바로 “개인화된 진입 개입(personalised transition intervention)”과 “멘토링 기반 커뮤니티 조성” 두 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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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 개입’이라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 :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시드니대 모델의 첫 번째 축은 놀라울 만큼 간단했다. 바로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대학은 입학 예정자의 고등학교 성적, 고급수학 이수 여부, 선택 전공 등을 분석해 그 학생이 사실상 advanced mathematics를 수강할 역량이 충분함에도 낮은 수준의 수학 과목이나 비-STEM 코스에 등록했을 경우, 개인화된 안내문을 보냈다. 여기에는 다음 정보가 포함됐다. 학생의 고등학교 성취 수준, 학생의 전공에서 요구되는 수학 난이도, advanced maths 수강이 가져다줄 장기적 이점,,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격려 메시지, 필요 시 전공 담당자와 상담할 수 있는 안내. 이 과정은 누구에게나 일괄적으로 보내는 단순 홍보 메일이 아니었다. 대학은 각 학생의 학습 이력과 등록 상황을 비교 분석해 “당신이라서 보내는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다. 연구진은 이를 “일반적 조언은 자기효능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기존 연구를 근거로 설계했다. 특히 STEM 분야에서 여성·젠더다양성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은 추상적 격려보다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안내를 필요로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개입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한 데이터 매칭과 이메일 발송만으로 학생의 전공 초기 선택을 바꾸는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점은 한국 대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백억 규모의 대형 프로그램 없이도, 데이터 기반 맞춤 개입만으로 초기 STEM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멘토링: ‘공동체’를 만난 학생은 이탈하지 않는다 : 고급수학에서 가장 큰 장벽은 ‘능력’이 아니라 ‘고립감’이었다

시드니대의 두 번째 전략은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이 아니었고, 학생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지지하는 커뮤니티 기반 멘토링이었다. 연구진이 학생 인터뷰를 통해 밝힌 핵심 통찰은 의외로 단순했는데, 고급수학을 포기하려는 이유가 수학적 능력 부족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점이었다. 이 불안은 성별 편향적 환경과 맞물리면 더욱 크게 증폭되었고, 여학생·젠더다양성 학생은 자신이 소수라는 사실을 학기 초부터 직감하며 강의실을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긴장과 비교의 공간’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런 심리적 압박은 능력이 우수함에도 전공 선택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드니대는 소규모 멘토링 그룹을 만들어 운영했으며, 한 그룹은 8~12명의 학생으로 구성되고 대학원생 또는 박사 과정 학생이 멘토로 참여했고 여기에 최소 한 명의 교수진이 함께했다. 이 구조는 학습 조언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이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선배”를 실제로 만나고 그들의 일상·고민·실패 경험을 직접 듣는 자리로 기능했다. 멘토들은 고급수학을 선택했을 때 느꼈던 두려움, 학점 압박, 주변의 기대, 진로 고민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공유했고, 학생들은 이것이 자신에게만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한 마디로, 멘토링은 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속과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 남달랐다.

시드니대 자료에서도 “튜터링 중심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동체 중심 프로그램이었다”는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수학 문제 풀이보다 더 중요한, 즉 ‘수학을 계속할 수 있는 심리적 회복력’을 얻는 과정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긍정하게 되자, 고급수학 수강 유지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멘토링 그룹은 점차 학업 외 대화, 진로 탐색, 대학 생활 적응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확장되었다.

