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학점·4년제 공식 흔들리나…미국 CSU 3년제 학위 도입이 던진 질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90학점 기반 단축 학위 도입 허용…성인학습자 확대와 학위 가치 논쟁 동시에 부상

이번 결정은 단순히 미국 한 대학 시스템의 학제 개편으로만 보기 어렵다. CSU는 미국 최대 규모의 공립대학 시스템 중 하나이며, 지역사회와 노동시장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대학 시스템이 기존 4년제 학위와 별도로 90학점 기반의 단축 학위 유형을 열었다는 것은, 대학 교육의 기준이 ‘얼마나 오래 다녔는가’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California State University, CSU)가 3년 안팎에 마칠 수 있는 새로운 학사학위 유형 도입을 허용하면서 고등교육의 오래된 기준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대학 학사학위는 오랫동안 4년제, 120학점, 캠퍼스 중심 교육이라는 표준 모델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부담, 성인학습자 확대, 온라인 교육기관과의 경쟁, 노동시장의 빠른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학은 더 이상 기존의 시간표만으로 학생을 붙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CSU 이사회는 최근 각 캠퍼스가 세 가지 새로운 단축 학위 유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새롭게 제시된 학위는 교직 진출 희망자를 위한 교육학사(Bachelor of Education), 직장 경험을 가진 재직자와 관리직 진출 희망자를 겨냥한 전문학사 성격의 Bachelor of Professional Studies, 직업·기술훈련 경험을 가진 학생을 위한 응용학사 성격의 Bachelor of Applied Studies다. 이들 학위는 기존 인문·자연계열 중심의 전통적 4년제 학위를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라, 캠퍼스가 필요에 따라 추가로 운영할 수 있는 선택지로 설계됐다. 최소 이수학점은 90학점으로 정해졌으며, 이는 일반적인 120학점 학사학위보다 30학점 적은 구조다.

3년제 학위의 핵심은 ‘기간 단축’이 아니라 ‘대상 변화’다

이번 논의에서 먼저 봐야 할 지점은 3년제 학위가 전통적 의미의 대학 신입생만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진학해 4년 동안 캠퍼스 생활을 하는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러나 오늘의 고등교육은 그들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이미 일부 대학은 입학자 감소를 겪고 있고, 많은 성인은 학위 없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뒤 더 나은 일자리와 승진 기회를 위해 다시 대학 문을 두드리고 있다.

CSU의 단축 학위는 바로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춘다.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일정 학점을 취득한 편입생은 학사 취득에 필요한 기간을 더 줄일 수 있고, 직장 경험이 있는 성인은 업무 현장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AP 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는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지만 대학 학위가 없는 노동연령 성인이 600만 명 이상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일부 대학 학점을 이미 취득한 경험이 있다.

이 숫자는 단축 학위가 왜 등장했는지를 설명한다. 대학의 새로운 학생은 반드시 18세 신입생일 필요가 없다.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 학업을 중단했다가 돌아오려는 사람, 전문기술을 익혔지만 학사학위가 없어 경력 상승에 제약을 받는 사람, 가족 부양과 생계를 병행해야 하는 성인학습자도 대학의 대상이 된다. 이들에게 4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학업 기간이 아니라 소득 상실, 돌봄 부담, 주거비와 생활비, 중도탈락 위험까지 포함한 무거운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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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3년제 학위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학생에게 1년은 등록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1년 일찍 졸업한다는 것은 노동시장에 1년 빨리 들어간다는 의미이며, 재직자에게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뜻이다. 대학이 성인학습자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학사 구조 역시 전통적 청년 학생 중심의 시간표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등록률 하락과 재정 압박 속에서 나온 대학의 생존 전략

이번 결정은 고등교육의 이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학의 현실적인 생존 문제도 깊게 깔려 있다. CSU 일부 캠퍼스는 이미 등록률 하락을 겪고 있으며,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10개 캠퍼스가 두 자릿수 이상의 등록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전해졌다.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대학 입장에서 학생 감소는 곧 재정 기반 약화를 의미한다.

대학이 단축 학위를 검토하는 이유는 학생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더 많은 학습자를 대학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영리대학과 온라인대학은 이미 빠른 학위 취득, 유연한 수업, 직무 중심 교육을 내세우며 성인학습자를 흡수해왔다. 공립대학이 기존의 느리고 경직된 학사 구조만 유지한다면,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성인들은 더 빠르고 편리한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CSU의 새 학위 유형은 이런 경쟁 환경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공립대학은 상대적으로 낮은 등록금과 공공성을 강점으로 갖고 있지만, 학사 구조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으면 성인학습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단축 학위는 공립대학이 영리대학과 온라인 교육기관의 속도 경쟁에 대응하면서도, 공공 고등교육의 신뢰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흐름은 한국 대학에도 낯설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국내 대학의 가장 큰 구조적 압박이 됐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역 대학은 지역 산업과 성인학습자, 재직자 교육, 평생교육 체제 전환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CSU의 사례는 한국 대학에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대학은 여전히 고교 졸업 직후 입학하는 청년 세대만을 중심으로 설계될 것인가, 아니면 생애 전 과정에서 다시 배우고 자격을 갱신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유연한 플랫폼으로 바뀔 것인가.

