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수도권 거점국립대학 3곳을 우선 선정해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 AI 거점대학, 5극3특 공유대학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알려진 국가균형성장 구상이 실제 재정지원 사업으로 들어서는 첫 단계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이 사업은 수도권 일극 구조를 흔드는 고등교육 혁신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역대학 안에서 다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새로운 경쟁사업이 될 것인가.
교육부는 6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범정부 협의회’를 열고 7개 관계부처와 함께 ‘2026년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은 국정과제 55-1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연결된다. 정부는 거점국립대학을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혁신하고, 올해 3개 거점국립대학을 선정해 지역 성장을 견인하는 국가대표 거점국립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선정 대상은 비수도권 소재 9개 거점국립대학이다. 강원대, 경상국립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가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3개교가 2026년 첫 패키지 지원대학으로 선정된다. 지원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이다. 선정 대학에는 성장엔진 연계 브랜드 단과대, AI 거점대학, 5극3특 공유대학 지원이 결합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는 교당 400억 원 내외, AI 거점대학은 교당 100억 원 내외, 5극3특 공유대학은 교당 200억 원 내외 규모로 제시됐다. 여기에 거점국립대학과 지역대학이 연계·협력하는 지원까지 더하면 선정된 3개 대학은 지난해 대비 교당 약 1,000억 원 내외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겉으로 보면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을 따라가면 이 사업은 단순한 대학 지원을 넘어선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지역, 산업, 인재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거점국립대학을 그 축으로 세우려 한다. 다시 말해 이 사업은 고등교육 정책이면서 동시에 국토정책이고, 산업정책이며, AI 인재정책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대학을 지역 성장의 허브로 삼겠다는 방향은 설득력이 있다.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일하고, 머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의 연구력과 교육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의 격차가 누적된 상황에서 거점국립대학에 대한 집중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호가 실제 정책으로 옮겨지는 방식이 9개 거점국립대 중 3개교 우선 선정으로 시작되면서, 대학사회 안팎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3개 대학을 먼저 키우는 방식이 지역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거점국립대 내부의 서열화, 비거점 국공립대와 지역 사립대의 주변화, 기초학문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의 핵심 쟁점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정부가 키우려는 것은 ‘3개 대학’인가, 아니면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인가.
대학 생존 지원에서 지역 성장 설계로
그동안 지역대학 정책은 대체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생존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왔다. 정원 감축, 구조조정, 특성화, 산학협력, 지방대학 육성, 지역혁신 플랫폼, 글로컬대학 등 이름은 달랐지만 공통된 배경은 지역대학의 위기였다. 학령인구가 줄고, 수도권 대학 선호가 강화되고, 지역의 청년 유출이 지속되면서 지방대학은 교육기관이기 이전에 지역 소멸의 최전선에 선 기관이 되었다.
이번 패키지 지원대학 선정계획은 이 흐름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정부는 대학을 단순히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대학을 지역의 산업 재편, 인재 양성, 연구개발, 기업 유치, 정주 여건 개선과 연결된 성장 거점으로 본다. 그래서 선정 기준도 대학 자체의 교육역량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지역의 산업 기반, 성장엔진 분야의 인력수요, 기업과 공공기관의 투자계획, 지방정부의 준비도, 대학의 교원인사제도 혁신까지 함께 본다.
이는 기존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다른 점이다. 일반적인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교육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했다면, 이번 사업은 대학·지방정부·민간이 공동으로 수립한 추진계획서를 토대로 한다. 정부는 국가데이터포털, 대학정보공시, 부처 행정자료 등도 보충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좋은 대학을 뽑는 방식이라기보다, 정부의 균형성장 전략과 가장 잘 맞물리는 권역-대학-산업 조합을 찾겠다는 구조다.
