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교수 처우 개선 요구가 학내 민주주의와 교육공동체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부산대학교에서 이어지고 있는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 요구가 대학 내 차별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수, 강사, 학생, 지역 연대단체, 노동조합이 함께한 이른바 ‘507 부산대 행진’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나 노사 갈등을 넘어, 대학이 구성원 간 차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부산대 본관 앞에서는 비정규교수들의 천막농성이 130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부산대 내부 교수단체와 비정규교수노조, 전국교수노동조합, 연구자 단체, 학생, 지역 연대단체 등이 함께했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이후 교내를 행진하며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알렸다.
이번 행진의 핵심 쟁점은 비정규교수의 처우 개선이다. 논평에서 언급된 요구는 임금 인상, 방학 중 임금 지급, 건강보험과 퇴직금, 대학 회의 참여 등이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조건 개선 요구이지만, 그 안에는 대학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2019년 강사법 개정 이후 대학 강사는 더 이상 과거처럼 강의 단위로만 존재하는 ‘외부 인력’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일정 기간 대학에 소속되어 교육을 담당하는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이고 정당한 노동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지위가 제도적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제도 변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안의 배경이다.
특히 건강보험과 퇴직금 문제는 비정규교수의 처우가 단순한 보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생애 안전망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논평에는 20년 가까이 강사 생활을 해온 한 강사가 암 진단을 받은 뒤에서야 건강보험이 없는 자신의 신분을 절감했다는 발언이 소개된다. 이는 대학 강의실 안에서는 ‘교수자’로 불리지만, 제도 안에서는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교수의 모순적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다.
이번 행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학생들의 참여다. 논평에는 성소수자 동아리 학생이 자신들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교원들이 겪는 차별을 연결해 받아들였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겼다. 이는 비정규교수 문제를 특정 직군의 이해관계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지점이다.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 다양성의 감각을 배우는 공간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가장 가까운 교육 현장에서 불안정한 처우와 배제의 구조를 목격한다면, 대학이 가르치는 가치와 실제 운영 방식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비정규교수 처우 문제는 노동 문제이자 교육 문제이며, 동시에 대학문화의 문제다.
노동조합은 일부 학생들이 농성 천막을 피해 돌아가는 장면을 언급하며, 대학 안의 차별이 일상화될 때 구성원들이 이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목은 이번 사안의 무게를 보여준다. 갈등의 현장이 학내 한쪽에 설치된 천막으로만 남을 때, 대학 구성원들은 그 문제를 ‘내 일’이 아닌 ‘누군가의 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강의실을 함께 구성하는 교원이 제도적으로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면, 그 영향은 결국 교육의 질과 대학 공동체의 신뢰로 이어진다.
이번 행진에서는 정규직 교수들의 실명 지지 성명도 언급됐다. 국립대 조직문화에서 정규직 교수가 비정규교수 처우 문제에 공개적으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대학 사회는 오랫동안 직급, 신분, 전공, 단과대학, 고용형태에 따라 분절되어 운영되어 왔다. 그만큼 학내 구성원들이 특정 사안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제도적 부담과 관계적 부담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서 정규직 교수, 비정규교수, 학생, 지역 단체가 함께 등장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비정규교수의 처우 문제는 당사자의 생계와 권리 문제인 동시에, 정규직 교수에게는 대학의 동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이고, 학생에게는 자신이 배우는 교육환경이 어떤 원리 위에 서 있는가의 문제다.
‘507 부산대 행진’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대학이 차별을 줄이는 공간인지, 아니면 차별을 재생산하는 공간인지에 닿아 있다. 대학은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언어를 가르치는 기관이다. 그러나 그 대학 내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고용 형태에 따라 제도적 보호와 참여 권한에서 배제된다면, 대학의 공적 책무는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물론 대학 운영에는 재정, 제도, 인사 구조 등 복합적 조건이 얽혀 있다. 비정규교수 처우 개선 요구를 모두 즉각 수용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제도를 설계할 것인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행진이 보여준 핵심은 적어도 이 문제가 더 이상 주변부의 요구로만 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정규교수는 대학 강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교육 주체다. 그들이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대학의 교육공동체라는 말도 공허해질 수 있다. 부산대에서 이어진 행진은 한 대학의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대학이 비정규교수의 노동과 교육 기여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 안에 포함시킬 것인지 묻는 장면으로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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