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에서 AI 거점대학까지 – 이재명정부의 고등교육 국정과제

거점국립대 집중 투자, 사립대 구조개혁, AI 혁신과 글로벌 인재 유치… 대학 정책의 향방은 어디로

이재명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고등교육 부문은 비중 있는 위치를 차지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학의 위기, 산업구조 변화와 인공지능 혁명은 한국 대학이 직면한 중대한 도전이다. 정부가 제시한 대학 정책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의제이자, 지역균형 발전과 산업 전환을 견인할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다. 2025년 현재 한국의 고등교육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입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사립대 다수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고, 국립대학은 ‘서열 체제’ 속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격차를 보인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과 AI 혁신이 본격화하면서 대학 교육의 방향은 산업과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국정과제에 담긴 정책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거점국립대 강화와 사립대 구조개혁 –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

정부가 내세운 대표 슬로건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현재 국립대와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 격차는 상당하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국립대의 학생당 지원 단가를 높여 서울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구상은 국립대의 위상을 단순한 지역 교육기관에서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 거점으로 격상시키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국립대가 지역 인재 양성과 지역 산업 혁신의 허브가 되도록 집중 투자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교육·연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가석좌교수 제도다. 학문적 성취가 탁월한 교수들을 선정해 정년(65세) 규정을 초과해서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하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와 여건을 지원한다. 이는 세계적 석학의 연구 활동을 장려하고, 국내 연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석좌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형 제도 도입은 학문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누가 국가석좌교수가 되는가’라는 선정 기준과 투명성이 중요하다. 일부 명망가 중심의 제도로 흐른다면,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 평가와 공개적 절차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ISE의 재편과 사립대 구조조정

거점국립대 강화는 사립대 구조개혁과 직결된다. 정부는 RISE(지역혁신플랫폼)를 재구조화해 국립대–사립대–지역산업의 삼각 협력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초광역 단위의 거버넌스를 구축해 대학 간 교육과정, 교원, 연구 장비를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사립대의 적정규모화를 지원한다. 이는 곧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불가피한 사립대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일부 지방 사립대는 정원 미달과 재정난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단순히 퇴출시키기보다는 국립대와 연계해 교육과정을 나누고 시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기회와 우려를 동시에 품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립대 집중 투자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사립대의 구조조정을 체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립대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사립대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교육 생태계가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수도권 사립대와 지방 사립대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국립대에 대한 과도한 집중 투자가 대학 서열 체제를 완화하기는커녕 새로운 위계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와 ‘서울대급 국립대’가 위에 서고, 나머지 대학은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다. 따라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립대 강화와 사립대 지원이 균형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학생 진로·취창업 지원 – ‘입학부터 취업까지’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또 하나의 핵심 국정과제는 대학생 진로·취창업 지원 강화다. 정부는 대학 생활을 단순한 학문 탐구의 과정으로 한정하지 않고, 입학에서 졸업, 나아가 취업과 창업까지 연결되는 종합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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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지금까지 한국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교육과 진로의 불연속성이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공을 선택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빠르게 변한다. 전공 수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 사이의 괴리가 크다 보니, 졸업생 다수가 재교육이나 학원·부트캠프 과정을 거쳐야 취업이 가능해지는 현실이 발생한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 차원에서부터 진로 설계와 학업을 밀착 연계하도록 유도한다. 신입생 시절부터 진로 상담을 제공하고, 학년별로 전공·교양·현장실습을 아우르는 단계적 커리큘럼을 운영해 학생이 스스로 미래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산학연 협력 강화다. 지금까지도 산학협력단,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 등이 운영되어 왔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국정과제는 산업체와 대학이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해 산업 맞춤형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해당 학과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현장 실습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는 독일의 듀얼시스템이나 일본의 산학일체형 교육과 유사한 모델로, 한국적 현실에 맞게 확장하려는 시도다.

