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은 확대됐지만, 질문은 남아 있다
포르투갈의 고등교육은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확대돼 왔다. 25~34세 연령대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2014년 이후 10년 동안 12%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증가폭(7%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고등교육의 문을 넓히겠다는 정책 목표는 분명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럼에도 OECD가 『Higher Education in Portugal』라는 별도의 국가 보고서를 통해 포르투갈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확대의 결과가 결코 균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이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열려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드러난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고등교육을 ‘진학률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대신 ‘누가 진입하고, 누가 남으며, 누가 가장 유리한 경로를 차지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고등교육의 외연은 넓어졌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선택과 배치의 구조는 여전히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강하게 갈리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진단이다. 포르투갈 사례는 고등교육 확대 이후 단계에서 형평성 문제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접근성(access)과 형평성(equity)은 다른 문제다
OECD가 가장 먼저 구분하는 개념은 접근성과 형평성이다. 접근성은 고등교육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의 문제이고, 형평성은 그 기회를 실제로 활용해 학업을 지속하고 성취할 수 있는 조건의 문제다. 포르투갈은 접근성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을 이뤘다. 공공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의 약 80%가 보조금이 적용된 등록금을 내고 있으며, 주거·식비·학업 보조를 포함한 학생 지원 체계도 비교적 폭넓게 구축돼 있다. 이러한 제도는 고등교육 진학의 문턱을 낮추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형평성의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드러난다. OECD에 따르면, 중등교육을 마친 뒤 바로 고등교육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48%에 그친다. 반면 고소득층 학생의 진학률은 57%로, 출발선에서 이미 약 9%포인트의 격차가 존재한다. 고등교육의 문이 열려 있다고 해도, 그 문 앞에 서는 학생들의 조건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다. OECD는 이 격차가 개인의 학업 의지나 능력보다, 가정 배경과 정보 접근성, 지역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한다.
누가 어디로 배치되는가: ‘우수 프로그램’의 문턱
이 격차는 고등교육 내부로 들어온 이후 더욱 분명해진다. 포르투갈의 고등교육 입시 제도는 전국 단위의 경쟁을 통해 정원을 배분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성적에 따라 학생이 배치된다. OECD는 이 가운데 입학 성적 20점 만점 기준 17점 이상을 요구하는 고선발 과정을 별도로 분류해 ‘programmes of excellence(우수 프로그램)’라고 명명한다.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리스본, 포르투, 브라가 등 대도시 대학에 집중돼 있으며, 높은 경쟁률과 강한 선발 효과를 보인다. 문제는 이 우수 프로그램에 진입하는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구성이 균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학생은 이 고선발 과정에 진입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대신 지리적으로 분산된 폴리테크닉(polytechnic) 기관에 더 많이 배치된다. OECD는 이를 단순한 선택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성적 경쟁이 중립적인 선별 장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교육 접근성, 정보 격차, 중등교육 단계에서의 누적된 차이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 결과, 고등교육 내부에서도 학생들은 서로 다른 질의 교육 경험과 사회적 네트워크에 배치된다.
탈락은 빠르지 않지만, 조용히 발생한다
포르투갈 고등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탈락의 양상이다. 학사과정 학생 중 이론상 수업 연한 내에 졸업하는 비율은 38%로,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업 연한에 3년의 유예 기간을 더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기준으로 보면 포르투갈의 완수율은 72%로, OECD 평균인 65%를 웃돈다. 이는 많은 학생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기보다는, 상당한 지연을 겪으며 학위를 마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는 이 현상을 ‘지연된 완수(delayed completion)’의 구조로 설명한다. 학생들은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거나, 재정적·생활적 문제로 학업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생활비와 주거 문제는 학업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약 24%는 “대학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진로 정보와 학업 상담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가장 불리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가운데 정기적인 진로 상담을 받는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의 학교에서는 이 비율이 39%에 달한다.

확대 이후의 단계에서 요구되는 정책 전환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OECD가 포르투갈 사례에서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등교육 확대 이후의 단계에서는 정책의 초점이 진입에서 지속과 완수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학생을 받아들이는 데 성공한 제도일수록,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고등교육의 외형적 평등은 유지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내부의 격차는 오히려 더 정교하게 재생산될 수 있다. OECD는 포르투갈을 실패 사례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나라는 고등교육 확대라는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국가에 속한다. 그럼에도 형평성 문제가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은, 이 문제가 특정 국가의 특수성이 아니라 고등교육이 일정 단계에 도달한 사회라면 어디서든 마주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말의 조건
포르투갈 고등교육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고등교육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문턱을 낮추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그 문을 통과한 이후의 경로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가. OECD의 답은 명확하다. 형평성은 입학 이전이 아니라 입학 이후의 제도적 선택에서 결정된다. 이 질문은 포르투갈만의 것이 아니다. 고등교육 진학률이 이미 높은 국가일수록, ‘기회는 열려 있다’는 말이 익숙해진 사회일수록 더 날카롭게 던져져야 할 질문이다. 1회차는 포르투갈이라는 사례를 통해 고등교육의 형평성이 어디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지를 살펴봤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 문제를 입시와 정원 배치의 구조로 옮긴다. 공정하다고 믿어온 배치의 방식은 과연 누구를 어디로 보내고 있는가. 고등교육의 설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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