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충원율, 교원확보율, 장학금 지급률은 대학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였는가, 아니면 대학을 지표 경쟁으로 몰아넣은 공식이었는가
숫자로 대학을 평가하겠다는 약속
2008년 이후 한국 대학재정지원정책에는 새로운 언어가 강하게 들어왔다. 포뮬러 펀딩(formula funding)이었다. 말 그대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미리 정한 지표를 공식에 넣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감정도 없고, 청탁도 없고, 심사위원의 주관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공정해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기 도입된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은 이 포뮬러 펀딩의 대표적 사례였다.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생 1인당 교육비, 장학금 지급률 같은 지표가 대학 평가의 중심에 놓였다. 대학이 얼마나 학생을 잘 모집하고, 졸업생을 얼마나 취업시키며, 교육 여건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숫자로 판단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방식은 기존의 사업계획서 평가와 달랐다. 대학이 장문의 계획서를 제출하고, 평가위원이 정성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에는 불투명성과 주관성 논란이 따라붙었다. 반면 포뮬러 펀딩은 숫자를 기반으로 했다. 취업률이 높으면 좋은 대학이고, 충원율이 높으면 경쟁력 있는 대학이며, 전임교원 확보율이 높으면 교육 여건이 좋은 대학이라는 식의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다. 그러나 바로 이 단순함이 문제의 출발점이었다. 대학은 복잡한 교육기관이다. 대학의 질은 졸업생 취업률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충원율은 대학의 노력만이 아니라 지역 인구 구조와 수도권 집중, 학과 선호, 지역 일자리와도 연결된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강의의 질과 학생의 성장 경험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포뮬러 펀딩은 대학의 복잡한 현실을 몇 개의 숫자로 압축했다. 그리고 그 숫자에 따라 돈을 배분했다.
공정해 보이는 공식의 함정
포뮬러 펀딩은 겉으로는 공정하다. 같은 지표를 적용하고,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기준이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출발선이 다른 대학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불평등은 더 커질 수 있다. 수도권 대형 대학과 지방 중소대학은 같은 조건에 있지 않다. 수도권 대학은 학생 모집에서 유리하다. 수도권에 일자리와 문화·생활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충원율 지표를 적용하면, 지방대학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취업률도 마찬가지다. 지역 산업 기반이 약한 곳에 있는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대학이 교육을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역 노동시장의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뮬러는 이런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숫자는 결과만 보여준다.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왔는지는 지워진다. 충원율이 낮은 대학은 학생 모집에 실패한 대학으로 보이고,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교육성과가 낮은 대학으로 보인다. 지역의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산업구조의 취약성, 학문 분야별 차이는 공식 밖으로 밀려난다.
이때 공식은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이 된다. 어떤 지표를 공식에 넣느냐에 따라 대학의 행동은 달라진다. 취업률을 넣으면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려 하고, 충원율을 넣으면 충원율을 높이려 한다. 장학금 지급률을 넣으면 장학금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지표가 대학의 목표가 되는 순간, 대학은 교육기관이기 이전에 지표 관리 기관이 된다.
굿하트의 법칙이 대학에 들어왔을 때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의 이름을 딴 ‘굿하트의 법칙’은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좋은 측정 수단이 아니게 된다는 경고다.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포뮬러 펀딩이 작동한 방식은 이 법칙을 잘 보여준다. 취업률은 대학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일 수 있다.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하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얻는 것은 대학 교육의 한 결과다. 그러나 취업률이 재정지원의 핵심 기준이 되는 순간, 대학은 교육의 질 자체보다 취업률 수치를 먼저 관리하게 된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는 확대되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축소 압박을 받는다. 인문사회계열이나 기초학문 분야는 단기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 쉽다. 반대로 당장의 취업률이 높은 분야는 교육적 필요나 학문적 균형과 무관하게 확대된다. 대학의 학문 구조가 지표에 맞춰 재편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취업률을 높이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이 실제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도 불확실하다. 반면 단기적으로 취업률 수치를 관리하는 방식은 더 빠르고 직접적이다. 통계상 취업자로 인정되는 범위를 넓히거나, 취업률 산정에 유리한 학생 관리 방식을 찾거나, 취업률에 불리한 학과와 전공을 줄이는 식의 대응이 가능하다. 일부 대학에서 취업률 통계와 관련한 부적절한 사례가 논란이 된 것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개별 대학의 일탈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지표가 돈과 직결될 때, 대학은 지표를 개선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는다. 이 압박이 커지면 지표는 현실을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현실을 왜곡하는 목표가 된다.
