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백금 촉매의 4분의 1 수준 귀금속으로 유사한 수소 생산 성능… 귀금속 질량당 활성 약 4배, 500시간 운전 안정성도 확인
카이스트(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 연구팀이 화학과 김형준 교수, 건국대학교 이장용 교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문준희 박사 연구팀, 한국화학연구원(KRICT) 김성준 박사와 공동으로 ‘원자층 이웃체’ 구조를 적용한 고성능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귀금속인 루테늄 원자 서너 개를 모아 배치해 서로 힘을 합치도록 한 이 촉매는 상용 백금 촉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귀금속만 쓰고도 비슷한 수소 생산 성능을 내, 그린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출 가능성을 보였다.
수전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기술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줄인 그린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수소 생성 반응을 돕는 촉매에 값비싼 귀금속이 쓰이기 때문에, 귀금속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이 요구돼 왔다.
기존 귀금속 나노입자 촉매는 여러 원자가 덩어리로 모여 있어 안쪽에 묻힌 원자까지 반응에 참여하기 어렵다. 비싼 재료를 쓰고도 일부만 활용하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을 원자 하나씩 떨어뜨려 배치하는 단일원자 촉매가 연구돼 왔지만, 원자들이 함께 반응을 도와야 하는 경우에는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원자를 낭비 없이 쓰면서 이웃한 원자끼리 협력하게 하는 방법에 주목해, 루테늄(Ru) 원자 몇 개를 원자 한 층 두께로 모아 배치한 원자층 이웃체를 만들었다. 원자들이 큰 덩어리로 뭉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가까이에서 반응을 돕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론 계산과 실험 결과 이웃한 루테늄 원자가 수소가 두 금속 원자 사이에 걸쳐 결합하는 가교 흡착 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루테늄 원자 3~4개가 이웃한 국소 구조에서 가장 높은 활성이 나타났다.
루테늄 원자들이 모인 구조를 유지하려면 원자를 받쳐주는 지지체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소수성 루테늄 전구체와 블록 공중합체의 분자 상호작용을 이용해 합성 초기 단계에서 원자들이 큰 덩어리로 뭉치는 것을 억제했고, 약 900도 열처리 과정에서는 텅스텐 탄화물(WCₓ) 지지체에 단단히 붙도록 했다. 함께 모이는 원자의 수는 전구체 투입량으로 조절해 수소를 잘 만드는 구조를 찾았다. 원자 주변에서 물이 반응하는 환경도 개선해, 지지체 표면의 수산화종(OH)이 물 분자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고 수소가 더 빠르게 전달되도록 했다. 유사한 루테늄 원자 구조를 탄소 지지체에 담지한 비교 시료보다 개발 촉매의 활성이 높아, 수소 흡착을 조절하는 이웃체와 수소 전달을 돕는 지지체의 기능이 함께 중요함을 뒷받침했다.
개발한 촉매를 실제 수소 생산 장치인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셀에 적용한 결과, 80도, 셀 전압 2.0볼트(V)에서 제곱센티미터당 9.82암페어(A/cm²)의 전류밀도를 기록했다. 전류밀도는 전극 면적당 흐르는 전류의 크기로, 단위 면적에서 수소를 얼마나 빠르게 생산하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귀금속 사용량이 4배인 백금 촉매 셀이 9.77A/cm²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귀금속을 75% 줄이고도 비슷한 성능을 낸 셈이며, 같은 무게의 귀금속이 발휘하는 촉매 성능은 약 4배 높았다. 운전 온도를 낮춘 60도, 1.8V 조건에서도 3.65A/cm²를 달성해 미국 에너지부(DOE)가 양성자 교환막 수전해 기술에 제시한 2026년 성능 목표인 ‘1.8V에서 3.0A/cm²’를 음이온 교환막 단위 셀에서 웃돌았다.
내구성도 확인했다. 60도, 1.0A/cm² 조건에서 500시간 연속 운전한 뒤 성능 저하 폭이 비교 대상 백금 촉매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운전 후 분석에서는 루테늄의 이동과 응집이 억제된 것으로 나타나, 지지체와의 강한 결합이 원자층 구조의 안정화와 내구성에 기여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번 성과는 수소 생산 장치에 들어가는 비싼 재료를 줄이고 촉매 교체와 유지관리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생산 설비와 장기간 운전에서도 성능이 유지되는지 확인된다면 그린 수소를 더 저렴하게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같은 합성 원리를 이리듐에 적용했을 때도 원자층 이웃체와 유사한 구조가 안정화됨을 확인해, 다른 귀금속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공동 제1저자인 김성빈 연구교수는 “이번 연구는 귀금속 원자 몇 개를 모아 배치하고, 그 주변에서 물이 반응하는 환경도 개선해 적은 귀금속으로 수소를 잘 만들고 성능도 오래 유지하도록 한 것”이라며 “앞으로 수소 생산 장치에 들어가는 귀금속을 줄이고, 다른 촉매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에도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카이스트 김성빈 연구교수, 전현우 연구원, 박지혜 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준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9월 22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사업, 국가수소중점연구실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사업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주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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