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설계, 2025년 전국 시행, 2026년 재조정… 짧은 연혁 속에 드러난 지역대학 정책의 현실
라이즈를 둘러싼 최근의 변화는 자칫 큰 정책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라이즈는 오래된 제도가 아니다. 2023년 초 지역 주도의 대학지원 체계로 설계됐고, 같은 해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며, 2025년에야 전국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그리고 2026년 봄, 시행 1년을 지나며 드러난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시 손질에 들어갔다. 이번 변화는 장기간 굳어진 제도를 뒤엎는 일이 아니라, 빠르게 전국화된 정책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재조정 국면으로 들어선 장면이다. 이 점은 이번 개편을 읽는 출발점이 된다. 라이즈에서 앵커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름의 교체보다 정책의 질문이 바뀌는 과정이다. 처음의 질문이 지역이 대학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지원할 것인가였다면, 지금의 질문은 훨씬 구체적이다. 지역이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그 인재가 취업과 창업을 거쳐 실제로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가, 그리고 대학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심에 놓이기 시작했다. 시행 1년 만에 곧바로 구조 조정 논의가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 지원의 틀은 만들어졌지만, 학생과 지역이 체감할 결과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지역 주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실험
라이즈는 처음부터 단순한 재정지원사업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다. 2023년 2월 정부가 내놓은 구상은 대학 지원의 행·재정 권한을 지방정부 쪽으로 넓히고, 지역발전 전략과 대학 지원을 한 틀 안에서 묶는 데 초점이 있었다. 지역이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기르고, 산업과 연결하고, 대학을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삼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같은 시기 정부는 2025년부터 교육부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역 주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시작부터 라이즈는 하나의 사업이라기보다 대학지원의 작동 원리를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그다음 단계는 시범운영이었다. 2023년 3월 교육부는 라이즈 시범지역 선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3년과 2024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 지역 도입으로 가겠다는 로드맵을 다시 확인했다. 실제로 그해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 등 7개 시·도가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계획 수립과 추진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지역대학 정책을 중앙의 개별 사업 목록이 아니라 지역 거버넌스 차원에서 움직여보겠다는 실험이 본격화된 셈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라이즈는 갑자기 등장해 바로 전국으로 뿌려진 체계가 아니라, 짧지만 분명한 준비 단계를 밟아 왔다. 다만 그 준비가 길지는 않았다. 2023년 설계와 시범운영, 2024년 제도 정비와 기본계획 협의, 2025년 전국 시행까지의 간격은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정책 입장에서는 속도감 있게 안착을 시도한 것이지만, 현장 입장에서는 체계를 만들고 역할을 조정하며 사업 논리를 새로 짜야 하는 시간이 충분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그래서 지금의 재조정은 실패의 증거라기보다,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전국화된 정책이 현실과 부딪히며 생긴 조기 수정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전국 시행 1년, 체계는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선명하지 않았다
2025년 12월 말, 교육부는 라이즈의 전국 시행을 공식화했다. 17개 시·도는 각 지역의 특색과 대학의 강점, 특성화 분야를 반영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뒷받침할 지원 전략도 함께 정리됐다. 겉으로 보면 정책은 빠르게 틀을 갖춘 듯 보였다. 지방정부마다 전담부서와 센터, 위원회 같은 추진체계를 세우고, 지역별 대표 과제를 발굴하며, 대학과 지방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협업 구조를 만든 점은 분명한 진전이었다.
