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4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②]취업률 이후의 대학 : 고등교육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취업률이 목표가 되는 순간, 대학의 언어는 바뀐다

취업통계는 이제 대학 바깥의 설명 자료가 아니다. 그것은 대학 내부의 의사결정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기준이 됐다. 취업률은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재정지원 사업의 핵심 지표로 기능하고, 그 결과는 곧바로 학과 운영, 정원 배분,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어진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개선 대상’이 되고,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확대 가능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점점 뒤로 밀린다. 대학의 언어가 교육과 학문에서 성과와 관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특정 대학의 선택이라기보다 제도적 압력의 결과다. 취업률은 단순하고 비교 가능하며, 정책 설계자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반면 교육의 질이나 학문적 성과는 측정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평가 가능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게 되고, 교육의 목표 역시 ‘졸업 후 즉시 취업 가능한 인력 양성’으로 수렴한다. 취업률이 대학의 결과를 설명하는 지표를 넘어, 대학의 방향을 사전에 설정하는 기준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교육과정은 왜 점점 닮아가는가

취업률 중심의 평가 체계는 대학 교육과정을 빠르게 동질화시킨다. 기업 수요와 직접 연결된 전공은 강화되고,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은 축소된다.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직무 연계 교과목은 확대되지만,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잃는다. 이는 교육의 질적 하락이라기보다, 대학이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응에 가깝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 대학의 교육적 다양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취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인문사회·예체능 계열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전공’으로 분류된다. 이 전공들은 노동시장과의 연결이 느리고,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취업통계는 이러한 시간차를 고려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단기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전공의 존립을 재검토하게 된다. 교육과정이 학생의 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되기보다, 통계 지표에 맞춰 조정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취업률 중심의 대학 운영은 학생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공 선택은 개인의 흥미와 적성, 사회적 문제의식보다 ‘취업 가능성’에 의해 먼저 걸러진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입학 단계부터 기피 대상이 되고, 이는 다시 해당 학과의 취업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계는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동시에 미래의 선택을 제한하는 예측 장치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학생에게 ‘현실적인 선택’을 권유한다. 그러나 그 현실은 이미 취업률 중심의 평가 구조 속에서 정의된 현실이다. 학생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계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순간, 학생의 진로 선택 역시 통계에 의해 간접적으로 관리된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고등교육 체계 전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취업률과 대학 재정, 직접 지표는 아니지만 사라지지 않은 압력

최근 대학 평가와 주요 재정지원 사업에서 취업률은 과거처럼 단일한 핵심 지표로 직접 활용되지는 않는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비롯한 공식 평가 체계에서도 취업률 자체는 전면에 드러난 지표라기보다, 교육과정 운영, 학생 지원, 성과 관리 전반을 설명하는 참고 지표로 후퇴한 모습이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대학은 더 이상 ‘취업률 점수 경쟁’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취업률이 평가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취업 성과에 대한 압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취업률은 여전히 대학 내부 성과관리 체계, 학과 평가, 교육과정 개편의 배경 지표로 작동한다. 특히 학생 충원율, 중도탈락률, 교육성과 지표와 결합되면서 취업 상황은 대학의 ‘교육 결과’를 설명하는 핵심 맥락으로 활용된다. 즉, 취업률은 평가표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 대학 운영 전반을 규율하는 암묵적 기준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간접 압력은 대학의 선택지를 제한한다. 대학이 중장기적인 학문 투자나 실험적인 교육 개편을 시도할 경우, 그 결과가 단기간 취업 성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취업률 하락 자체보다도, ‘성과 관리에 실패했다’는 내부 평가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취업통계는 재정 배분의 직접 조건이 아니라, 대학 내부 의사결정에서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취업률은 평가 체계에서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성과 중심 구조로 묶어두는 역할을 지속한다. 취업통계는 더 이상 대학을 줄 세우는 공식 점수가 아니라, 대학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드는 관리 언어에 가깝다. 선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종속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률이 대학 평가의 직접 지표에서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담은 모든 대학에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 취업 성과는 여전히 대학의 교육 결과를 설명하는 핵심 맥락으로 소비된다. 지역 산업 기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방대학 졸업생의 취업 경로는 구조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성과 격차는 대학의 노력이나 교육의 질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취업통계는 대학 단위의 결과로 제시되며, 지역 구조의 제약은 지표 해석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지방대학이 처한 현실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수도권 이동을 통해 졸업생의 취업률을 방어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정주 인재 양성이라는 정책적 요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취업통계는 이 두 경로를 구분하지 않는다. 지역에 남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졸업생은 곧바로 취업 성과의 저하로 집계되고, 수도권으로 이동한 졸업생의 취업은 대학의 성과로 환원된다. 결과적으로 지역 문제는 개인의 이동과 대학의 성과로 분산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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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러한 구조는 지방대학의 선택을 점점 방어적으로 만든다. 취업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려운 전공이나 교육 실험은 내부적으로 부담 요인이 되고, 비교적 취업률 관리가 용이한 전공과 프로그램이 우선된다. 이는 지방대학이 지역사회와 맺어온 역할, 즉 지역 문제 해결과 장기적 인재 양성이라는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취업률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설명하는 지표라기보다, 그 위기를 재생산하는 조건에 가깝다.