이 접근은 장점이 분명하다. 대학 재정지원이 대학 안에서만 소비되는 구조를 넘어 지역 산업과 연결될 수 있다. 대학이 연구소와 기업, 지방정부와 함께 특정 전략산업을 키우고, 그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며, 지역의 일자리와 정주 구조까지 함께 설계한다면 대학 지원은 지역 성장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지역대학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대학에 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 대학을 필요로 하는 지역 산업과 일자리를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도 있다. 대학이 지역 성장의 도구로만 이해될 때,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은 약해질 수 있다. 성장엔진 분야와 AI 분야에 재정이 집중될수록 기초학문, 인문사회, 예술, 순수과학처럼 단기 산업성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대학이 지역산업의 하청 인력 양성소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기에서 나온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고등교육 정책의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대학의 공공성과 학문적 다양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3개교 집중지원, ‘임계 규모’인가 ‘새로운 서열화’인가
정부가 제시한 가장 큰 수치는 교당 약 1,000억 원 내외의 추가 지원이다. 지역대학 입장에서는 전례 없이 큰 규모의 지원이다. 기존의 많은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예산이 여러 대학으로 분산되면서 대학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업은 그와 달리 일부 대학에 집중 투자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겠다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따른다.
선택과 집중은 정책 효과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 우수 교원 유치, 기업 공동연구소, AI 인프라, 대학원 중심 연구체제는 작은 예산으로 만들기 어렵다. 특히 수도권 상위 대학과 경쟁하려면 지역 거점국립대학이 최소한의 임계 규모를 갖춰야 한다. 연구 장비, 장학금, 기숙사, 교수 충원, 학사조직 개편, 산학협력 플랫폼은 모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교당 약 1,000억 원 내외의 추가 지원은 지역 거점대학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수치가 다른 방향의 질문을 낳는다. 왜 9개 거점국립대 전체가 아니라 3개교인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표현이 지역 거점국립대 전체의 도약을 상징했다면, 3개교 우선 선정은 정책의 명분과 실행 방식 사이에 간극을 만든다. 나머지 6개 거점국립대는 어떻게 되는가. 비거점 국공립대, 지역 사립대, 전문대학은 어떤 위치에 놓이는가. 선정된 대학과 선정되지 못한 대학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경우, 이 사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기 전에 지역 내부의 격차를 먼저 확대할 수 있다.
대학사회 일부에서 나오는 반발은 이 지점을 향한다. 국공립대 교수단체들은 9개 거점국립대 중 3곳만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학문과 지역을 줄 세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이 비판은 단순히 예산을 받지 못할 대학의 불만으로만 볼 수 없다. 고등교육 생태계는 특정 대학 하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지역에는 거점국립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립대, 전문대학, 교육대학, 과학기술원, 폴리텍, 연구기관, 직업교육기관이 함께 존재한다. 지역 청년의 진로와 지역 산업의 인력 공급은 이 전체 생태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선정된 3개 대학이 ‘지역의 서울대’가 되는 데 그친다면 정책은 절반의 성공에 머문다. 더 나쁜 경우에는 지역 고등교육 안에서 새로운 중심과 주변을 만들 수 있다. 정부가 말하는 5극3특 공유대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정 대학의 성과가 권역 내 다른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지방정부로 확산되지 않으면 이 사업은 균형발전 정책이 아니라 거점대학 집중육성 사업으로 축소된다.
선정 기준이 말해주는 정부의 의도
이번 선정 기준은 네 가지다. 첫째,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 추진전략과의 정합성이다. 둘째, 지역 여건 및 준비도다. 셋째, 대학 여건 및 준비도다. 넷째, 대학 전반의 교육·연구 혁신 및 체질개선이다.
첫 번째 기준은 이 사업이 대학정책을 넘어 국토정책과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의 특성화 분야가 권역의 성장엔진 분야와 맞는지, 초광역권에서 거점성과 파급 가능성을 갖는지, 국가균형성장 전략과 정합성을 갖는지가 검토 대상이 된다. 대학이 아무리 우수한 교육·연구 계획을 내더라도 권역의 산업 전략과 맞지 않으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두 번째 기준은 지역의 준비도를 본다. 권역 내 성장엔진 분야의 사업체와 종사자 수, 산업 클러스터와 특화단지 조성 현황, AI와 AX 분야의 채용·구인 수요, 기업·공공기관의 투자계획, 지방정부의 지원 계획 등이 검토된다. 이는 대학 혼자 잘해서는 선정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방정부가 얼마나 구체적인 산업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기업이 실제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지, 지역 내 일자리 수요가 실재하는지가 함께 평가된다.