기존 취업지원 제도와의 차별성

사실 대학 취업지원센터나 진로개발센터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많은 경우 단순한 이력서 클리닉이나 모의 면접 훈련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정부안은 교육과정 자체를 취업·창업 연계형으로 설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과 진로 준비 과정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경로 위에 배치된다. 예컨대 AI 융합 전공을 이수하는 학생은 산업체와 협력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필수적으로 거치고, 이 경험이 곧 졸업 후 이력서와 경력으로 연결된다. 또한 정부가 제시한 장기 계획에 따르면, 대학별 취업성과 지표가 국가 차원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정책은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학생들은 졸업 후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학 교육은 사회적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도 따른다. 대학 교육이 취업 훈련소로 전락할 위험이다. 학문 탐구와 교양 교육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강조하는 “입학부터 취업까지” 지원은 양날의 검이다. 교육과 고용의 연결성을 강화하되, 대학의 본질적 기능인 학문 탐구와 인격 형성, 교양 교육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학이 산업 수요와 학문적 자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이중 구조의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일이다.

평생·직업교육과 전문대 역할 – 학령인구 감소 시대의 새로운 축

한국 고등교육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현실 중 하나는 학령인구 감소다.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급감하면서 다수의 지방 사립대가 정원 미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평생·직업교육을 대학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대학을 더 이상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전유물로 두지 않고, 성인 학습자와 직업 전환자에게도 열려 있는 열린 체계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누구나 일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학을 단순한 학위 취득 기관이 아니라, 직무 전환과 경력 개발을 위한 지속적 교육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재직자들이 야간·주말·온라인 과정을 통해 학점을 취득하고, 일정 학점을 모아 학위나 전문 자격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산업체 경력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 직무 경험이 교육 이력으로 공식화되도록 한다. 이는 ‘경험도 학문이다’라는 인식 전환을 제도화하는 시도다.

평생교육 체계의 핵심 축은 전문대학이다. 정부는 직업계고와 전문대 간 학점 연계를 강화해, 고등학교 단계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전문대 진학과 연계되도록 한다. 산업체 경력을 쌓은 뒤 학위 과정으로 복귀하는 ‘순환형 학습 경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직업교육을 사회적으로 ‘차선책’이 아닌 ‘평생 직업 역량 강화의 정규 경로’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전략이다. 유럽의 듀얼시스템처럼 산업 현장과 대학을 오가며 학습하고, 그 성과를 정식 학위로 인정하는 체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교육 철학의 변화만이 아니라 대학 생존 전략과도 직결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빈 강의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성인 학습자의 유입은 대학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지방 전문대학은 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평생교육 허브’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 도시에서는 친환경차 정비와 관련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농업 지역에서는 스마트팜 기술 교육을 개설해 재직자·퇴직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학은 교육 수요층을 청년에서 전 세대로 확장하고,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결되는 구조를 통해 존속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전문대학은 그간 4년제 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평생학습 사회로의 전환은 오히려 전문대학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 실무 중심 교육, 단기 집중 과정, 산업 맞춤형 교육이라는 강점을 살리면 전문대학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전문대 졸업장은 4년제 학위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 또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단순 ‘재교육 코스’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교육 품질 관리와 학문적 엄밀성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문대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단순히 4년제의 축소판이 아니라, 산업 사회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 고등교육 혁신 – 인공지능과 기초학문의 균형

이재명정부의 고등교육 국정과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영역은 단연 AI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 혁신이다. 정부는 대학 교육과 연구의 중심을 인공지능과 융합기술에 두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과 산업 혁신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정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AI+X 융합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X는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예술 등 모든 학문 분야를 의미한다. 즉, 인공지능을 하나의 전공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전공과 접목되는 기초 역량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법학과에서는 ‘AI와 법률 기술’을, 의학과에서는 ‘AI 진단 시스템’을, 예술학과에서는 ‘AI 창작 툴’을 교육과정에 편입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대학 정원을 늘려 AI 관련 학과나 융합 전공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기업·산업계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커리큘럼을 지원한다.

정책의 중심에는 AI 거점대학이 있다. 이는 특정 대학을 지역별·분야별 AI 연구·교육 허브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이다. 미국의 MIT나 스탠퍼드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 중심이 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AI 인재를 길러내는 거점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BK21 교육연구단 역시 AI 분야로 확대 편성된다. 이를 통해 대학원 단계에서부터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석·박사급 연구자가 산업과 학계 모두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시에 산업 수요 기반 계약학과도 늘려 기업 맞춤형 인재 공급 체계를 강화한다.

