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라이즈에서 앵커로, 지역대학 정책은 어디로 가나] ② 앵커 전환의 핵심은 이름이 아니라 규칙이다

성과평가, 환류 예산, 학생 체감형 과제… 2026년부터 지역대학 정책은 무엇이 실제로 달라지나

라이즈에서 앵커로 이어지는 이번 변화는 이름부터 눈에 띈다. 하지만 정책의 실질은 명칭 변경에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과 지방정부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고, 어떤 사업이 살아남으며, 어떤 과제에 자원이 더 집중될 것인가 하는 운영 규칙의 변화다. 2026년 개편은 지역대학 정책의 무게중심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에 가깝다. 대학지원의 틀을 유지하되, 그 지원이 학생의 취업과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지 더 강하게 묻겠다는 뜻이 분명해졌다. 교육부는 2025년 출범한 라이즈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로 재정립하면서, 성과평가와 환류를 강화하고, 학생 체감형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하며, 초광역 단위 인재양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읽어야 할 것은 정책의 어휘가 아니라 정책의 규칙이다. 그동안 지역대학 정책은 지역 안배, 대학 참여 확대,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언어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여기에 성과와 집중, 정주 인재, 권역 단위 협업이라는 기준이 더 강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결과를 기대하며 배분할 것인가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개편은 바로 그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왜 라이즈가 아니라 앵커가 됐나

새 이름은 정책의 방향을 먼저 드러낸다.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는 표현이 제도의 틀과 주체를 설명하는 행정 언어였다면,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는 목적을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 지역혁신보다 지역성장이, 대학지원보다 인재양성이 앞에 선다. 이는 대학을 위한 지원정책이라는 인상을 줄이는 대신, 대학을 통해 지역에 남을 인재를 길러내는 체계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새 체계가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한 맞춤형 사업을 통해 대학을 육성하는 방식이며, 지역 균형성장을 목표로 인재가 지역에 머무르도록 지원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앵커’라는 이름에는 대학을 지역의 닻처럼 붙드는 거점으로 보겠다는 시선도 담겨 있다. 이는 단순히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다. 지역대학이 강의를 제공하는 기관을 넘어, 지역산업과 취업, 창업, 연구, 정주를 연결하는 중간 축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청년이 지역에서 배우고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지역대학 지원정책은 결국 교육지원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새 이름은 대학의 역할을 다시 규정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변화의 본질은 상징보다 실행에 있다. 이름이 바뀌는 순간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그 이름에 맞는 예산 구조와 평가 체계가 실제로 깔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의 지원 구조를 유지한 채 이름만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성과를 근거로 예산을 다시 나누고, 학생과 인재가 체감할 수 있는 과제를 우선순위에 두는 방식으로 운영 원리까지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앵커 전환은 명칭 교체가 아니라 규칙 교체가 된다.

4천억 원 환류 예산은 무엇을 뜻하나

이번 개편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돈의 흐름에 있다. 교육부는 약 4천억 원을 성과평가 인센티브 예산으로 활용해, 전년도 지방정부의 사업 추진 과정과 성과를 엄정히 평가한 뒤 올해 사업예산을 과감히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본 배분 위주로 굴러가던 지역대학 지원정책에 본격적인 환류 구조를 넣겠다는 뜻이다. 참여 자체가 아니라 결과에 따라 예산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현장에는 매우 큰 신호로 읽힌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단순한 성과주의가 아니라 평가 항목의 성격이다. 교육부는 지방정부의 대학 선정·지원 과정에서 예산 나눠먹기가 없었는지, 지방정부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했는지, 학생과 인재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는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기준은 정량 지표 몇 개를 채웠는지만 보는 방식과는 다르다. 사업의 철학과 집행 태도, 그리고 정책 수혜자에 대한 시선을 동시에 묻고 있다.

이 구조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바꾼다. 라이즈 초기에는 지방정부가 대학지원의 권한을 더 많이 쥐게 되는 점이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그 권한에 따른 책임도 함께 커진다. 지역 안에서 어떤 대학을 어떻게 선정하고, 얼마나 전략적으로 자원을 배분했는지가 곧 지역의 평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학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기획 능력과 조정 능력도 함께 시험대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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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 입장에서는 이 환류 구조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성과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대학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이전처럼 일정한 참여 지분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사업 규모가 작더라도 많은 대학이 고르게 참여하는 구조보다, 파급력이 큰 과제에 자원을 집중하는 쪽으로 정책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개편은 이 점을 숨기지 않는다. 실효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공식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학생 체감형 과제는 왜 전면으로 올라왔나

이번 개편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는 학생과 인재다. 지난 1년 동안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과 대학 강점을 반영한 과제를 발굴해 추진했지만, 정책 수혜자인 학생과 인재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2026년부터는 지방정부별 대학 지원사업을 학생 체감도가 높은 과제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한 문장은 라이즈 1년의 평가이자, 앵커 체계의 출발점으로 읽힌다. 여기서 학생 체감형 과제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교육부가 직접 예시로 든 것은 계약학과, 장기 직무실습, 기업 협업 과제, 창업교육, 창업 인프라 같은 영역이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 사업은 모두 학생의 학습 경험이 실제 취업과 창업, 그리고 지역 정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지역대학 정책이 대학의 조직 운영이나 프로그램 나열에서 벗어나, 학생의 경로를 바꾸는 사업을 더 전면에 두겠다는 뜻이 선명하다.

