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구조개선법이 연 퇴장과 귀속의 논쟁

재정진단에서 경영위기대학 지정, 구조개선 명령, 폐교·해산, 청산과 잔여재산 처리까지 사립대학 구조조정의 전 과정이 하나의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 2026년 8월 15일 시행을 앞둔 새 체계는 더는 대학 정책이 지원과 평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국가는 지속 가능한 대학을 남기는 문제와 함께,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대학을 어떤 절차로 정리할 것인지까지 제도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2035년 말까지 10년 한시로 운영되는 이 제도는 자발적 구조개선의 유인과 학생·교직원 보호 장치를 함께 담고 있지만, 해산정리금과 잔여재산 귀속 특례를 둘러싸고 사학 공공성의 경계를 다시 묻게 하고 있다.

대학을 살리는 정책에서 대학을 정리하는 법으로

한국 고등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조적 압박 속에 놓여 있었다. 입학 가능 인구는 줄고 있고,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는 더 이상 일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제도의 의미는 단지 부실 대학 몇 곳을 추려내는 데 있지 않다. 대학 구조조정의 끝단, 곧 대학이 문을 닫고 법인이 해산되는 순간까지를 국가가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재정 상태를 상시적으로 진단하고, 경영위기 상태에 놓인 대학을 지정한 뒤,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세우게 하고, 그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필요하면 구조개선 명령과 폐교·해산 절차로 이어지도록 한 구조는 대학 구조조정이 더 이상 임시방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변화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부실 사학을 조기에 정리해 남은 대학의 경쟁력과 고등교육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실제로 재정진단과 실태조사, 경영위기대학 지정과 해제, 3개월 단위의 이행실적 보고, 구조개선 명령과 과태료 부과 기준까지 세밀하게 설계된 점은 구조조정의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대학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때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가 떠안게 될 혼란을 줄이려는 목적도 함께 깔려 있다. 이번 법은 대학을 살리는 법이면서 동시에 대학을 접는 절차를 합법적이고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바꾼 법이기도 하다.

그동안 사립대학의 위기는 늘 있었지만, 문제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재정난이 누적된 대학이 더는 버티지 못할 때 학생은 학업을 이어갈 길을 찾아야 했고, 교직원은 체불임금과 실직의 이중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학교가 문을 닫은 뒤 졸업증명서나 경력증명서 발급조차 어려워지는 일도 반복됐다. 이번 제도는 적어도 그런 무질서한 붕괴를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폐교가 결정되면 학생에게는 편입학 지원이 제공되고, 편입학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잔여재산 범위 안에서 학업중단위로금이 지급될 수 있다. 교직원에게도 면직보상금 또는 퇴직위로금 지급 근거가 마련됐고, 연구자의 학술 및 연구개발 활동이 차별이나 제한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규정도 들어갔다. 폐교대학 기록 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록물을 관리하고 각종 증명서 발급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설계는 분명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간다. 대학이 사라지는 상황 자체를 막을 수는 없더라도, 그 과정만큼은 관리 가능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이번 제도를 두고 ‘질서 있는 퇴장’이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그 질서가 누구를 위한 질서이며,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하는가에 있다. 제도는 구성원 보호를 말하지만, 그 보호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잔여재산의 범위 안에서 작동한다. 재정이 파탄 난 대학일수록 남는 재산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호 장치의 존재와 보호의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학생의 학습권과 교직원의 생존권은 마지막 순간에도 대학의 남은 재산 규모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자발적 퇴로를 열어준 이유