그러나 정부는 단순히 AI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기초학문과 인문학 지원 확대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AI 시대일수록 인간다움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구체적으로는 인문사회 우수 장학생 지원을 확대하고,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에 재정을 투입해 대학 내 인문학 기반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기초학문이 AI 분야에 밀려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인문학과 AI가 대등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도록 정책 설계가 세밀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AI 시대 고등교육 혁신은 기회이자 도전이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인재 양성 드라이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이 산업 훈련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특히 ‘AI 융합’이라는 이름 아래 전공이 과도하게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면, 학문적 다양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 더구나 대학 사회는 새로운 전공 개설이나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 자연과학·공학 중심으로 자원이 쏠릴 경우, 인문사회계열은 더욱 주변화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대학의 AI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AI 윤리학 과정을 필수로 편성했고,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AI와 철학·정치학을 접목한 연구소를 운영한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 인재 1백만 명 양성 계획’을 추진하며 대학 교육을 국가 전략과 직결시키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동시에 학문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대체 불가능한 학문과의 결합’ 속에서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제화 전략과 글로벌 인재 유치 – 세계 속의 한국 대학

이재명정부는 고등교육 정책의 한 축으로 국제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내수 한계에 직면한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인재와의 경쟁과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다. 대표적인 정책은 정부초청장학생(GKS, Global Korea Scholarship) 제도의 확대다. 현재도 GKS는 한국 대학 유학을 희망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대폭 확장해 우수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졸업 후 한국 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학문 교류를 넘어, 인재 확보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축은 CAMPUS Asia 프로그램이다. 한국·중국·일본 3국 간 공동 학위 및 교류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 제도를, 정부는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유럽의 ERASMUS 프로그램처럼 아시아 차원의 고등교육 공동체를 구축하고, 한국 대학이 그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대학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동북아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과의 연계를 넓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교수 복수임용 제도도 도입된다. 해외 명문대 소속 교수들이 한국 대학에도 동시에 임용되어 강의·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국제 공동연구를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박사후연구원(Post-doc)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해, 국내 연구 인프라가 글로벌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한다. 이는 단순히 인재를 ‘모셔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이 연구 거점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정책이다.

국제화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국내 청년 고용 문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가 늘어날수록, 한정된 일자리와 연구 자원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내 청년과 외국 인재가 경쟁이 아닌 상생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 기업에 취업하도록 지원하면서도, 한국 청년과의 경쟁이 아닌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게 유도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이재명정부의 대학·고등교육 국정과제는 크게 다섯 축으로 정리된다. 거점국립대 강화와 사립대 구조조정(RISE), 대학생 진로·취창업 지원, 평생·직업교육 확장과 전문대 역할 강화, AI 시대 혁신과 기초학문 병행, 국제화 전략과 글로벌 인재 유치. 이 정책들은 분명 도전적이고 야심찬 목표를 담고 있다. 국립대 투자를 통한 지역 균형 발전, 대학생 취업역량 강화, 전문대학의 평생교육 허브화, AI 중심의 교육 혁신, 글로벌 인재 확보 등은 모두 한국 대학이 직면한 현실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립대 중심 전략이 사립대와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대학이 지나치게 산업·취업 지향적 성격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 AI 중심 투자 속에서 인문·기초학문이 소외될 위험,외국 인재 유치와 국내 청년 고용의 균형 문제 등은 모두 숙제로 남는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재정과 실행력이다. 아무리 야심찬 구상이라도 안정적 재원과 정책 일관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또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정책은 현실과 괴리된 채 표어에 머물 수 있다.

한국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국립대 중심 체제 강화가 대학 서열 해소로 이어질 수 있을까? 평생·직업교육 확대가 진정한 사회적 기회로 기능할까, 아니면 대학 재정 보완책에 머물까? AI 교육혁신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인문학의 토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외국 인재 유치가 한국 청년의 기회를 빼앗지 않고, 오히려 더 큰 협력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단순히 교육부 정책의 성패를 넘어, 한국 사회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고등교육은 국가 발전의 엔진이자 사회 통합의 기초다. 이번 국정과제가 진정한 성과를 거두려면, 정부·대학·지역사회·산업계가 함께 균형을 잡아 나가는 협력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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