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학입시는 겉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는 해’에 가깝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이라는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어, 각 대학 역시 전형 틀 자체를 뒤흔들기보다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의 입학전형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한 공통 흐름이 드러난다. 학생부 중심 체제는 유지되지만, 그 안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분명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를 구현하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신설 또는 강화, 면접의 성격 변화, 신설 전형의 도입 방식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이 변화들이 향하는 방향은 하나다. 학생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변별을, 수능과 면접을 통해 보완하려는 흐름이다.
■ 서울대학교 | “변화 없음”이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
서울대학교의 2027학년도 입시는 표면적으로는 변화가 거의 없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전략에 가깝다. 서울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신들만의 전형 구조를 완성해 왔고, 2027학년도 역시 이 기조를 유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수시 전형은 지역균형선발과 일반전형으로 나뉜다. 지역균형 전형은 학교별 2명 추천이라는 틀을 유지하며, 서류 기반 면접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함께 요구한다. 수능 최저는 3개 영역 합 7 이내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자격 기준이라기보다 ‘학업 수행 가능성’에 대한 최소 검증 장치에 가깝다. 의예과의 경우에는 제시문 기반 다중미니면접(MMI)을 실시해, 전공 적합성과 사고력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한다. 일반전형은 수능 최저를 두지 않는다. 대신 제시문 기반의 심층 면접, 이른바 교과 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다. 서울대가 수능을 배제한 전형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잃지 않는 이유는, 이 면접이 사실상 고난도의 학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변화 없음’은 안정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변별 구조에 대한 자신감에 가깝다.
■ 연세대학교 · 고려대학교 | 높은 수능 최저가 말해주는 것
연세대와 고려대는 2027학년도에도 ‘높은 수능 최저’라는 공통된 선택을 이어간다. 이는 두 대학이 학생부만으로는 상위권 변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연세대학교는 무전공 모집단위인 ‘진리자유학부’를 신설해 대규모 선발을 진행한다. 이는 단순한 전공 실험이 아니라, 입학 이후 교육과정에서 학생을 재배치할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 선택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성은 입학 단계에서의 엄격한 선발을 전제로 한다. 논술 전형에서는 자연·통합계열 논술에 과학 제시문을 다시 도입해 부담을 높였고, 학생부종합(국제형) 전형에서는 1단계 선발 배수를 확대해 면접 변별력을 강화했다.
고려대학교 역시 전형별 성격을 더욱 명확히 했다. 학업우수형은 매우 높은 수능 최저를 요구하며, 사실상 수능 중심 전형에 가깝게 운영된다. 반면 계열적합형은 수능 최저를 두지 않되, 면접 비중을 높여 전공 적합성과 학업 태도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교과 전형인 학교추천에서는 정성평가 요소를 도입해, 단순한 등급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는 교과 전형 역시 더 이상 ‘점수 전형’으로만 운영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 성균관대학교 · 한양대학교 | 수능 강화 흐름이 가장 분명한 대학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2027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강화’ 기조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대학들이다. 성균관대학교는 기존에 수능 최저가 없던 융합인재 전형에 수능 최저(3합 6)를 신설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 학업 역량을 요구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수능 최저 산출 방식에서도 미세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탐구 과목 반영 시 2과목 평균을 기본으로 하되, 과탐 응시자에게는 한 과목만으로 인정하는 방식은 자연계 학생들의 부담을 조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교과 전형에서 재수생 지원을 허용하기 시작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지원자 풀을 넓히려는 현실적 선택이자, 경쟁 구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조치다.
한양대학교는 의예과 학생부종합전형에 면접을 신설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납치’ 가능성을 줄이고, 실제 학업 수행 능력을 보다 정교하게 검증하려는 목적이다. 또한 수능 최저가 없는 서류형보다, 수능 최저가 있는 추천형의 선발 인원을 늘린 점은 수능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선택으로 해석된다.
■ 중앙대학교 · 경희대학교 | 신설 전형과 인재상 재정의
중앙대학교와 경희대학교는 2027학년도에 ‘신설’과 ‘정비’라는 키워드를 통해 변화를 시도한다. 중앙대는 성장형 인재 전형을 새롭게 도입하며, 수능 최저(3합 6)를 함께 설정했다. 이는 학업 잠재력을 강조하면서도, 최소한의 수능 학업 역량을 요구하겠다는 절충적 선택이다.
논술 전형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중앙대는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창의형 논술 전형을 신설해, 영재고·과학고 등 특정 집단의 유입을 염두에 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논술 전형 역시 더 이상 획일적으로 운영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경희대학교는 전형 구조 자체보다는 인재상 정비에 집중했다. 교과와 종합 전형의 인재상을 통일하고, 인문학적 소양과 협업 능력을 강조했다. 교과 전형에서 수능 최저 산출 시 탐구 2과목을 반영하는 점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요소다. 이는 단순 등급만으로 접근할 경우 예상치 못한 탈락 가능성을 내포한다.

주요 대학들의 2027학년도 입학전형을 종합하면 메시지는 명확하다. 학생부 중심 체제는 유지되지만, 수능은 다시 중심 무대로 복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을 앞둔 과도기적 선택이 아니라, 이미 누적되어 온 변별 방식의 재정비 과정에 가깝다.
2027학년도 대입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는 단순하다. ‘수시냐 정시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학생부와 수능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주요 대학들의 선택은 이미 그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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