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의 병목은 공정 분리에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대개 질소와 산소가 섞인 희석 상태여서, 포집과 전환을 각각 수행해야 했고 그만큼 비용과 에너지 손실이 뒤따랐다. 이 구조를 전극 단위에서 해소한 연구 성과가 나왔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는 희석된 CO₂ 환경에서도 포집과 전기화학적 전환을 하나의 전극 구조 안에서 연속 수행하는 전극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월 22일 밝혔다.
연구진은 산업 배출가스와 유사한 조건에서 별도의 분리 공정 없이 CO₂를 바로 전환할 수 있는 설계를 제시했다. 핵심은 전극 내부를 기능별로 분화한 다층 구조다. CO₂를 선택적으로 붙잡는 다공성 탄소층, CO₂를 개미산(formic acid)으로 환원하는 주석 산화물(SnO₂) 촉매층, 그리고 기체 확산과 전자 전달을 담당하는 탄소 종이층을 순차 배치해 포집과 전환이 전극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개미산은 액체 형태로 저장·취급이 비교적 용이해 CO₂를 활용 가능한 화학물질로 바꾸는 경로로 주목받는다.
성능 검증은 실제 적용을 염두에 둔 조건에서 이뤄졌다. 연구 결과, CO₂ 15%·산소 8%·질소 77%로 구성된 모사 배기가스에서도 안정적인 개미산 생성이 확인됐고, 대기 수준에 가까운 약 400ppm의 낮은 CO₂ 농도에서도 반응이 가능했다. 이는 포집–전환을 분리하지 않고도 희석된 CO₂를 직접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설계 원리의 타당성은 실험과 이론 분석으로 동시에 뒷받침됐다. 연구진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과 이론 계산을 병행해 전극 내부에서 CO₂와 산소의 이동·흡착 거동을 분석했고, 전극 각 층의 역할과 배치가 전환 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는 학부 연구 참여도 포함돼 교육·연구의 연계 측면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연구를 이끈 최원용 교수는 포집과 전환이 반드시 분리된 공정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실증한 연구라며, 실제 배기가스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단순한 CO₂ 활용 경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오명환 교수는 기체상 CO₂가 액체상 개미산으로 전환되는 전기화학 반응에 최적화된 전극 구조와 설계 원리를 제시한 점을 이번 성과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번 기술은 대규모 플랜트뿐 아니라 소규모 산업 시설이나 분산형 배출원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 포집 설비와 전환 장치를 분리 구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비 단순화와 비용 절감 여지가 크다. 연구진은 촉매와 탄소 소재 설계를 확장하면 다양한 탄소 전환 반응으로 응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감축의 실효성은 기술의 정교함보다 현장 적합성에 달려 있다. 켄텍의 이번 전극 기술은 희석된 CO₂라는 현실 조건을 정면으로 다루며, 포집과 전환의 경계를 전극 하나로 접었다. 공정 단순화가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탄소 활용 기술의 상용화 논의를 한 단계 앞당기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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