이번 제도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지 정리 절차를 만들었다는 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정리하도록 유인하는 장치를 함께 넣었다는 데 있다.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이 정상화를 위해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수행하는 경우 적립금 사용 목적 제한이 완화되고, 보유자산 처분 기준도 완화된다. 적립금은 구조개선 수행 목적으로 변경해 사용할 수 있고, 기본재산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특례도 인정된다. 대학 간 통폐합을 추진할 때 교원 확보율 기준을 일정 수준 완화하는 조항까지 마련됐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대목은 해산 과정에 있다.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의 일부를 해산정리금으로 지급받거나, 일정한 요건 아래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바로 그 지점이다. 국가가 더는 대학을 무조건 살려내겠다고 말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정리할 경우 일정한 유인을 제공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강제 폐교만으로는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기 어렵고, 저항과 소송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 판단이 이 설계 뒤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번 제도는 ‘버틸 수 없으면 버티지 말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리하라’는 신호이자, 그 정리를 촉진하기 위한 거래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법은 가장 큰 논쟁을 낳는다. 사립대학은 오랫동안 공공성과 사적 설립의 긴장 속에 존재해 왔다. 학교법인은 비영리 법인이고, 설립자는 교육 목적을 위해 재산을 출연한 주체일 뿐 대학의 소유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사립대학은 사립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 재산과 운영은 본질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띤다는 것이 한국 사학 법제의 기본 전제였다. 그런데 해산정리금과 잔여재산 귀속 특례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무너뜨리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느슨하게 만든다. 대학 운영이 실패했을 때, 그 재산의 일부가 다시 특정 개인 또는 특정 집단에게 돌아갈 수 있는 통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을 전면적인 사유재산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퇴장 국면에서만큼은 사적 권리를 일정 부분 회복시켜주는 구조라고 볼 여지가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절차 조정이 아니라 공공성과 재산권의 경계선을 다시 긋는 문제에 가깝다.

광고
대학

특혜인가, 구조개혁의 비용인가

이를 두고 평가는 갈릴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부실 사학을 법적 공백 속에 방치하는 것보다 제도권 안에서 정리하도록 하는 편이 전체 고등교육 체제와 구성원 보호에 더 낫다고 본다. 대학 법인을 끝까지 버티게 하기보다, 일정한 보전 장치를 통해 퇴장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가장 작동 가능한 해법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대쪽에서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이 사실상 사적 보상 장치와 결합되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다. 특히 운영 실패의 비용은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가 떠안는데, 설립자 측에는 퇴장의 유인이 제공되는 구조가 형평에 맞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비위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대학이라는 공공적 기관의 마지막 순간에 사적 귀속의 여지를 제도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법은 바로 그 지점, 곧 부실 사학의 정리라는 공익과 설립자 측에 대한 현실적 보상이라는 사익이 맞물리는 접점 위에 서 있다.

이번 논쟁에서 가장 민감한 조항 중 하나는 해산정리금이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지급된다는 구조다. 겉으로 보면 특정 개인을 지목하지 않은 중립적 표현이다. 지급 대상을 설립자로 한정하지도 않고, 반대로 상속인이나 가족을 배제한다고도 적지 않았다. 해산정리금은 학교법인에 대한 재정기여도 등을 고려해 잔여재산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비위행위자나 해임된 자 등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있다. 사립대학 법인의 의사결정 구조는 대체로 설립자 또는 설립자 가문이 중심이 되는 이사회에 의해 움직여 왔다. 대학의 해산 여부를 결정하고 처분계획서를 작성하는 주체 역시 같은 구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처분계획서에서 정한 자’는 추상적이고 중립적인 법 문구로 남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설립자 본인, 설립자의 자녀, 설립자의 상속권자, 사실상 지배권을 이어받은 인물들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 대목은 특히 민감하다. 설립자 본인에게 일정한 기여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녀나 상속권자에게까지 사실상 재산 환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 이는 단순한 보상의 문제를 넘어 사학 재산의 세습적 귀속 가능성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상속인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금지한 것도 아니다. 결국 대학을 해산하는 순간에 한해, 대학 재산 일부가 설립자 가문 내부로 환원되는 통로가 열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은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원칙은 살아 있는가

이 질문은 결국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립대학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원칙이 이번 제도 아래에서도 온전히 유지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형식적으로 보면 원칙은 그대로다. 학교법인은 여전히 비영리 법인이고, 대학이 설립자의 개인 재산이라는 선언은 어디에도 없다. 또한 비위행위자 배제, 출연 제한, 사후 환수, 심의위원회 심의 같은 통제 장치도 함께 들어와 있다. 횡령, 회계 부정 등으로 처벌받고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자는 해산정리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출연 대상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이 중대한 비리를 저질렀거나 학교법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출연이 제한되며, 출연 이후라도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국고 환수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형식적 통제와 실질적 효과는 다를 수 있다. 이사회와 법인의 지배 구조가 설립자 가문 중심으로 유지되는 한, 처분계획서의 방향 역시 그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라는 원칙은 존속 단계에서는 유지되더라도, 퇴장 단계에서는 상당 부분 후퇴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대학을 정리하는 순간에는 제한적이나마 사적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번 제도는 바로 이 미묘한 변화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도 크고 논란도 크다.