지원이 필요한 대학이 지원에서 밀려나는 역설
포뮬러 펀딩의 가장 큰 역설은 지원이 필요한 대학일수록 지원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 여건이 취약한 대학은 전임교원 확보율, 학생 1인당 교육비, 취업률, 충원율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재정지원이 필요한 대학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식은 낮은 지표를 가진 대학을 낮은 성과 대학으로 분류한다. 낮은 성과 대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적은 지원을 받는다. 지원을 받지 못하면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어렵다.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음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취약한 대학은 계속 취약한 상태로 남는다.
반대로 이미 여건이 좋은 대학은 높은 지표를 바탕으로 지원을 받는다. 지원을 받은 대학은 그 재원으로 교육 여건을 더 개선하고, 행정조직을 강화하고,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그러면 다음 평가에서도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지원이 성과를 만들고, 성과가 다시 지원을 부르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구조는 2회차에서 살펴본 BK21의 선택과 집중 논리와 닮아 있다. BK21이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이미 강한 대학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했다면, 포뮬러 펀딩은 취업률과 충원율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이미 조건이 나은 대학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었다. 분야는 달랐지만 원리는 같았다. 성과가 있는 곳에 돈이 가고, 돈이 간 곳에서 다시 성과가 나온다.
포뮬러 펀딩은 특히 지방대학에 불리하게 작동했다. 지방대학의 충원율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인구 유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수도권 대학은 전국에서 학생을 끌어들이지만, 지방대학은 지역 학생 수 감소와 수도권 선호라는 이중 압박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충원율을 대학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삼으면, 지방대학은 구조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취업률도 지역 격차와 연결된다. 수도권에는 대기업, 공공기관, 전문직 일자리, 문화산업, 서비스산업이 집중되어 있다. 반면 일부 지방은 청년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 지방대학 졸업생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지역 정착이라는 정책 목표와는 멀어진다. 지역에 남으려 하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된다. 이런 조건에서 취업률이 낮다고 대학만 탓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축소하는 것이다.
전임교원 확보율과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마찬가지다.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방 사립대학은 교원 충원과 교육비 투자가 어렵다. 그러나 이 지표가 낮으면 재정지원에서 불리해진다. 지원이 있어야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데,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밀리는 악순환이다. 지방대학은 포뮬러 펀딩의 공식 안에서 ‘성과가 낮은 대학’으로 보이기 쉬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과가 낮아서 위기에 빠진 것이라기보다, 위기의 조건이 성과 지표에 반영된 것이었다. 인구 구조, 지역 경제, 수도권 집중, 산업 기반의 차이가 대학의 숫자로 나타났지만, 공식은 그것을 대학의 책임처럼 처리했다.
대학 행정은 평가 대응 조직이 되었다
포뮬러 펀딩은 대학 행정의 성격도 바꾸었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조직이면서 동시에 지표를 관리하는 조직이 되었다. 취업률, 충원율, 교원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교육비 환원율 등 각종 지표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평가 기준에 맞춰 데이터를 정비하며, 다음 사업 선정을 위해 전략을 세우는 일이 대학 행정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이 변화는 대학 구성원에게 피로감을 남겼다. 교수는 강의와 연구뿐 아니라 사업계획서 작성, 성과보고서 작성, 평가 대응 회의에 참여해야 했다. 직원은 지표 산출과 증빙자료 정리에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대학 본부는 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을 강화했고, 학과는 지표 개선 압박을 직접 받았다.