세 번째 기준은 대학의 준비도다.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의 설립·운영 계획, AI 학사조직과 총괄기구 구성, 우수교원 유치, 교원인사제도 혁신, 타 기관과의 협력계획, 현재 보유 역량이 포함된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원인사제도 혁신이다. 정부는 우수한 교수자원 확충과 성과 중심 교원인사제도 개편을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짓거나 장비를 사는 사업이 아니라 대학 내부 운영체계를 바꾸라는 요구가 포함된 것이다.
네 번째 기준은 대학 전반의 체질개선이다. 특정 단과대학이나 AI 조직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학 전체의 교육·연구·지역공헌 체계를 바꾸는지를 본다. 성과 중심 대학 운영체계,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추진 현황, 대학 전반의 혁신 계획이 평가 대상이 된다. 결국 이번 사업은 예산을 받는 대신 대학의 학사구조, 연구조직, 인사제도, 산학협력 방식까지 바꾸라는 정책적 계약에 가깝다.
이 기준은 정책의 강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험을 드러낸다. 강점은 대학의 혁신이 말뿐인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개편과 성과관리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위험은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복합적이고 정성적이라는 점이다. 국토전략과의 정합성, 지역 여건, 산업수요, 대학 혁신, 기업 투자계획은 모두 중요한 요소지만, 어느 기준이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선정 결과를 둘러싼 지역 간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선정은 5극3특 권역 단위와 연결되어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7개 권역에서 선정하되, 대도시권 소재지, 권역 간 인접성, 지리적 여건 등을 종합 고려한다고 되어 있다. 이 구조에서는 단순한 대학평가가 아니라 권역 간 균형, 산업전략, 정치적 수용성까지 함께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선정 이후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선정 과정과 평가 논리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전략적 지정”을 강조할수록, 대학사회는 “왜 그 대학인가”라는 설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AI 거점대학, 지역대학의 기회이자 부담
이번 사업에서 AI는 별도 트랙으로 강하게 들어와 있다. AI 거점대학은 단순히 AI학과를 키우는 사업이 아니다. 교육부의 세부 기준에는 AI 학사조직과 총괄기구 구성, AI 융합교육 확산, AI 관련 전공 집적화, 학부-대학원 연계, AI 전문·융합 교육과정 개발, 기업·지역 연계 실전형 프로젝트,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서비스, 산학 공동 AX 연구, AI·AX 창업 및 진학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역대학에 중요한 기회다. AI 인프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교육격차를 크게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고성능 컴퓨팅 자원, 데이터 인프라, 클라우드 기반 실습환경, 산업현장 프로젝트, AI 연구인력은 개별 지방대학이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렵다. 국가 재정이 AI 거점대학을 통해 지역에 들어간다면, 비수도권 학생들도 수도권 상위 대학에 뒤지지 않는 AI 교육·연구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AI를 특정 전공의 영역으로만 보지 않고 대학 전체의 기초 역량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은 의미가 있다. 이제 AI는 컴퓨터공학과만의 기술이 아니다. 의학, 제조, 에너지, 해양, 농업, 문화콘텐츠, 행정, 교육, 복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와 결합한 문제해결 역량이 필요해지고 있다. 지역 거점대학이 AI 융합교육을 체계화하면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 즉 AX를 지원하는 교육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AI 중심 투자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AI가 대학혁신의 만능 언어처럼 사용될 때, 대학의 다른 중요한 기능이 가려질 수 있다. 지역대학의 문제는 AI 인프라 부족만이 아니다. 학생 모집, 기초학문 약화, 교수 충원, 연구비 격차, 대학원 붕괴, 지역 일자리 부족, 주거와 문화 여건, 지역 기업의 낮은 임금 구조가 함께 얽혀 있다. AI 거점대학이 성공하려면 AI 교육과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AI를 활용할 산업 현장, 창업 생태계, 지역기업의 수요, 졸업생의 정주 경로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AI 교육 확대에는 학문적 윤리와 평가체계의 문제도 따른다.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 전반에 들어오면서 표절, 대리작성, 평가 공정성, 데이터 편향,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커지고 있다. AI 거점대학을 지정한다면 AI 활용 가이드라인, 학습윤리 교육, 평가 방식 개편, 교원 연수, 학생 지원체계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AI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AI와 함께 작동하는 대학의 신뢰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 산학협력의 새 모델인가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은 이번 사업의 또 다른 핵심이다. 정부는 성장엔진 분야의 학부, 대학원, 연구소를 패키지로 지원해 산학연일체형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융합연구원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학과 단위 지원이나 개별 연구사업과 다르다. 교육, 연구, 기업 협력, 대학원, 연구소를 하나의 전략 분야 안에서 묶어내겠다는 뜻이다.
