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PLA 미세플라스틱 모두 큰물벼룩 성장 저해… 전사체 분석으로 플라스틱 종류별 독성 경로 차이 규명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기존 미세플라스틱과 생분해성 미세플라스틱이 모두 수생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면서도, 분자 수준에서는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 않아 폐기물 문제를 일으키는 기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있고, 그 독성 영향은 기존 미세플라스틱과 비슷하거나 더 클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실제 생태 영향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기존 플라스틱인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LA(polylactic acid)에서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담수 생태계의 대표적인 동물성 플랑크톤인 큰물벼룩(Daphnia magna)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특히 생태독성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성장, 생식 등 개체 수준의 독성 지표뿐 아니라 전사체 분석을 병행해 미세플라스틱의 장기적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들여다봤다. 전사체란 생물체 또는 그 일부에서 유전자가 발현된 모든 RNA 분자의 총체를 말한다.
연구 결과, 생분해성 PLA 미세플라스틱도 기존 PET 미세플라스틱처럼 수생생물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전사체 분석에서는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분자 수준의 독성 영향이 뚜렷이 다르게 나타났다.
PLA에 노출된 큰물벼룩은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 이른바 산화스트레스와 이를 해독하려는 체내 방어 유전자들이 광범위하게 활성화됐다. 반면 PET의 경우에는 생체 구조 형성과 물질 이동을 담당하는 수송 기능의 억제가 두드러졌고, 유전 정보를 읽고 가공해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합성·통제하는 전사 및 전사후 조절 과정의 변화가 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미세플라스틱의 독성 영향을 그 기저에 있는 분자적 경로를 통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에 일으키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성장·생식 같은 개체 수준의 독성 지표를 유전자 발현 등 분자 수준의 정보와 통합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진호 교수가 교신저자로, 닉 누르히다유 닉 무트(Nik Nurhidayu Nik Mut)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Pollution'(IF=7.2) 온라인에 7월 2일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결과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의 무조건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친환경 소재로 분류되더라도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환경에 유출될 경우 수생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소재 개발과 함께 생태독성 평가 체계를 분자 수준까지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연구와 정책 수립에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 #생분해성플라스틱 #미세플라스틱 #전사체분석 #수생생태계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