그러나 단축 학위가 곧바로 교육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학위의 질이다. 120학점으로 운영되던 학사학위를 90학점으로 줄일 때,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교양교육을 줄일 것인가, 선택과목을 줄일 것인가, 전공 기초를 압축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기간만 줄인다면, 3년제 학위는 혁신이 아니라 축소판 학위가 될 수 있다. CSU 교수평의회는 바로 이 지점을 우려했다. 120학점 미만의 학위를 학사학위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고, 90학점 학위가 기존 120학점 BA·BS 학위와 같은 범주로 취급될 경우 전통적 학위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사도 학점 수를 낮추는 방식이 학사학위의 질과 중요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우려는 쉽게 넘길 수 없다. 대학 교육은 단순한 직업훈련만이 아니다. 전공 지식뿐 아니라 사고력, 글쓰기, 토론, 시민적 판단, 타 분야에 대한 이해, 예기치 않은 지적 만남도 대학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적 4년제 학위가 비판받는 이유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지만, 그 시간이 모두 낭비였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학생이 전공 밖의 과목을 듣고, 자신의 관심을 바꾸고, 실패와 탐색을 거치며 성장하는 과정 역시 대학 교육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3년제 학위의 성패는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설계했는가’에 달려 있다. 기존 120학점 교육과정을 그대로 놓고 30학점을 덜어내는 방식이라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대개 교양과 선택의 영역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중복된 교과를 정리하고, 직무 경험과 현장 프로젝트, 캡스톤 수업, 이전 학습 경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학점화한다면 90학점 학위도 별도의 교육적 논리를 가질 수 있다. 사용자가 정리한 자료에서도 이번 흐름은 대학 교육을 ‘시간 기반의 경험’에서 ‘성과 기반의 자격’으로 재정의하려는 실험으로 해석된다. 즉, 학생이 몇 년 동안 대학에 있었는가보다 어떤 역량을 갖추었고, 그 역량이 어떤 방식으로 검증됐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변화다.

유럽의 3년제와 미국의 3년제는 같은 모델이 아니다

3년제 학위를 옹호하는 논의에서는 유럽 대학의 3년제 학사 모델이 자주 언급된다. 실제로 유럽 여러 국가는 볼로냐 프로세스 이후 학사 3년, 석사 2년 체계를 운영해왔다. 겉으로 보면 미국의 4년제 학위보다 짧은 기간에 학사학위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미국식 90학점 학위의 근거로 그대로 가져오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CSU 교수평의회도 유럽 고등학교 교육과 미국 고등학교 교육의 구조적 차이를 지적했다. 유럽의 3년제 학사는 대학 이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초교육과 진로 분화가 이뤄진다는 맥락 위에 놓여 있다. 반면 미국 대학의 4년제 학위는 전공교육뿐 아니라 폭넓은 교양교육과 기초역량 교육을 상당 부분 대학 안에서 담당해왔다.

이 차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 대학이 만약 학위 기간 단축을 논의한다면, 단순히 해외에도 3년제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양교육의 관계, 전공 진입 시점, 직업교육 경로, 편입 체계, 자격증과 면허 제도, 대학원 진학 요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학사학위는 대학 안에서만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라, 중등교육과 노동시장, 국가 자격체계, 사회적 신뢰가 맞물린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CSU 사례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축은 직장 경험의 학점 인정이다. Bachelor of Professional Studies는 과거 직무 경험에서 얻은 기술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Bachelor of Applied Studies 역시 자동차 정비나 난방 수리와 같은 직업·기술훈련 경험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대학이 지식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부여하는 기관이라는 전통적 관념을 흔든다. 지금까지 대학은 주로 대학 안에서 이수한 교과목을 학점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성인학습자의 삶은 다르다. 많은 사람은 이미 직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을 상대하고, 장비를 다루고, 팀을 운영하고, 데이터를 처리하고, 현장의 지식을 축적해왔다. 이 경험을 모두 비학문적 경험으로 밀어내면, 성인학습자는 대학에 다시 들어오는 순간 자신의 과거를 상당 부분 지워야 한다. 물론 직장 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어떤 경험이 학문적 성취와 동등한가. 단순 근무기간과 실제 역량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기업마다 다른 업무 경험을 대학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학점 인정이 느슨해지면 학위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고, 지나치게 엄격하면 성인학습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평가 체계다. 포트폴리오, 실무 프로젝트, 직무능력 평가, 산업계 인증, 교수 평가, 표준화된 역량 기준이 결합돼야 한다. 대학은 직장 경험을 무조건 학점으로 바꾸는 기관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경험을 학문적 언어로 해석하고 검증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이 작업이 제대로 설계될 때 단축 학위는 ‘쉬운 학위’가 아니라 ‘다른 경로의 학위’가 될 수 있다.