멘토링의 실제 운영 방식 : 주 1회, 1시간… 간단한 구조가 오히려 학생을 붙잡았다

시드니대의 멘토링은 매주 1시간씩 운영되는 매우 단순한 구조였고, 멘토와 학생의 일정에 맞춰 유연하게 구성되었다. 때로는 학생 멘토와만 만나고, 때로는 교수진까지 함께 참여했으며, 특정 주제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비형식적 구성은 ‘지속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함정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이 성과를 보인 핵심 이유는 강제성이 아니라 자발성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공동체적 연결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문제도 있었다. 학기가 바빠질수록 멘토링 유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은 분명했고, 학생들은 시험·과제 때문에 모임을 건너뛰기 쉽다. 연구진은 이것을 단순히 “참여율이 낮다”로 보지 않고 “대학 구조가 공동체 경험을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게 한다”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결국 학생들이 학업 압박 속에서도 공동체 경험을 지속하도록 설계하려면, 프로그램이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소속’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런 점에서 멘토링은 개별 학생의 수학 능력 향상을 위한 부가 프로그램이 아니라, 고급수학이라는 도전을 지속하게 하는 심리적 보호막이자 관계적 인프라로 기능했다. 즉, 학교가 수학이라는 학문 공동체를 의도적으로 재구성해 학생에게 “여기는 너의 자리”라는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5년간의 변화: 22% → 30% : 실증적 변화가 보여준 가능성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래서 효과가 있었는가?”이다. 시드니대의 개입은 단순한 실험 수준을 넘어서, 고급수학 트랙에서 여성·젠더다양성 학생 비율이 5년 동안 22%에서 30%로 증가하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고급수학을 이수한 학생들의 성비(약 35%)에 점차 근접해가는 변화였고, 대학 진입 단계에서 발생하던 격차를 상당 부분 복원한 셈이었다. 더 의미 있는 점은 이 프로그램이 고비용 인프라나 복잡한 시스템 없이도 구현되었다는 사실이다. 수강신청 데이터 분석, 개인화 이메일 발송, 멘토-멘티 매칭, 주 1회 모임 운영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구조만으로 STEM 다양성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많은 대학이 STEM 분야의 성별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난제로만 바라보는 관성을 흔드는 결과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고급수학에서 다수의 여학생이 겪는 ‘자기효능감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문제의 핵심이 능력 부족이 아니라 자신감의 상실, 고립감, 정체성 불일치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에 맞춘 개입이 실제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심리적 요소가 STEM 진입과 유지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보편적 모델’로서의 확장 가능성

시드니대 사례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이것이 특정 대학의 특별한 자원이나 환경에 의존한 성공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는 고가의 장비도, 전담팀도, 복잡한 행정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과 교수·선배 학생의 참여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했다. 더구나 개입의 효과가 나타난 시점도 비교적 짧았는데, 프로그램 시작 후 몇 년 만에 고급수학 등록 비율에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5년 시점에서는 수치로 확인할 만큼 명확한 상승이 나타났다. 이러한 구조는 매우 ‘전이 가능한 모델’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입학 초기 단계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수업 레벨을 선택해야 하며, 이 과정은 불확실성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문제는 많은 대학이 이 과정에서 학생 개개인의 이력을 충분히 검토해줄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고교 단계에서 우수한 성취를 보였음에도 대학에서는 낮은 난이도로 진입하는 일이 흔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전공 유지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드니대는 반복되는 이 구조적 문제를 ‘개인화 개입’이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했고, 이 구조는 세계 거의 모든 대학에 적용 가능하다.

또한 멘토링 프로그램 역시 특정 학풍이나 문화적 특수성에 기대지 않는다. 수학과 같이 정량적 학문에서도 심리적 지지가 성과 유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이미 다수의 국제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이며, 시드니대는 이를 구조화해 실행 가능한 모델로 만들었다. 이런 형태의 공동체 기반 모델은 미국·영국·캐나다·아시아권 대학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구조이며, 특히 신입생 규모가 큰 종합대학일수록 그 효과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대학에서도 STEM 성별 격차는 고등학교에서 이미 존재하지만, 대학 진입 단계에서 더 크게 벌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자연과학대학·공과대학 내에서도 전공별 성비 차이가 극심하며, 물리·수학·기계공학·컴퓨터공학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진입 단계, 즉 1학년 1학기 수강신청 구조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입시를 통해 진로를 선택한 뒤, 막상 대학에 도착해 전공의 난이도나 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학생들이 스스로 전공을 완화하거나 이탈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한국 대학은 많은 경우 학과·전공 변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이 자유도는 한편으로는 초기 진입 단계에서 ‘후퇴 선택’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여학생들은 전공 유지를 위해 고급수학 등 필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부담을 크게 느끼고, 특히 대규모 강의실에서 소수자로 존재하는 상황은 심리적 부담을 가중한다. 이런 환경은 실제 능력과 무관하게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는 현상을 강화하며, 단순히 수강 난이도를 낮추는 선택이 아니라 장기 진로 방향까지 수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시드니대 프로그램은 한국 대학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 전공 추천 시스템은 대부분의 대학에 이미 존재하는 수강신청 데이터와 입시자료만 활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현실적 적용이 가능하다. 대학이 1학년 진입 직전 학생들에게 개인화된 안내를 제공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도 큰 부담이 아니며, 이미 많은 대학이 ‘학사경고 예방 시스템’이나 ‘학습부진 조기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장하기 쉬운 구조다.