물론 이번 제도가 곧바로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주는 장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엄격한 제재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교재산 횡령, 회계 부정 등으로 처벌받고도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자는 해산정리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출연 대상 법인의 비리 이력과 특수관계도 면밀히 제한된다. 재산 출연 이후에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국고 환수까지 가능하도록 한 조항은 자발적 퇴로가 자칫 비리 세력의 재산 보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럼에도 남는 질문은 있다. 비위가 명백한 경우를 배제하는 것과, 비위가 없는 설립자 가문에게 어디까지 재산 환원을 인정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제재의 영역이고, 후자는 공공성과 재산권의 배분 문제다. 따라서 이번 법의 핵심 논쟁은 비리 사학을 보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비리가 없는 설립자 측에게 허용되는 제한적 귀속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느냐의 문제에 더 가깝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남는 대학의 경쟁력과 사라지는 대학의 비용

이번 제도는 남은 대학의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을 분명히 갖고 있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대학을 계속 끌고 가는 대신, 회생 가능성이 낮은 대학은 정리하고 살아남을 대학에 자원과 기회를 집중하겠다는 방향은 인구 감소 시대의 정책 판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재정진단을 통한 경영위기대학 지정, 구조개선 이행계획 수립, 전담기관의 경영자문과 점검은 구조조정을 상시화하는 틀이다. 이미 2025년 재정진단 결과 279개교 중 9개교가 경영위기대학으로 분류됐다는 점은 이 제도가 추상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실 대학 정리의 비용이 실제로 누구에게 집중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학생은 편입이라는 이름 아래 학습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감당해야 하고, 교직원은 면직보상금과 퇴직위로금 규정이 있다 해도 대학 재정 상태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자는 제도상 보호를 받더라도 연구 환경과 소속 기반을 잃는 현실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사회는 더 큰 문제다. 지방 대학 한 곳의 폐교는 단지 캠퍼스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청년 인구, 상권, 고용, 지역 정체성 전반의 흔들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행령이 폐교·해산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수렴을 요구하고, 활용 방안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다. 대학 한 곳의 퇴장은 교육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 체계는 대학의 미래를 둘러싼 오랜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던진다. 어떤 대학은 왜 살아남고, 어떤 대학은 왜 정리되는가. 그 판단 기준은 얼마나 공정한가. 그리고 대학이 정리될 때 그 재산과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이번 법은 적어도 마지막 질문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답은 간단하지 않다. 학생과 교직원 보호라는 공익적 명분, 설립자 측의 자발적 퇴로라는 현실적 유인, 비위행위자 배제라는 제재 원리가 한 제도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제도는 부실 사학 정리의 법제화라는 한 문장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고등교육 재편의 문제이자, 사립대학 공공성의 경계를 다시 정하는 문제다. 대학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공공성을 말하고, 대학을 접는 순간에는 제한적 사적 귀속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그 변화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앞으로 남은 쟁점은 분명하다. 해산정리금과 처분계획서 조항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것인지, 상속인 또는 설립자 가문으로의 환원 가능성이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 그리고 학생과 교직원 보호가 잔여재산이라는 불안정한 토대에 머물지 않도록 어떤 공적 안전망이 추가돼야 하는지다.

대학은 더 이상 무조건 존속하는 기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더 중요해진 것은 대학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만이 아니라, 대학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도 사립대학이 공공적 기관이라는 원칙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는지는, 이제 한국 고등교육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됐다.

#사립대학구조개선법 #사립대구조조정 #경영위기대학 #해산정리금 #잔여재산귀속 #사학공공성 #폐교대학 #대학정책 #지역대학위기 #스포트라이트유

Social Share

함께 읽어보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