단축 학위가 계층화된 고등교육을 만들 위험

3년제 학위가 가진 가장 민감한 문제는 형평성이다. 표면적으로는 저소득층, 1세대 대학생, 성인학습자에게 더 빠르고 저렴한 학위 경로를 제공하는 제도처럼 보인다. 실제로 1년의 단축은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학업 중단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제도가 고등교육의 이중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부유한 학생은 여전히 4년 동안 캠퍼스에서 폭넓은 교양교육과 네트워크를 쌓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은 빠른 취업을 위해 압축된 실무형 학위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3년제 학위는 사회적 이동성의 통로가 아니라, 계층에 따라 다른 종류의 대학 경험을 배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학위 이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90학점 학위가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대학원과 전문직 자격 과정에서 동등하게 인정될지, 고용주가 이를 기존 학사학위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할지에 따라 제도의 실제 효과는 달라진다. 만약 단축 학위 졸업생이 취업이나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제도가 오히려 장기적인 기회 비용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단축 학위는 학생 개인에게만 위험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대학은 고용주, 대학원, 자격기관, 지역 산업계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학위의 성격, 이수 역량, 졸업 기준, 진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졸업생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단축 학위가 성공하려면 “짧지만 괜찮다”는 선언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보장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CSU의 사례를 한국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학사제도, 대학 재정구조, 국가장학금, 전공 배정, 편입 제도, 전문대학 체계, 자격증 제도는 미국과 다르다. 그러나 이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한국 대학에도 분명히 유효하다. 한국 대학은 성인학습자와 재직자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학의 핵심 학생으로 보고 있는가. 직업 경험과 이전 학습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학위는 여전히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캠퍼스에 머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가, 아니면 다양한 경로로 역량을 쌓은 사람에게도 열려 있는가.

한국 대학이 당장 3년제 학사학위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학위 기간 단축 자체가 아니라 학위 경로의 유연화다.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연계, 재직자 특별전형, 성인학습자 친화형 학사 운영, 온라인·오프라인 혼합 수업, 마이크로디그리, 계약학과, 지역 산업 연계 교육, 선행학습인정 제도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 대학에는 이 문제가 더 절실하다. 지역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이 생존하려면 지역의 성인, 직장인, 경력 전환자, 은퇴 전후 세대, 산업체 재교육 수요를 대학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대학이 지역사회 전체의 학습 플랫폼이 되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 중심의 운영 방식은 점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유연화가 곧 완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인학습자에게 맞춘 학위라 하더라도 교육의 질, 평가의 엄격성, 학위의 사회적 신뢰는 유지되어야 한다. 대학이 새로운 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준을 낮춘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제도는 출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대학이 성인학습자의 경험을 존중하면서도 엄격한 평가와 체계적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면, 유연한 학위 체계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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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시간을 파는 곳인가, 역량을 증명하는 곳인가

CSU의 3년제 학위 도입은 고등교육의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한다. 대학 학위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4년이라는 시간인가, 120학점이라는 양인가, 대학이라는 공간인가, 아니면 그 과정을 통해 검증된 역량인가. 물론 이 질문에 하나의 답만 있을 수는 없다. 대학은 여전히 깊은 학문 탐구와 교양교육의 장이어야 한다. 학생이 전공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과 사회를 성찰하며, 느리게 성장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모든 교육을 취업과 비용 효율성으로만 환원한다면 대학은 직업훈련기관과 구별되기 어렵다.

그러나 반대편의 현실도 외면할 수 없다. 많은 학생에게 대학의 1년은 막대한 비용이고, 성인학습자에게 4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이미 노동시장에 있는 사람에게 대학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한다면, 대학은 그들의 삶과 경험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기관이 된다. 고등교육이 사회적 이동성을 말하려면, 다양한 생애 경로를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년제 학위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잘못 설계되면 학위의 질을 낮추고, 교양교육을 축소하며, 취약계층 학생에게 더 좁은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설계된다면, 대학이 더 많은 학습자를 포용하고, 직장 경험과 학문적 성취를 연결하며, 학위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쟁점은 3년이냐 4년이냐가 아니다. 대학이 자신의 교육과정을 얼마나 정직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학생의 시간을 얼마나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학위가 사회 앞에서 어떤 역량을 보증하는가의 문제다. CSU의 실험은 미국 고등교육의 한 장면이지만, 그 질문은 한국 대학 앞에도 이미 도착해 있다. 대학은 더 이상 정해진 시간을 채운 사람에게만 학위를 주는 기관으로 머물 수 없다. 이제 대학은 학생이 가져온 경험을 읽고, 새롭게 필요한 배움을 설계하며,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자격으로 증명해야 하는 압박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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