이 방식은 지역대학이 갖고 있던 구조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많은 지역대학은 산학협력 사업을 수행해 왔지만, 학부 교육, 대학원 연구, 교수의 연구성과, 기업의 기술수요, 학생의 취업 경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은 사업대로, 학과는 학과대로, 연구소는 연구소대로 움직이는 분절 구조가 반복됐다. 브랜드 단과대학은 이 분절을 깨고 특정 전략산업 분야에서 대학의 역량을 집중시키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해양, 에너지,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모빌리티, 우주항공, 문화콘텐츠, 스마트농업 등 지역별 성장엔진이 설정된다면 해당 분야의 학부 교육과 대학원 연구, 기업 공동연구, 현장실습, 창업지원, 재직자 교육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될 수 있다. 지역 기업은 필요한 인재와 연구 파트너를 대학에서 찾고, 학생은 지역산업과 연결된 교육을 받으며, 대학은 연구성과를 지역 경제로 이전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모델도 조건이 있다. 핵심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실제여야 한다. 단순한 업무협약서나 선언적 참여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에 참여하고, 공동연구비를 내고, 현장 프로젝트를 제공하고, 졸업생 채용과 연계해야 한다. 지방정부도 정주여건, 주거, 교통, 문화, 창업공간, 기업 유치와 연결된 지원을 해야 한다. 대학만 바뀌어서는 지역 인재가 남지 않는다. 좋은 교육을 받은 청년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와 삶의 조건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조건은 학문 생태계의 균형이다.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이 공학과 기술 분야 중심으로만 설계될 경우 대학 내부의 자원이 특정 분야로 급격히 쏠릴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기술 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정책, 사회복지, 교육, 문화, 역사, 인문학, 법과 제도, 윤리,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함께 필요하다. 산업전략이 대학을 압도하지 않도록 융합연구의 범위를 넓게 설계해야 한다.
5극3특 공유대학이 성패를 가른다
이번 사업이 균형발전 정책으로 평가받으려면 5극3특 공유대학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교육부 계획은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5극3특 권역 내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설계·운영, 학점교류, 공동연구, 연구·교육 인프라 공유, 창업 지원 등 대학 간 자원 공유와 확산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전문대, 폴리텍 등 실무인력 양성 기관과의 협력, 출연연·과기원·지역대학 등 기업 외 기관과의 협력, 초중고 학생과 재직자 대상 AI 교육 지원도 검토 주안점에 포함되어 있다.
