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AI가, 감동은 인간이? – 우리는 AI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까?

크라켄과 넷플릭스 사례로 본 생성형 AI 영화 제작의 현재와 쟁점 : AI가 만든 영화, 더는 상상이 아니다

AI가 영화의 주연으로, 감독으로, 심지어 제작 전체를 책임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변화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가설이 아니다. 2025년 공개 예정인 단편영화 ‘Kraken’은 인간 감독이 AI 기술만을 활용해 제작한 대표적인 사례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영화 제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도 자사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하며, 영상 제작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적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Kraken’을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Ascanio Malgarini는 시각효과(VFX) 전문가이자 실험적 창작자다. 그는 MidJourney, Runway, Sora 등 다양한 생성형 AI 툴을 사용해, 전통적인 촬영 없이 영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작업은 결코 창의적 통제력이 보장된 창작이 아니었다. 그는 “AI에게 연출을 지시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며, 생성된 영상들을 마치 다큐멘터리 편집자처럼 수집하고 조합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이는 AI가 창작의 ‘도구’를 넘어 ‘제안자’ 역할을 하면서도, 인간 감독이 의도한 정확성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플릭스, AI를 쓰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거인 넷플릭스 역시 생성형 AI 도입을 본격화했다. 아르헨티나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SF 시리즈 『El Eternauta』의 제작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건물 붕괴 장면을 생성형 AI를 통해 제작했다. 이로써 제작 시간과 예산을 절감했지만,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넘어 시각적 이미지 자체까지 AI에 의존하게 되는 전환점을 맞았다. 제작진은 “특수효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창의적 한계도 넓어졌다”고 평가했지만, 일부 시청자는 영상의 비현실적 질감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반응도 내놓았다.

AI로 생성된 이미지나 영상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서적 이질감을 느낀다. 이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으로 불리는 감각적 반응이며, 영상의 사실성보다는 감정적 진정성이 결여되었을 때 발생한다. 실제로 AI가 만든 영화 장면에 대해 “불편하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관객 반응이 여러 작품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AI 영상 콘텐츠가 대중적 공감을 얻기까지 넘어야 할 심리적 장벽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기술이 영상 제작에 본격 도입되면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인간 창작자들이다. 작가, 감독, 배우 등은 AI에 의한 대체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우려를 품고 있다. 특히 2023년 할리우드 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SAG-AFTRA)이 파업 당시, AI 기술 사용 범위를 주요 쟁점으로 삼은 것도 이 맥락에서다. AI가 만들어낸 시나리오나 목소리, 얼굴이 기존 창작자들의 몫을 침범할 경우, 노동의 권리와 창작의 권한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서둘러 규정 짓지 않는 태도’

AI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철학적이자 법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지금까지의 법 체계는 인간만이 저작권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AI가 실질적으로 창작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 그 결과물의 책임과 권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전 세계적으로 논쟁 중이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관객과 만나고 수익을 창출하는 상황에서, ‘창작자’라는 개념의 재정의는 불가피하다. AI 영화 제작은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에 있지만, 그 기술적 진보보다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정비는 훨씬 더딘 상태다. AI는 분명 창작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도구가 어디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고, 또 대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기술이 먼저 답을 제시하고 인간이 뒤따라 규범을 설계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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