물론 대학이 스스로의 성과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일은 필요하다. 문제는 평가 대응이 교육 개선보다 우선하게 될 때 발생한다. 어떤 제도가 학생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보다, 그 제도가 평가표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해진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질보다 참여 인원이 중요해지고, 현장실습의 학습 효과보다 이수학생 비율이 중요해진다. 장학금이 학생의 학업 지속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보다, 장학금 지급률이 먼저 계산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스스로를 설명하는 언어를 잃는다. 우리 대학이 어떤 학생을 길러내려 하는지,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려 하는지, 어떤 학문적 전통과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지보다 정부 지표에서 몇 점을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절박해진다. 포뮬러 펀딩은 대학을 숫자로 읽는 방식을 제도화했고, 대학은 그 숫자 안에서 자신을 재구성했다.
그렇다고 정량지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대학재정지원에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이상, 평가와 책무성은 필요하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지원하면서 아무 기준도 없이 배분할 수는 없다. 정량지표는 비교 가능하고, 설명하기 쉽고, 행정적으로 관리하기 편하다. 정치적 논란을 줄이는 데도 유용하다. 문제는 정량지표의 사용 방식이다. 지표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그러나 포뮬러 펀딩에서는 지표가 곧 판단의 기준이자 지원의 기준이 되었다. 숫자가 낮으면 낮은 대학, 숫자가 높으면 좋은 대학이라는 단순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지표 뒤의 맥락을 읽는 과정은 약했다.
대학의 질을 평가하려면 정량지표와 정성평가가 함께 필요하다. 충원율이 낮은 대학이라도 지역에서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라도 기초학문과 시민교육, 문화적 축적에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낮은 대학이라도 특정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가 클 수 있다. 이런 부분은 공식만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정량지표가 유용하려면 지표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함께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오랫동안 숫자를 더 선호했다. 숫자는 빠르고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학정책은 점점 더 계산 가능해졌지만, 대학의 실제 삶은 더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다.
숫자가 학과 구조를 바꾸다
포뮬러 펀딩의 영향은 단순히 대학 본부의 행정에 그치지 않았다. 학과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취업률과 충원율이 중요해지면, 학과는 그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충원율이 낮거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쉽다. 이 과정에서 인문사회계열과 기초학문 분야는 반복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이들 분야는 단기 취업률로 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구조조정 평가에서 취업률과 충원율이 중요해질수록, 대학 내부에서도 이 학과들은 ‘위험한 학과’로 분류되었다. 학문의 장기적 가치보다 단기 지표가 앞서게 된 것이다.
반대로 취업률이 높거나 정부 정책 방향과 맞는 분야는 확대되었다. 이공계, 보건계열, 산업수요 맞춤형 학과, 융합전공 등이 늘어났다. 물론 산업 변화에 맞춰 학과 구조를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대학이 사회 변화와 무관하게 과거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변화의 기준이 대학 내부의 학문적 판단과 지역적 필요가 아니라 외부 지표와 사업 선정 가능성에 의해 좌우될 때 발생한다. 포뮬러 펀딩은 이후 PRIME 사업과 같은 학과 구조 재편 정책의 배경이 되었다. 취업률과 산업수요라는 지표가 대학 학과 구조를 바꾸는 근거로 사용되었고, 인문사회계열에서 이공계열로 정원을 이동시키는 정책이 등장했다. 3회차의 숫자는 4회차의 정원 이동으로 이어진다.
포뮬러 펀딩이 지향한 목표는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다. 성과가 좋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면 다른 대학도 경쟁을 통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방식은 교육의 질을 높였는가. 일부 지표는 개선되었지만, 그것이 곧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부 재정지원금이 많을수록 재학생 충원율은 높아졌지만, 취업률이나 국내 연구성과에서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포뮬러 펀딩이 대학의 지표 관리를 강화했지만, 학생의 학습 경험과 교육 내용의 질을 얼마나 바꾸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성과 기반 재정지원의 오래된 한계다. 정책은 측정 가능한 성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교육의 성과는 단기간에 측정되기 어렵다. 학생이 대학에서 얻는 비판적 사고, 전공 이해, 시민성, 문제 해결 능력, 관계 형성, 자기 이해 같은 변화는 몇 개의 숫자로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졸업 직후 취업 여부는 측정하기 쉽지만, 대학 교육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친 장기적 영향은 측정하기 어렵다.
