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 기반 정밀 위치 기술 개발… GPS 한계 넘어 ‘위치 주권’ 경쟁 본격화
위치 정보는 더 이상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다. 자율주행과 물류, 금융, 안전까지 연결되는 핵심 데이터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누가 구축하고 통제하느냐가 새로운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다. KAIST 전산학부 한동수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폰의 와이파이(Wi-Fi) 신호와 실제 주소 정보를 결합해 전국 단위의 정밀 위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위치 서비스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 주권’ 확보 기술로 평가된다.
기존 위치 서비스는 위성 기반 GPS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GPS는 실내나 지하, 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Wi-Fi 신호에 주목했다. 특정 공간마다 서로 다른 무선 신호 패턴을 이용해 위치를 추정하는 ‘라디오맵(신호 지문 지도)’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별도의 장비나 추가 인프라 없이도 위치 정보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사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집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국 단위 확장도 가능하다.
기존 라디오맵 기술은 주로 건물 단위에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를 도시를 넘어 국가 단위로 확장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집된 Wi-Fi 신호와 실제 주소 정보를 자동으로 결합하면, 장소마다 고유한 신호 패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 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위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구조다.
이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그 의미에 있다. 현재 전 세계 위치 데이터는 구글과 애플 등 소수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국내 역시 이들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국가 단위 라디오맵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위치 데이터를 국가 차원의 핵심 자산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정밀지도 해외 반출 논란과 맞물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치 인프라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술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응급 상황에서 위치 오차를 줄여 실종자 수색의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수 있고, 특정 위치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위치 기반 인증 기술로 활용될 경우 금융 보안에도 적용 가능하다. 또 자율주행과 로봇, 물류 등 미래 산업에서도 정밀 위치 데이터는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한동수 교수는 국가 단위 라디오맵 구축은 특정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와 통신사, 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치 인프라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 데이터 주권과 직결된 핵심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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