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감독의 신작 ‘악마가 이사왔다’는 2019년 흥행작 ‘엑시트’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임윤아와 안보현이 주연을 맡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오컬트 요소를 결합했다. 개봉 첫날인 8월 13일, 전국에서 약 4만 8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관객들은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만족하며 나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메시지 대신, 웃음과 따뜻한 감정으로 채워진 영화라는 점에서 휴가철 가볍게 즐기기 좋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길구(안보현)가 살고 있는 동네에 선지(임윤아)와 그 가족이 이사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지는 정셋빵집을 운영하며 낮에는 프랑스어를 배우러 다니는 평범한 청년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벽이 되면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한다. 그 이유는 선지의 몸 안에 스며든 혼령, 문영 때문이다. 문영은 스스로를 ‘상급 악마’라고 부르며, 선지를 누구보다 아끼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지시를 따르도록 강요한다. 거부하면 선지를 해치겠다는 협박이 뒤따르기에,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문영의 명령을 따른다. 이로써 선지는 자신도 모르는 이중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선지에게 첫눈에 반한 길구는 어느 날 그녀의 다른 모습을 목격하고 의문을 품는다. 마침 허리를 다친 선지의 아버지가 길구에게 새벽마다 선지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부탁하면서, 그는 악마로 변한 선지와 매일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길구는 문영의 사연을 듣게 되고, 선지와 문영 모두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나선다. 결국 문영은 안전한 곳으로 떠나고, 선지와 길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예측 가능한 전개, 그러나 무해한 편안함
작품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른다. ‘비밀을 간직한 인물’과 ‘점차 가까워지는 관계’, 그리고 ‘감정의 절정과 해소’라는 익숙한 흐름이 반복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관객에게 편안함으로 작용한다. 관객은 불필요한 긴장 없이 캐릭터와 장면 속에 몰입할 수 있고, 코믹한 상황과 따뜻한 분위기는 극 전반의 템포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와 오컬트의 결합이라는 낯선 조합이 주는 신선함이 영화의 개성을 살린다.
임윤아는 낮에는 사랑스러운 파티시에, 새벽에는 혼령이 깃든 악마로 변하는 선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표정과 말투의 미세한 변화로 두 얼굴의 경계를 오가며,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안보현은 길구를 ‘선하고 성실하지만 어딘가 허술한 인물’로 그려낸다. 특히 새벽마다 악마로 변한 선지를 돌보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인간미와 유머가 묻어난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영화 전반에 밝고 경쾌한 리듬을 부여한다.
일부 관객은 초반 전개의 속도가 느리고, 후반부 감정선이 다소 과잉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2000년대식 로맨틱 코미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가 전달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가벼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다. 이야기의 규모나 메시지가 크진 않지만, 소소한 웃음과 따뜻한 감정이 남는다. 영화를 본 경험은 마치 경품으로 받은 즉석복권을 긁었는데 1만 원이 당첨된 순간과 같다. 대단한 횡재는 아니지만,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드는 소소한 행운 같은 작품이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여름 극장가에서 부담 없이 웃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할 만하다. 전형적인 구조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매력, 장르적 신선함, 그리고 따뜻한 감정선이 어우러져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이상근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밝고 유쾌한 영화’가 여전히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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