이 구상이 제대로 작동하면 선정 대학은 권역 내 독점적 수혜자가 아니라 플랫폼 대학이 된다. 첨단 장비와 AI 인프라를 거점국립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립대 학생, 전문대 학생, 재직자, 고교생도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할 수 있다. 공동 교육과정과 학점교류가 실질화되면 권역 내 학생들은 소속 대학의 한계를 넘어 더 넓은 교육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 공동연구와 창업지원이 활성화되면 지역대학 간 협력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공유대학은 이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 고등교육에서 대학 간 공유와 연계는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문제는 예산이 끝나면 협력도 약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대학 간 학사제도, 등록금, 학점인정, 교원업적평가, 연구비 배분, 시설 사용권, 지식재산권, 학생 지원체계가 서로 다르면 공유는 선언에 머문다. 거점대학이 예산과 의사결정을 쥐고 다른 대학이 주변 참여기관으로만 들어가는 구조라면 공유대학은 지역 협력 모델이 아니라 위계적 컨소시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선정 대학의 의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원 예산의 일정 부분이 권역 내 공유 인프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하고, 참여 대학 학생과 교원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와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공동 교육과정은 몇 개 과목을 온라인으로 여는 수준을 넘어 학위, 마이크로디그리, 공동 프로젝트, 현장실습, 연구장비 활용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선정 대학의 성과지표에도 권역 내 확산 효과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는 선정 대학의 논문 수와 취업률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선정 대학의 인프라가 권역 전체에 얼마나 열렸는가, 비선정 대학 학생들이 어떤 혜택을 받았는가, 지역 기업과 공공기관이 실제로 어떤 인재와 기술을 얻었는가, 청년의 지역 정주율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이다. ‘국가대표 거점국립대학’이라는 표현이 국가대표 선수 몇 명을 뽑는 의미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의미가 되려면 공유대학의 설계가 핵심이다.
해외 지역혁신 모델이 던지는 질문
고등교육을 지역혁신의 기반으로 삼는 것은 한국만의 시도는 아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Regional Innovation Engines 프로그램은 대학, 기업, 비영리, 지방정부, 지역사회 조직이 함께 지역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장기 투자 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NSF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내 기술 성장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지역에서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반도체, 인공지능, 첨단무선, 바이오 등 핵심기술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려 한다. 2024년 첫 10개 팀이 발표됐고, 각 팀은 초기 2년간 1,500만 달러를 받으며 향후 10년간 최대 1억6,000만 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모델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단순히 지원 규모가 아니다. 핵심은 거버넌스다. NSF Engines는 대학 하나를 키우는 방식이라기보다 지역의 다양한 기관이 결합한 혁신 엔진을 구축하는 방식에 가깝다. 산업계, 대학, 정부, 비영리,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지역 이해관계자와 함께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설계한다. 성과도 대학 내부 지표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경제와 일자리, 기술사업화, 인재양성으로 연결된다.
한국의 거점국립대 패키지 지원사업도 이와 비슷한 방향을 내세운다. 대학·지방정부·민간이 공동으로 계획을 세우고, 성장엔진 분야와 AI를 결합하며, 범부처 정책 패키지를 연계한다는 점에서 지역혁신형 고등교육 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차이도 있다. 한국의 사업은 국가가 먼저 권역과 대학을 정하고, 선정된 대학을 중심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하향식 구조가 강하다. 따라서 지역의 자생적 협력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적 컨소시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모델을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한국의 대학 구조, 지역 산업 구조, 중앙정부 재정 의존도는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은 분명하다. 지역혁신은 대학 하나를 키운다고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대학을 중심으로 하되 기업, 지방정부, 시민사회, 교육기관, 연구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가능한가. 이번 사업이 참고해야 할 지점은 후자다.
이번 사업은 선정 전부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교당 약 1,000억 원 내외의 추가 지원, 5년간의 패키지 지원, 규제개혁 우선 추진, 범부처 지원 연계는 대학과 지방정부 모두에게 큰 기회다. 대학은 사업계획서에 사활을 걸 것이고, 지방정부는 지역 산업전략과 기업 투자계획을 묶어 설득에 나설 것이다. 지역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선정 이후다. 선정된 대학은 예산을 받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 정부 계획에는 성과관리위원회 구성, 관계부처 합동 컨설팅, 계획 수정·보완, 선정대학-지방정부-민간 공동 KPI 설정, 초광역협약 반영, 연차별 성과관리, 재정 차등지원 연계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정부가 단순히 예산을 배분하고 끝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과관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성과지표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단기 취업률, 산학협력 건수, 논문 수, 특허 수, 기업협약 수만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의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 사업의 목적이 지역 성장과 정주 선순환 구조라면, 성과지표도 그에 맞아야 한다. 지역 내 취업과 정주, 권역 내 대학 간 공동교육 참여 학생 수, 비선정 대학 학생의 인프라 이용률, 지역 기업의 연구개발 참여, 창업 후 지역 잔존율, 대학원 진학과 연구인력 확보, 지역 고교생 대상 교육 확산, 재직자 전환교육 성과 등을 함께 봐야 한다.
