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크기로 구현된 초정밀 센서… 의료·반도체까지 확장 가능
양자기술은 오랫동안 미래 기술로 불려왔지만, 실제 산업 적용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실험실 수준의 성과가 실제 장비로 구현되기까지는 기술적 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가 이 간극을 좁히는 성과를 내놓았다. 전남대학교 물리학과 문걸 교수 연구팀은 나노종합기술원 박종철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원자 기반 양자기술을 활용한 초정밀 자기장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양자기술이 실제 산업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기존 자기장 센서는 고전 물리 기반으로 작동하며, 미세한 신호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중성 원자의 양자 상태 변화를 이용해 자기장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기존 센서보다 훨씬 높은 민감도를 제공하며, 극도로 미세한 자기장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심장 활동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측정하는 심자도(MCG), 뇌 활동을 분석하는 뇌자도(MEG)와 같은 영역까지 활용 가능성이 열렸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성능만이 아니다. 연구팀은 센서를 ‘칩 스케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센서를 소형화하고, 다른 장비와의 집적이 가능하도록 만든 기술적 전환이다. 양자센서가 실험 장비가 아니라 산업 장비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충족한 것이다. 이 기술은 활용 범위도 넓다. 의료 진단 분야에서는 생체에서 발생하는 미세 신호를 비침습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반도체 공정에서는 미세 자기장 변화를 감지해 공정 이상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 국방과 지구물리 탐사 등 정밀 계측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Microsystems & Nanoengineering에 게재되며, 세계 상위 1%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입증했다. 문걸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내 양자센서 기술의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전남·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양자기술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자기술은 더 이상 미래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초정밀 측정과 센서 기술을 중심으로, 실제 산업과 연결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전남대의 이번 연구는 양자기술이 ‘가능성’이 아니라 ‘장비’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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