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빛 동시 출력 ‘이중 시냅스’…고려대, AI 멀티태스킹 한계 넘다

하나의 인공 시냅스로 병렬 학습 구현…GPU 대비 에너지 최대 32배 절감

AI 반도체의 병목은 연산 속도보다 구조에 있다. 기존 시스템은 하나의 작업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돼 여러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려면 연산을 나누거나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인공 시냅스 구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 왕건욱 교수 연구팀은 전기 신호와 빛 신호를 동시에 출력하는 ‘이중 출력 인공 시냅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나의 시냅스 소자에서 두 종류의 출력을 독립적인 학습 경로로 활용하면서도 동일한 학습 상태를 공유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AI 작업을 하나의 하드웨어에서 병렬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연구 성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IF 12.5)에 2월 20일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Electroluminescent Perovskite QD-based Neural Networks for Energy-efficient and Accelerate Multitasking Learning”이다.

인간의 뇌는 하나의 신경망으로 여러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에너지 소모가 적다. 반면 기존 AI 반도체는 작업별로 연산을 반복하거나 시냅스를 추가 배열해야 해 구조적 비효율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전계발광(빛) 출력과 전류 출력이라는 두 신호를 동시에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첨부 이미지에 제시된 것처럼, 전계발광 시냅스 어레이와 인공 뇌에서 영감을 받은 멀티태스킹 학습 아키텍처가 결합된 형태다.

실험 결과, 이 인공 시냅스는 1,000단계 이상의 안정적인 시냅스 상태를 유지하며 반복 학습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학습하더라도 기존 학습 정보가 쉽게 소실되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성능 측면에서도 개선 폭이 뚜렷했다.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계산 속도는 기존 단일 작업 방식 대비 최대 47% 향상됐고, 이미지 재구성 작업에서도 약 29%의 속도 개선을 보였다. 에너지 효율은 GPU 기반 AI 가속기 대비 최대 32.4배까지 절감 가능함을 확인했다. 고속·저전력 AI 시스템 구현을 위한 하드웨어 수준의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왕건욱 교수는 이번 연구가 멀티태스킹 AI를 위한 새로운 하드웨어 구조를 제안한 것이라며, 로보틱스·의료·헬스케어·자율주행 등 복합적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AI 알고리즘 개선이 아닌, 시냅스 소자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 병렬 학습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멀티태스킹 AI 시대에 하드웨어 혁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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