또한 성과관리가 대학을 단기 실적 경쟁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대학의 체질개선은 시간이 걸린다. 우수교원을 유치하고, 대학원 연구체제를 세우고, 기업과 신뢰를 만들고, 지역 학생이 다시 지역 대학을 선택하게 만드는 일은 1~2년 안에 완성되지 않는다. 5년 사업이라고 해도 첫 2~3년은 기반 구축과 제도개편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가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면 대학은 보여주기식 사업과 수치 관리에 몰두할 수 있다.
반대로 성과관리가 느슨하면 대규모 예산이 기존 사업의 확대판으로 소진될 위험이 있다. 건물, 장비, 조직 신설, 홍보성 프로그램은 만들기 쉽다. 어려운 것은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학과 간 장벽을 낮추고, 기업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지역 내 다른 대학과 자원을 공유하는 일이다. 정부는 숫자와 서류를 넘어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지역대학의 회복은 ‘상징자본’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표현이 힘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서울대의 예산이나 연구력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는 강력한 상징자본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수도권 상위 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교육의 질만이 아니다. 졸업장의 사회적 가치, 취업시장의 인식, 동문 네트워크, 문화적 위신, 지역 이동 가능성까지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거점국립대학 육성은 예산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 거점국립대 졸업장이 노동시장과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지, 지역에서 공부한 인재가 지역과 국가의 핵심 직무로 진입할 수 있는지, 공공기관과 대기업, 연구기관이 지역대학 인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대학에 예산을 투입해도 학생들이 여전히 수도권 대학을 더 안전한 선택으로 본다면 지역대학의 위기는 완화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정부의 사업은 산업정책과 인사정책, 공공기관 채용, 지역 기업의 임금 수준, 연구기관 배치, 문화 인프라와도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대학을 키운다는 것은 대학 안의 실험실만 키우는 일이 아니다. 지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살아도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청년이 지역에 남는 것은 애향심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좋은 교육, 좋은 일자리, 성장 가능성, 생활의 질, 문화적 선택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
거점국립대학이 지역의 상징자본을 회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 사업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선정된 3개 대학만 상징자본을 독점하게 된다면 지역 내 다른 대학은 더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국가대표를 키우는 것과 지역 전체를 살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국가대표가 지역 전체의 플랫폼이 될 때 두 목표가 만난다.
기초학문과 공공성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번 사업은 성장엔진과 AI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시대적 요구에 맞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결되지 않는 대학 혁신은 지속가능하기 어렵고, AI 역량 없이 미래 인재양성을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대학의 역할을 산업 인재 공급으로만 좁히면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국가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초학문은 당장 눈에 보이는 취업성과가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응용기술의 토대이고, 인문사회는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해석의 기반이며, 예술과 문화는 지역의 정체성과 삶의 질을 만든다. AI 시대에는 오히려 윤리, 법, 언어, 철학, 교육, 심리, 사회정책의 중요성이 커진다. 기술이 빨라질수록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누구에게 이익과 위험이 돌아가는지, 지역사회가 어떤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는 학문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은 공학 중심의 단과대학 신설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 성장엔진을 둘러싼 인문사회적 과제, 규제와 법제, 윤리, 노동, 교육, 문화, 커뮤니케이션, 지역사회 수용성까지 연구하는 융합 구조가 필요하다. AI 거점대학 역시 AI 개발자 양성에 머물지 않고 AI 윤리, AI 리터러시, AI 기반 행정과 복지, AI와 교육, AI와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함께 다뤄야 한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야 하지만, 기업의 현재 수요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대학은 아직 시장이 요구하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지역사회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며, 장기적 공공가치를 지키는 기관이기도 하다. 이번 사업이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선정계획과 성과지표 안에 기초학문과 공공성의 자리를 명시적으로 남겨야 한다.