측정하기 쉬운 것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면, 대학은 측정하기 쉬운 성과를 생산한다. 취업률, 충원율, 교원확보율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학생의 성장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포뮬러 펀딩이 남긴 가장 중요한 한계다.
미국식 성과주의와 한국식 선별주의
성과 기반 재정지원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성과지표를 활용한 재정 배분 방식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포뮬러 펀딩은 외국의 일반적 공식 배분 방식과 다른 성격을 가졌다. 일부 국가에서 포뮬러는 기본 재정을 배분하는 계산식으로 사용된다. 학생 수, 교육비, 전공 특성,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대학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비교적 예측 가능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포뮬러는 대학의 안정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포뮬러 펀딩은 지원 대상을 선별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 기준을 넘는 대학을 골라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배제하는 방식이다. 공식이 배분의 도구가 아니라 탈락의 도구가 된 것이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기본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공식과, 경쟁에서 이긴 대학을 뽑기 위한 공식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한국식 포뮬러 펀딩은 공정한 계산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경쟁의 문턱을 수치화한 방식이었다. 대학은 자신이 어떤 교육을 하는지 설명하기보다, 공식에 들어가는 숫자를 개선해야 했다. 숫자를 높이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밀려났다. 이 구조는 대학 간 경쟁을 강화하고, 재정지원사업을 생존 경쟁으로 만들었다.

포뮬러 펀딩의 경험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숫자는 필요하지만, 숫자만으로 대학을 설명할 수는 없다. 취업률은 중요하지만, 대학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충원율은 중요하지만, 지역 불균형을 지운 채 대학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 전임교원 확보율과 학생 1인당 교육비도 중요하지만, 그 숫자가 실제 강의실에서의 배움과 학생의 성장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학재정지원정책이 지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그 지표는 대학의 다양성을 더 잘 반영해야 한다. 지역 여건, 대학 규모, 설립 유형, 학문 분야, 학생 구성, 교육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동일한 지표로 모든 대학을 줄 세우는 방식은 겉으로는 공정하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정지원의 목적을 다시 물어야 한다. 성과가 좋은 대학을 더 키우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고등교육 전체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인가. 취약한 대학을 탈락시키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교육 여건을 보장해 학생 피해를 줄이는 것이 목적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공식만 정교하게 만드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포뮬러 펀딩은 한국 대학을 숫자의 언어로 재편했다. 대학은 취업률, 충원율, 교원확보율, 장학금 지급률을 관리하는 조직이 되었고, 학과는 그 숫자에 따라 평가받았다. 숫자는 대학의 현재를 보여주는 도구였지만, 동시에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 되었다. 그 결과 대학은 점점 더 지표에 맞춰 움직였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위축됐고, 충원율이 낮은 대학은 압박을 받았다. 지역과 학문 분야의 구조적 차이는 공식 안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지원이 필요한 대학은 지원에서 밀려났고, 이미 좋은 조건을 가진 대학은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다음 회차에서 살펴볼 PRIME 사업은 이 흐름의 다음 장면이다. 포뮬러 펀딩이 대학을 숫자로 줄 세웠다면, PRIME은 그 숫자를 근거로 대학의 정원과 학문 구조를 직접 바꾸려 했다. 인문사회계열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열 정원을 늘리는 정책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취업률과 산업수요라는 숫자가 대학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은 뒤, 그 숫자는 학과와 정원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한국 대학은 언제부터 숫자가 되었는가. 3회차의 답은 이렇다. 대학이 스스로의 교육철학보다 정부 지표를 먼저 읽기 시작했을 때, 대학은 이미 숫자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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