‘개인화 개입 + 멘토링’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한국 대학에 이 모델을 도입한다고 가정하면, 크게 네 가지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첫째, 입학 직후 학생들의 고교 이수과목·성취도·희망전공을 분석해 적정 난이도 과목을 추천하고, 배치가 과도하게 낮거나 높은 경우에 개인화된 안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고급수학뿐 아니라 기초과학·프로그래밍·통계학 등 모든 STEM 기초과목에 적용될 수 있다. 둘째, 각 전공에서 고급과목을 이수한 선배 학생을 중심으로 멘토링 그룹을 형성하고, 주 1회 대화 중심의 모임을 운영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교수진이 일정 비율 참여하면 프로그램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더욱 높아진다. 셋째, 여성·젠더다양성 학생이 많은 상위 학년 멘토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대학과 연계하거나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국은 비교적 대학 간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고, 온라인 학습 플랫폼도 다양해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호주보다 구현이 용이하다. 넷째,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국가 재정사업과 연계하면 프로그램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현재 STEM 인재양성에 많은 정책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공학인재 육성 정책과 교차 적용했을 때 매우 높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여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STEM 전반의 학습 유지율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적절한 배치와 초기 지지 구조는 남학생에게도 중요한 요소이며, 모든 학생이 고급수학을 도전 가능한 영역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 결국 해당 모델은 특정 성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STEM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 회복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다.

대학 혁신 정책의 새로운 방향 : STEM 인재 부족의 해법은 ‘더 많이 뽑기’가 아니라 ‘이탈을 줄이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대학들은 STEM 인재 양성을 위해 정원 확대, 특별전형, 부전공 장려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학 후 이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정책 효과가 제한된다. 특히 여성·젠더다양성 학생의 STEM 이탈은 입학 단계에서의 유입은 일정 수준 유지되지만, 고급과정으로 갈수록 인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는 정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STEM 분야의 다양성·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시드니대 사례는 STEM 인재 부족 문제의 해법을 ‘유입 증가’가 아니라 ‘유지율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의료·공학·기초과학 등 한국이 현재 전략적으로 강화하려는 분야와 직접 연결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국 대학들은 이미 AI 기반 학습지원 시스템, 학습분석 시스템(Learning Analytics) 등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와 결합하면 훨씬 정교한 개인화 개입이 가능해진다. 결국 STEM의 성별 격차 문제는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개입 가능한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시드니대의 사례는 STEM 성별 격차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문제의 핵심은 여학생이나 젠더다양성 학생들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대학 진입 단계에서 경험하는 고립감·불안감·정체성의 충돌이었다.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개인화된 안내, 그리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멘토링 공동체가 학생의 학업 지속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STEM 교육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더 중요한 건 이러한 모델이 고비용이 아니며, 어느 대학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학들이 이 모델을 적극 도입한다면, 인공지능·첨단기술 시대에 요구되는 고급 STEM 인재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도 특정 집단의 지속적 이탈로 발생하는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다. STEM 분야의 다양성은 기술 윤리·혁신 속도·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이며, 이제는 ‘잘하는 학생을 더 뽑는 것’보다 ‘이미 있는 학생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대학이 학생과 기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사라진 절반의 인재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시드니대의 사례는 하나의 매우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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