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 평생교육] ① 청년만 보는 교육의 끝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수요자 중심 평생직업교육 체제 전환을 위한 정책 제언: 해외사례 분석」은 한국의 평생교육 정책을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한다. 교육은 여전히 청년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가, 아니면 이미 달라진 인구·노동 구조를 전제로 재구성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이 보고서는 싱가포르와 핀란드 사례를 통해 성인학습자를 국가 인적자원 정책의 핵심 수요자로 재정의한 국가들의 선택을 추적하며, 한국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체계가 서 있는 지점을 점검한다.

한국의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정책은 오랫동안 하나의 전제를 공유해왔다. 교육의 중심 수요자는 청년이며, 성인 대상 교육은 보완적 영역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전제는 학령인구가 안정적이던 시기에는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가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산업과 직무의 수명이 급격히 짧아진 지금, 이 전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교육 수요의 중심은 이미 청년층을 넘어 전 연령대로 이동하고 있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의 평생·직업교육 전달체계는 공급자 중심 구조와 부처 간 분절 운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지방정부가 각각 별도의 사업과 재정 구조를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성인 학습자가 자신의 경력 단계와 목표에 맞는 학습경로를 한눈에 파악하거나 체계적으로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고용보험기금 기반 직업훈련은 주로 민간 훈련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대학은 제한적으로만 참여한다. 평생교육이용권 역시 사용 기관과 기간의 제약으로 인해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학령인구 감소로 존립 위기에 놓인 지역대학의 상황과도 맞물린다. 입학자원 감소는 단순한 학생 수 문제를 넘어, 대학의 기능과 역할 자체를 재검토하라는 신호에 가깝다. 성인 인구 비중이 확대되고, 재직자와 중장년층의 역량 재설계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여전히 학위 중심·청년 중심 체제에 머문다면 사회 전체의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평생교육은 선택적 확장이 아니라, 고등교육 체제 전반을 재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등장한다.

성인학습자를 다시 정의한 국가들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 전환 압력이 먼저 도달한 국가들은 교육 정책의 출발점을 다르게 설정했다. 이들 국가에서 평생교육은 특정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 정책이 아니라, 성인 인구 전체의 경력 유지와 전환을 뒷받침하는 국가 인적자원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저숙련 노동자뿐 아니라 고숙련 재직자, 중장년층, 고령층까지를 동일한 정책 범주 안에서 포괄하며, 노동시장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교육 정책의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교육 대상의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 학력이나 소속 교육기관을 기준으로 학습자를 분류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경력 단계와 보유 역량, 향후 목표 역량을 중심으로 학습경로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 틀이 이동했다. 성인이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교육체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책 설계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되었고, 교육과 훈련, 고용 정책 간 경계는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① 국가 주도로 설계된 평생학습, 싱가포르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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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싱가포르는 평생학습을 산업 전략과 직접적으로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교육부(MOE), 고용부(MOM), SkillsFuture Singapore(SSG), Workforce Singapore(WSG) 등 핵심 기관이 참여하는 중앙집중적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정책 기획과 집행, 재정 지원, 품질 관리, 자격체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했다. 이 체계의 중심에는 직무 기반 역량체계와 개인 단위 학습 선택을 결합한 SkillsFuture 제도가 놓여 있다. 개인은 자신의 경력 단계와 직무 전환 계획에 따라 학습 과정을 선택하고, 국가는 학습비 지원과 과정 인증, 품질 관리를 담당한다. 단기 재교육 프로그램부터 모듈형 교육, 현장 기반 학습까지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누적·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전일제 재교육 참여자에게는 훈련 수당을 제공해 직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완화했다. 평생직업교육훈련을 시장에 맡기기보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실행력과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강한 효과를 발휘했다.

② 분권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핀란드의 경로

핀란드는 싱가포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목표에 접근했다. 중앙정부는 정책 방향과 제도적 틀을 제시하되, 교육 제공과 운영의 상당 부분을 지역과 교육기관 단위에 맡기는 분권형 거버넌스를 선택했다. 국가자격체계(FiNQF)를 통해 학습 성과를 공통 기준으로 연결하고, 개인역량개발계획(HOKS)을 통해 학습자별 맞춤 경로를 설계하며, 선행학습경험인정(RPL) 제도를 통해 비형식·비공식 학습까지 제도권 안으로 포괄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 정책은 노동시장 정책, 산업 정책과 긴밀히 연동되었다. 정부·노동조합·산업계가 정책 설계와 제도 운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삼자 협의(tripartite cooperation) 전통은 직업교육 개편과 자격체계 개정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습 수요와 노동시장 변화, 교육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을 반복적으로 평가·개선하는 순환 구조 역시 핀란드 체계의 핵심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 다른 모델, 같은 질문

싱가포르와 핀란드는 평생교육을 설계하는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정책 기획과 집행, 재정 지원과 품질 관리를 일원화하는 중앙집중 모델을 선택했고, 핀란드는 제도적 틀은 중앙에서 마련하되 실행은 지역과 교육기관의 자율에 맡기는 분권형 모델을 구축했다. 하나는 강한 국가 조정력을, 다른 하나는 사회적 신뢰와 합의를 전제로 작동하는 체계다. 그러나 두 모델은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두 국가 모두 평생교육을 특정 집단을 위한 보조 정책이 아니라, 성인 인구 전체의 경력 유지와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제도로 인식했다. 학습자의 학력이나 소속 기관이 아니라, 경력 단계와 보유 역량, 목표 역량을 기준으로 학습경로를 설계하고, 성인이 생애 어느 시점에서도 교육체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 역시 공통적이다. 전달체계와 거버넌스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학습자의 실제 이동과 선택을 기준으로 재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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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한국의 평생교육 정책은 여전히 공급자와 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성인학습자의 경력 전환을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지원하기보다는 단기 사업과 개별 프로그램의 집합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등교육과 직업훈련, 평생교육이 제도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성인이 자신의 경력 단계에 맞는 학습경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지역대학의 역할은 이 구조 속에서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평생교육 참여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위 중심 체제의 보완 기능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성인학습자를 ‘부가적인 교육 참여자’가 아니라 주요 교육 수요자로 전제하지 않는 한, 지역대학이 경력 전환과 역량 재설계의 거점으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평생교육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대학 구조조정이나 단기 재정 지원의 문제로 환원될수록, 이 지점은 더욱 흐려진다.

평생교육을 둘러싼 논의는 종종 ‘얼마나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핀란드의 사례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핵심은 양적 확대가 아니라, 교육 수요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학습경로를 설계하며, 전달체계와 거버넌스를 어떤 원리 위에 올려놓을 것인가에 있다. 성인학습자를 국가 인적자원 정책의 핵심 수요자로 재정의하지 않는 한, 평생교육은 언제나 주변부 정책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연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청년 이후의 교육은 어디에 있으며, 성인의 경력 전환은 어떤 제도적 조건 위에서 가능해지는가. 다음 회차에서는 국가가 평생학습을 전략적으로 설계한 싱가포르 사례를 중심으로, 중앙집중형 모델이 어떤 효과와 한계를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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