하지만 정책은 체계가 갖춰졌다고 곧바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첫해는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를 소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에 가깝다. 그리고 2026년 봄 제시된 재조정 방향은 이 첫해의 경험이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개편은 지난 1년 동안 관찰된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학생과 인재가 체감할 수 있는 내용 중심으로 사업을 다시 재편하겠다고 못 박았다. 표현을 바꾸면, 기반은 구축됐지만 정책의 수요자인 학생과 지역이 뚜렷한 변화를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 장면은 대학 재정지원 정책이 자주 빠지는 함정을 떠올리게 한다. 사업은 잘 설계되고, 위원회는 촘촘히 꾸려지고, 세부 과제도 풍성하게 나열되지만, 정작 학생의 진로와 취업, 지역 정주라는 최종 목적과의 연결은 흐려지기 쉽다. 라이즈도 비슷한 상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대학 지원을 지방정부 중심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그 지원이 학생의 선택과 삶의 경로를 바꾸는 결과로 이어지는지까지 보여줘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번 재조정이 유독 학생과 인재를 반복해서 전면에 세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나눴느냐’가 쟁점이 됐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예산의 총액 못지않게 예산의 방식이다. 정책 문구 곳곳에는 지역 안에서 예산을 넓게 나누는 관행, 소규모 과제가 여러 갈래로 쪼개지는 방식, 선택과 집중이 작동하지 못하는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2026년 개편은 이런 구조를 손보겠다는 데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대학을 골고루 참여시키는 것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지난 1년 동안은 전자 쪽의 관성이 훨씬 강하게 작동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지점은 지역대학 정책을 바라보는 오래된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늘 형평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흔들렸다. 지역 안배를 중시하면 갈등은 줄어들 수 있지만, 개별 과제가 작아지고 파급력도 약해진다. 반대로 성과 중심으로 가면 대학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 라이즈의 첫해는 상대적으로 안배의 논리가 더 많이 작동한 시기였고, 2026년 재조정은 반대로 효율과 성과의 쪽으로 무게를 옮기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성과평가 인센티브 예산 4천억 원을 활용해 올해 예산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예산 기술의 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산 배분 원리가 바뀌면, 대학이 기획하는 과제의 성격도 바뀐다. 이전에는 여러 대학이 작게 나눠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유리했다면, 앞으로는 학생 취업과 지역 정주, 기업 협업, 초광역 연계처럼 성과를 설명할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 입장에서는 사업 참여의 문턱이 높아지는 동시에, 무엇을 해야 평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훨씬 치밀하게 고민해야 하는 단계가 온 셈이다.
정책의 초점이 대학에서 학생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라이즈가 처음 제시됐을 때도 지역인재 양성과 취업, 정주라는 말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정책 초기의 실제 작동은 대학 거버넌스 구축과 사업 틀 만들기에 더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이번 재조정에서는 이 무게중심이 노골적으로 다시 움직인다. 앞으로 집중 점검하겠다고 제시된 항목에는 지방정부의 대학 선정과 지원 과정에서 예산 나눠먹기가 있었는지, 지방정부와 대학이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했는지, 학생과 인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는지가 포함됐다. 다시 말해 대학이 무엇을 했는지만으로는 부족하고, 학생이 무엇을 얻었는지까지 묻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겉으로 보기보다 더 크다. 대학 정책의 평가 기준이 서류상 사업수행에서 학생 체감과 결과 중심으로 이동하면, 캠퍼스 안의 많은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과과정은 기업과의 접점이 더 선명해야 하고, 현장실습과 인턴십은 단순 체험이 아니라 취업과 연결되는 구조여야 하며, 창업 지원도 행사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사업화와 정주까지 염두에 둔 흐름이어야 한다. 그동안 지역혁신이나 산학협력이라는 큰 말 아래 가려져 있던 학생의 구체적 경로가 정책의 정면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대학에 이 변화는 부담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부담인 이유는 대학이 이제 더 이상 “사업을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과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보여줘야 하고, 지역산업과의 연결도 더 선명해야 한다. 반대로 기회인 이유는, 정말로 학생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지역 안에서 일과 삶을 설계할 수 있게 만드는 대학이라면 그 존재 이유를 훨씬 뚜렷하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의 무게중심은 대학 보존에서 지역 성장으로, 다시 그 지역 성장의 핵심 수단인 인재 양성으로 내려오고 있다.
