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주변 환경이 단단해질수록 악성·치료 저항성 증가… 기계적 미세환경의 역할 규명
암의 진행과 치료 실패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으로 종양을 둘러싼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종양 미세환경의 기계적 특성, 특히 조직의 단단함이 암의 악성화와 치료 저항성을 유도한다는 점을 정밀하게 입증할 수 있는 3차원(3D) 암 모델을 개발하며 항암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부산대는 의생명융합공학부 김병수 교수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의공학과 조원우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종양 미세환경의 ‘기계적 강성’이 암세포의 전이성·암줄기세포성·약물 저항성을 유도하는 핵심 기전임을 규명하고 이를 체외에서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기반 암 모델을 개발했다고 1월 13일 밝혔다.
종양 조직은 정상 조직에 비해 물리적으로 더 단단한 특성을 가지며, 이러한 강성 증가는 암의 진행과 치료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 실험 모델은 종양 미세환경의 기계적 스트레스를 정밀하게 제어·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암 악성화가 어떤 신호 경로를 통해 유도되는지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탈세포화 세포외기질(dECM)과 알지네이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를 개발하고, 강성을 5~55kPa 범위에서 정밀 조절할 수 있는 3D 종양 미세환경 플랫폼을 구현했다. in-bath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동일한 크기와 구조의 암 스페로이드를 높은 재현성으로 제작함으로써, 실제 전립선암 조직에서 관찰되는 정상·중간·고강성 환경을 단계적으로 모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종양 강성이 증가할수록 구조적 압축과 함께 저산소증, 상피-중간엽 전이, 암줄기세포성, 항암제 저항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반대로 강성을 다시 낮추자 이러한 악성 표현형이 부분적으로 회복돼, 종양 강성에 의해 유도된 암 악성화가 가역적으로 조절 가능함도 확인됐다.
전사체 분석과 신호전달 경로 분석에서는 고강성 환경에서 PI3K 신호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NF-κB의 핵 전위가 유도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약물 배출 관련 유전자 발현이 연쇄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분자적 변화가 실제 전립선암 환자 유전체 데이터에서도 생존율 저하와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 비교를 통해 검증했다.
또한 PI3K 억제제를 적용한 실험에서는 고강성 환경에서도 NF-κB 활성화가 억제되고 항암제 감수성이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나, 종양 강성에 의해 형성된 치료 저항성이 특정 신호 축을 표적으로 조절 가능함을 제시했다. 이는 환자 특이적인 종양 강성을 체외에서 모사해 맞춤형 표적 치료 전략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 도구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병수 교수는 이번 연구가 종양 미세환경의 기계적 특성이 암세포 신호 전달과 치료 반응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결과라며, 향후 환자 맞춤형 기계적 특성을 반영한 암 모델과 정밀 치료 전략 개발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이석현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김병수 교수와 연세대 조원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생체재료·조직공학 분야 권위 학술지 『Advanced Science』 1월 4일자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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