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자립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오랫동안 정책과 연구 현장에서 반복돼 온 질문이다. 그동안 평가는 주로 ‘부품 국산화율’이라는 단일 지표에 의존해 왔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기술 통제 리스크가 상수가 된 환경에서는 이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짚고 새로운 평가 틀을 제시한 연구가 대학 교육 현장에서 나왔다. 전북대학교 학생들이 무기체계 전반의 실질적 자립 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무기체계 자립도’ 지표를 제안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대 방위산업 융합과정에 재학 중인 고동현·신채이 학생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논문을 국내 방위산업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한국방위산업학회지(연구재단 등재지)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부품 국산화율 지표가 완제품 또는 개별 부품 중심의 단일 수치에 머물러 왔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대체·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이 제안한 ‘무기체계 자립도’의 핵심은 평가 축의 전환이다. 기존 지표가 ‘얼마나 많은 부품을 국내에서 만들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지표는 소재(Material)·부품(Component)·기술(Technology)을 세 개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여기에 공급망 집중도와 특정 국가 의존도를 가중치로 반영함으로써, 단순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기술 통제 위험과 산업 구조의 취약성까지 평가 범위에 포함시켰다.
연구는 기존 국산화율 지표가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 소재와 원천기술의 취약성, 공급망 구조와 기술 통제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정책 판단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첨단 소재와 핵심 기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지표 개선을 넘어, 방위산업 자립 전략의 설계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문제 제기다.
이번 연구는 일반 산업 분야에서 활용돼 온 자립도 분석 기법을 방위산업 특성에 맞게 수정·적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연구진은 방위산업에 특화된 자립도 개념과 분석 틀을 정립하고, 세부 지표들을 하나의 복합 지표로 통합함으로써 무기체계 자립 수준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국내 무기 개발과 국산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보다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 성과는 2025년 신설된 전북대 방위산업 융합전공 교육과정의 가시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고동현·신채이 학생은 재학 중 방산정책과 첨단기술, 글로벌 역량을 아우르는 교과목을 이수하고, 방위사업청 국방사업관리사 국가자격증 과정과 K-방산 포럼, 전문가 특강 등에 참여하며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켜 왔다. 연구는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장원준 교수의 지도 아래 수행됐다.

학생 연구진은 향후 실제 무기체계 데이터를 적용한 실증 분석으로 연구를 확장해, 대한민국 방위산업 자립 수준을 보다 정확하고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교육–연구–정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대학 차원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방위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기술 경쟁과 공급망 경쟁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얼마나 국내에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자립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전북대 학생들이 제시한 ‘무기체계 자립도’ 지표는 방위산업 자립을 보다 현실적으로 진단하려는 시도로, 향후 정책 논의와 학술 연구에서 하나의 기준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북대학교 #방위산업 #무기체계자립도 #K방산 #공급망안정 #방산교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