이번 거점국립대학 패키지 지원사업은 분명히 큰 시도다. 지역대학 위기가 오래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방식의 소규모 분산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지역 거점국립대학에 임계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성장엔진과 AI를 결합하며, 지방정부와 기업을 함께 움직이게 하려는 방향은 정책적 의미가 있다. 대학을 지역 성장의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 설계자로 세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성공 조건은 엄격하다.
첫째, 선정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전략적 지정이 필요하더라도, 그 전략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작동했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평가 기준이 복합적일수록 선정 결과에 대한 설명 책임은 커진다. 대학사회와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공개와 설명이 필요하다.
둘째, 선정 대학의 의무가 분명해야 한다. 선정 대학은 예산의 수혜자가 아니라 권역 고등교육 생태계의 플랫폼이어야 한다. 지역 사립대, 전문대학, 비거점 국공립대, 연구기관, 기업, 초중고, 재직자가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유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AI와 성장엔진 중심 투자가 기초학문과 대학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기술과 산업은 중요하지만 대학은 그보다 넓은 기관이다. 지역의 미래는 공학 인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역을 이해하고, 제도를 설계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고, 기술의 방향을 묻는 학문이 함께 살아야 한다.
넷째, 정주와 일자리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대학이 아무리 좋은 인재를 길러도 지역에 남을 일자리와 삶의 조건이 없다면 인재는 다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지방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사업계획서의 협약 수준을 넘어 실제 투자와 채용, 주거와 생활 인프라로 이어져야 한다.
다섯째, 성과관리는 단기 수치가 아니라 구조 변화를 봐야 한다. 논문, 특허, 취업률도 필요하지만 권역 내 확산 효과, 대학 간 공유, 지역 정주, 기업 혁신, 재직자 전환교육, 지역 고교와의 연계, 대학원 연구역량 회복까지 함께 봐야 한다.
‘지역 서울대 3개’가 아니라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위험은 이름과 실제가 어긋나는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이름은 수도권 일극의 학벌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에도 세계적 수준의 국립대학을 만들겠다는 상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첫 실행이 3개 대학 선별지원으로 시작되면서, 정책은 곧바로 경쟁과 탈락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 이 모순을 해소하지 못하면 사업은 출발부터 불신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3개 대학을 먼저 키우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선정 대학은 지역 내 다른 대학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는 기관이 아니라, 권역 전체의 교육·연구·산업 자원을 연결하는 공공 플랫폼이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은 선정 대학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만 쓰여서는 안 된다. 지역 청년이 어느 대학에 다니든 더 나은 교육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지역 기업이 대학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며, 지역사회가 대학의 지식과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이 사업의 성패는 3개 대학이 얼마나 빨리 순위를 끌어올리느냐로만 판단할 수 없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이 사업 이후 지역의 학생들은 지역대학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인가. 지역의 기업은 대학을 연구와 인재의 파트너로 인정하게 될 것인가. 선정되지 않은 대학들도 새로운 협력망 안에서 기회를 얻게 될 것인가. AI와 성장엔진 투자가 지역의 기초학문과 공공성을 함께 살릴 것인가. 청년들은 졸업 후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실제 경로를 갖게 될 것인가.
거점국립대학 육성사업은 한국 고등교육이 더 이상 수도권 집중과 지역대학 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신호다. 동시에 이 사업은 선택과 집중이 균형발전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다. 선택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된 대학만 살아남는 구조라면 균형발전은 실패한다. 집중투자가 지역 전체로 확산될 때, 비로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구호를 넘어 정책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서울대 3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지역의 대학들이 함께 살아날 수 있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증명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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