시·도 단위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현실이 드러났다
재조정의 또 다른 큰 축은 초광역이다. 이는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라이즈가 마주한 현실의 반영에 가깝다. 대학과 기업, 산업과 연구는 애초에 행정구역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인재는 생활권과 산업권을 따라 움직이고, 기업 수요도 도계를 기준으로 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즈의 실제 운영은 17개 시·도 단위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 결과, 실제 생활권과 산업권의 흐름에 비해 정책의 스케일이 좁아지는 문제가 생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6년 개편은 지방정부 간 칸막이를 넘어선 초광역 단위 인재양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초광역 전환은 라이즈의 처음 설계와도 맞닿아 있다. 2023년 구축 계획은 애초 지역발전과 연계한 전략적 지원을 강조했고, 2026년 개편은 이를 5극3특 균형성장 전략과 맞물리게 하려 한다. 전국 시행 1년 만에 이런 방향이 부각됐다는 것은, 시·도 단위의 정책 틀만으로는 실제 산업생태계와 인재 이동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점이 빠르게 확인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지역대학 정책의 지도는 행정지도가 아니라 경제권과 산업권 지도로 다시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는 앞으로 대학 간 관계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같은 시·도 안에서 예산을 나누는 경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권역 안에서 누가 어떤 기능을 맡고 어떤 산업 분야를 책임지며 누구와 연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거점국립대, 지방 사립대, 전문대의 역할 구분도 이 초광역 구도 속에서 다시 쓰일 가능성이 높다. 1회차에서 그 판도 변화까지 다 밀어 넣을 필요는 없지만, 왜 지금 정책이 5극3특과 공유대학, 성장엔진 같은 말을 꺼내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지 새 사업 몇 개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 라이즈가 실제 현장에서 만나게 된 한계를 보완하려는 다음 단계이기 때문이다.
2026년의 변화는 이름을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지만, 이름의 변화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는 표현은 제도의 성격을 설명하는 행정 언어에 가까웠다. 반면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라는 새 이름은 목적을 더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지역혁신보다 지역성장, 대학지원보다 인재양성이 앞에 놓였다. 정책이 이제 더 분명하게 묻는 것은 대학의 운영이 아니라, 지역에 남을 사람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점이다.
‘앵커’라는 말도 상징이 뚜렷하다. 대학을 지역 성장의 닻으로 세우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도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현실 속에서, 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취업과 창업, 연구와 산업 연결, 그리고 정주를 붙잡는 거점이 돼야 한다는 요구다. 이때 대학은 홀로 설 수 없다. 지방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교육청과 얽히며 지역 전체의 방향 속에 자신을 놓아야 한다. 이름의 변화는 결국 역할의 재정의다. 대학을 도와주는 정책이 아니라, 대학이 지역을 떠받치는 정책으로 무게를 옮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만 이 선언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뒤이어 나오는 예산과 평가, 사업 구조가 실제로 달라져야 한다. 이번 재조정은 그 점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정책의 취지를 반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평가에 따른 차등지원과 학생 체감형 과제 확대, 초광역 단위 사업 확장을 함께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름만 바꿨다면 상징 정치에 그쳤겠지만, 운영 원리까지 동시에 건드리기 시작한 만큼 이번 개편은 구조의 변화로 읽는 편이 맞다.

지금 바뀌는 것은 제도보다 질문이다
라이즈의 2026년 재조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제도를 뜯어고친다기보다 질문을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질문이 “지역이 대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였다면, 이제의 질문은 “그 지원이 학생의 취업과 정주를 실제로 만들고 있는가”다. 이는 매우 큰 차이다. 대학은 더 이상 지역 안에서 예산을 배분받는 기관에 머물 수 없고, 학생의 미래 경로와 지역산업의 수요, 권역 간 협업 구조까지 함께 설명해야 하는 위치로 밀려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변화를 두고 “너무 빠르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빠르게 전국화된 정책이 실제 현장을 만나면서 어디가 비고 어디가 과장됐는지 드러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편이 옳다. 체계는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아직 충분히 선명하지 않았고, 지역 안배는 있었지만 집중의 힘은 약했으며, 지방정부 중심이라는 틀은 세워졌지만 학생 중심이라는 결과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2026년의 재조정이 나온 것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바로 그 재조정의 실체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 4천억 원 환류는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학생 체감형 과제는 어떤 방식으로 전면에 올라오는지, 17개 시·도 체계와 5극3특 구상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읽어야 한다. 그 지점까지 들어가야 라이즈에서 앵커로 이어지는 변화가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대학 재정지원과 지역인재 정책의 규칙을 다시 쓰는 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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