취업률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학의 역할

취업률은 대학이 배출한 인력이 노동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진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대학이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대학은 단순히 직무 수행자를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식의 축적과 재구성,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 시민적 역량의 형성을 담당해 온 공간이다. 이러한 기능은 단기간의 취업 성과로는 측정되기 어렵고, 취업통계 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인문사회계열과 기초학문 분야의 교육 성과는 장기적이다. 졸업 직후의 취업 여부보다, 시간이 지나 사회 각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취업통계는 이 시간차를 고려하지 않는다. 졸업 후 수년간의 경로, 직무 이동, 사회적 기여는 통계 밖에 남는다. 그 결과 대학의 교육 성과는 단기 고용 지표로 압축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학문 영역은 설득력을 잃는다. 또한 대학은 지역사회와 공공 영역을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방대학은 지역 문화, 행정, 교육, 보건,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인력을 공급하며, 이 과정에서 즉각적인 취업률로 환산되지 않는 공공적 기여를 축적한다. 그러나 취업통계는 이러한 기능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 남아 공공성을 강화하는 경로와 대도시로 이동해 민간 일자리에 진입하는 경로는 동일한 취업 성과로 처리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성과로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문제는 취업률 중심의 시선이 지속될수록, 대학 스스로도 이러한 역할을 설명하는 언어를 잃어간다는 점이다. 대학은 사회에 무엇을 기여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기보다, 취업률을 통해 자신의 유효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취업률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은 중요하지 않은 영역이 아니라, 단지 측정되지 않는 영역일 뿐이다. 고등교육의 위기는 성과의 부재가 아니라, 성과를 설명하는 언어가 지나치게 단순해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 프롬프트 : A thoughtful, cinematic illustration of a university building fading into multiple paths: one leading to office buildings, another to research labs, another to community spaces. No single path is highlighted. Soft lighting, realistic illustration, symbolic composition, calm and reflective mood]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취업률 이후의 지표를 묻다

취업률 중심의 통계가 가진 한계가 분명해진 지금,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옮겨간다. 무엇을 더 측정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다. 취업 여부만으로 대학 교육의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은 이미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졸업 이후 첫 일자리만을 기준으로 삼는 접근은 개인의 경력 이동, 직무 전환, 재교육과 학습의 반복이라는 오늘날 노동시장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한다. 대안적 지표 논의는 새로운 숫자를 하나 더 추가하는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졸업 후 1년, 3년, 5년 단위의 경력 지속성, 직무 이동의 방향, 전공과 직무의 연계 정도, 재학습과 재훈련의 경험은 대학 교육의 효과를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취업률을 대체하는 지표라기보다, 취업률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하는 정보에 가깝다.

또 하나의 과제는 대학의 역할을 단일한 성과로 압축하지 않는 것이다. 지역사회 기여, 공공부문 인력 공급, 시민 역량 형성, 학문적 축적과 같은 기능은 서로 다른 시간대와 방식으로 성과를 드러낸다. 이를 모두 하나의 숫자로 환원하기보다는, 여러 지표를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맥락 속에서 해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통계는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을 돕는 자료로 위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취업통계는 대학의 현실을 비추는 중요한 거울이다. 그러나 그 거울이 비추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는 취업률 하락, 유지취업률의 상대적 안정, 전공·지역·대학 유형 간 격차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동시에 이 통계는 우리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함께 드러낸다. 대학의 교육 성과, 사회적 기여, 장기적 인재 양성의 결과는 여전히 통계 바깥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취업률 자체가 아니라, 취업률을 고등교육의 목적처럼 다루는 방식이다. 취업은 대학 교육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이지만,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취업률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그리고 대학은 어떤 언어로 자신의 역할을 사회에 제시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된다. 통계는 대학을 관리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고등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어야 한다.

취업률 이후의 대학을 상상한다는 것은, 숫자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숫자를 줄 세우는 기준이 아니라, 맥락을 설명하는 자료로 되돌려 놓자는 제안이다. 고등교육의 위기는 성과의 부재가 아니라, 성과를 해석하는 틀이 지나치게 좁아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 취업통계는 그 틀을 다시 넓히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고등교육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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