이 변화는 대학 안의 사업 기획 방식도 흔들 수밖에 없다. 학생 체감형 과제를 늘리려면 단순히 프로그램을 하나 더 얹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교육과정과 학사제도, 기업 네트워크, 현장실습 구조, 취업 연계 시스템까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역대학에 요구되는 것은 더 이상 “무엇을 운영했는가”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경험하고 어디로 연결됐는가”에 가까워진다. 결국 정책이 평가하는 단위도 대학 내부의 절차에서 학생의 이동 경로로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이 대목은 지역대학 정책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된다. 지역대학을 지원하는 명분은 단지 대학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대학이 지역 청년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체감형 과제 확대는 바로 그 명분을 정책의 중심으로 다시 불러오는 과정이다. 지역산업의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고, 취업의 문턱을 낮추고, 창업의 기반을 만들며, 지역 안에서의 삶을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모두 학생 개인의 문제이자 동시에 지역 생존의 문제다. 앵커 체계는 이 둘을 더 강하게 묶으려 하고 있다.

17개 시·도 단위에서 5극3특으로, 왜 판을 넓히나

이번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초광역 전환이다. 교육부는 5극3특 발전전략에 맞춰 지방정부 간 협업 기반의 초광역 단위 사업을 2천억 원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극3특 권역별 공유대학 모델을 도입하고, 성장엔진 분야별로 지역·기업·대학 협업 모델을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17개 시·도 단위 운영만으로는 지역 인재양성과 산업 연계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인식 위에 서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사업 범위를 넓히는 일이 아니다. 실제 생활권과 산업권, 기업 수요와 인재 이동이 행정경계를 넘나든다는 현실을 정책 구조 안에 넣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방정부 중심 지원은 지역 자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시·도별 칸막이를 강화하는 결과도 낳을 수 있었다. 초광역 전환은 이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지역대학 정책의 공간 단위를 행정지도에서 산업지도 쪽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이 점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같은 시·도 안에서만 경쟁하고 협력하던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환경이 오기 때문이다. 권역 안에서 어떤 대학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누가 거점이 되고 누가 특화 기능을 담당할 것인지, 어떤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서로 연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사업의 단위가 개별 대학에서 대학 간 연합과 지역 간 협업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 2026년 개편은 아직 그 출발선이지만, 방향 자체는 이미 상당히 선명하다.

지방정부와 대학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나

라이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가 주목받았다면, 앵커 전환에서는 지방정부와 대학의 관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정부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업을 추진했는지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정부가 예산을 교부하는 기관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되고, 대학과 함께 전략을 짜고 성과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구조는 대학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더 이상 중앙부처의 공모사업을 대학이 단독으로 기획해 따오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방정부의 지역발전 전략과 대학의 강점, 산업 수요와 학생 경로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성과평가가 지방정부 단위로 먼저 이뤄지고, 그 결과가 다시 지역 내 대학 지원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대학은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행정 협조 수준이 아니라 공동 설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커졌다.

이 점에서 2026년 개편은 대학의 자율성이 줄어드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지역대학이 지방정부와 지역산업을 상대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더 선명하게 제안할 수 있는 대학이라면, 이전보다 더 큰 자율성을 확보할 여지도 생긴다. 문제는 모든 대학이 그 정도의 기획력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은 대학 간 역량 차이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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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와 재배분은 누구에게 기회이고 누구에게 부담인가

앵커 전환은 분명한 기회이면서 동시에 분명한 부담이다. 기회가 되는 쪽은 학생 취업과 지역 정주, 기업 협업, 초광역 연계라는 기준을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학들이다. 이들은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성과 기반 재배분 구조 속에서 더 많은 자원을 끌어올 여지가 있다. 특히 계약학과나 현장실습, 창업과 기술사업화, 권역 연합 교육·연구처럼 구체적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분야는 앞으로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부담이 커지는 쪽은 지역 안배 논리 속에서 최소한의 참여를 유지해왔던 대학들이다. 이제는 그 참여를 당연하게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성과 미흡과 비효율, 분절적 운영이 정책 문서에서 직접 문제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역시 평가 결과와 환류 예산 규모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지역 안의 모든 대학을 비슷한 수준으로 품는 방식에서 점차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지역 내 대학 간 격차는 더 직접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다만 이 흐름을 단순히 경쟁의 심화로만 읽는 것도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지역대학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업을 해왔는가”보다 “학생과 지역이 실제로 무엇을 얻는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앵커 체계는 대학을 살리기 위한 보호막이 아니라, 지역 성장에 기여하는 대학을 더 선명하게 가려내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버틸 수 있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지역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셈이다.

정리하면 2026년의 변화는 라이즈가 앵커로 이름을 바꿨다는 사실보다, 지역대학 정책의 규칙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성과평가와 환류 예산 4천억 원, 학생 체감형 과제 중심 재편, 2천억 원 규모의 초광역 사업 추진, 5극3특 권역별 공유대학과 성장엔진 협업 모델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은 계속되지만, 그 지원이 정주 인재를 만들 수 있는지 더 엄격하게 묻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편은 행정적 조정보다 정책적 선별의 성격이 강하다. 누구에게나 일정하게 자원을 나누는 구조에서, 성과와 전략에 따라 다시 배분하는 구조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는 더 이상 대학 내부의 절차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학생의 취업, 지역과의 연결, 산업 수요 대응, 권역 단위 협업이라는 더 구체적인 언어로 제시돼야 한다. 앵커 전환은 바로 그 언어를 대학에 요구하고 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 변화가 대학 현장에 어떤 전략을 요구하는지 본격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유대학과 성장엔진 모델은 누구에게 유리할지, 계약학과와 현장실습은 어떻게 달라질지, 전문대와 지방 사립대, 거점국립대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대학은 왜 이제 지역의 닻이 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이번 개편이 단순한 구조조정 신호가 아니라, 지역대학의 역할을 다시 쓰는 과정이라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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