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쇼크”…수능 영어 난이도 실패, 교육부 출제 체계 전면 개편

고난도 문항 교체 19개, 검토 의견 반영 미흡 확인…교사 비중 확대·난이도 점검 강화·AI 출제 지원 도입 추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에서 1등급 비율이 역대 최저인 3.11%로 떨어지며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교육부가 수능 출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출제위원 구성 방식부터 난이도 점검 절차,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출제 지원 시스템 도입까지 포함하는 전면 개편안이다. 교육부는 2월 12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1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분석 결과, 일부 고난도 문항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영어 영역의 1~3등급 비율과 평균 점수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문제의 핵심은 ‘고난도 문항’과 ‘출제 과정의 불안정성’이었다. 출제·검토 전 과정을 조사한 결과, 영어 영역에서는 타 영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문항이 교체되었다. 영어는 총 19문항이 교체된 반면, 국어는 1문항, 수학은 4문항에 그쳤다. 문항이 대거 교체되면서 난이도 점검 등 후속 절차에 연쇄적인 차질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검토위원의 의견이 출제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에서 ‘예측 가능성’이 흔들린 셈이다.

교사 출제위원 50%로 확대…절대평가 과목 중심 재편

첫 번째 개선 축은 출제위원 구성의 재조정이다. 현재 수능 출제위원 중 교사 비중은 전체 평균 45% 수준이지만, 영어 영역은 33%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이를 수험생의 실제 학업 수준을 반영하는 데 한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어 등 절대평가 영역의 경우 교사 출제위원 비중을 5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제2외국어 영역은 절대평가이지만 인력풀 여건 등을 고려해 현행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장 교사의 체감 난이도와 수험생 학습 수준을 출제 단계에서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절대평가 체제에서는 일정 비율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 수준’을 판정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적정 난이도 유지가 제도의 신뢰를 좌우한다.

두 번째 축은 출제·검토위원 선발 방식의 정비다. 2025학년도 수능부터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수능 통합 인력은행(인력풀)’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출제·검토위원을 위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무작위 추출 자체는 유지하되, 전문성에 대한 심층 검증이 부족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무작위로 추출된 인원 내에서 ▲수능·모의평가·학력평가 출제 이력 ▲교과서 집필 이력 ▲EBS 교재 집필 경력 등을 면밀히 확인해 전문성을 재검증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 인력까지 인력은행에 포함해, 양질의 출제위원 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무작위 추출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였다면, 앞으로는 그 안에서 전문성 검증을 강화해 ‘출제 안정성’을 보완하겠다는 구조다.

세 번째는 난이도 점검 체계의 보강이다. 교육부는 ‘영역별 문항 점검위원회’를 통합·신설해 출제 오류뿐 아니라 난이도까지 세밀하게 점검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오류 중심 점검이 상대적으로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난이도 자체를 구조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 외 출제 여부를 점검하던 ‘수능 출제점검위원회’에도 난이도 점검 역할을 추가해, 현직 교사의 의견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사후 검증이 아니라, 출제 과정 전반에 걸친 다층적 점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접근이다. 특히 절대평가 체제에서 등급 비율의 급격한 변동은 곧 제도 신뢰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난이도 관리의 체계화는 대입 정책 전반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현재 수능은 민간 숙박시설을 임대해 출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구조가 안정적 출제 환경 조성과 보안 측면에서 한계가 있으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활용에도 제약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교육평가·출제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연구 용역을 마친 뒤 2026년 2분기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2030년 설립을 목표로 한다는 로드맵이다. 아울러 ‘AI 활용 영어 지문 생성 시스템’을 개발해 출제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향후에는 AI를 난이도 예측, 유사 문항 검토 등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26년 3월까지 정보화계획(ISP)을 수립하고, 2028학년도 모의평가에서 시범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난이도 조절을 넘어, 수능 출제의 ‘산업화·과학화’를 지향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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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하고 신뢰받는 수능 체제” 가능할까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안정적인 수능 출제는 신뢰받는 대입 환경 조성의 핵심”이라며, “예측 가능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수능 체제를 만들어 공교육 내에서 노력한 학생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단순히 한 해의 난이도 논란을 수습하는 조치를 넘어, 절대평가 과목 운영 방식과 출제 구조 전반을 재정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영어 영역은 수능에서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낮은 과목으로 인식돼 왔지만, 등급 비율 급변은 곧 대입 전략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결국 관건은 실행력이다. 교사 비중 확대, 전문성 검증 강화, 난이도 이중 점검, AI 도입까지 제시된 방안이 실제 출제 현장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수능의 신뢰도는 다시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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