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지켜보고 있다” – 중국 유학생 감시 실태, 영국 대학 보고서로 드러나

UKCT 보고서 “중국공산당, 학생 통해 감시… 대학은 침묵하거나 협조”

민감한 주제를 피하는 교수들, 입을 닫는 학생들

영국 내 중국학 연구자와 대학에서 중국공산당(CCP)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간섭이 학문적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공개됐다. 싱크탱크 UK-China Transparency(UKCT)가 2025년 8월 발표한 『Cold Crisis – Academic Freedom and Interference in China Studies in the UK』는 중국학 연구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영국 대학 내 중국 정부의 영향력 실태를 고발했다. 보고서는 중국 유학생들이 동료 학생을 감시하거나 감시를 요청받는 정황, 중국 정부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강의나 연구가 폐강되는 사례, 대학이 중국 유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면서 자기검열을 유도하는 구조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BBC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학문 자유에 대한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의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중국 유학생들이 동료 학생을 감시하도록 요청받았다는 증언이다. 실제로 일부 학생은 수업 종료 후 교수에게 “중국 공안으로부터 강의 내용을 보고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으며, 일부 교수는 “특정 학생이 다른 학생의 발언을 메모하는 모습에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는 학생들 간의 위축 효과를 낳는다. 한 연구자는 “익명의 중국 유학생이 합류하는 순간 수업 분위기가 얼어붙는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감시당하는 느낌에 수업을 중도 탈락했다”고 응답했다.

대학은 알고도 침묵… 때론 협조

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학이 이러한 감시에 대해 무대응하거나, 때로는 협조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중국 외교관이나 영사관 관계자들이 교수 연구실에 방문하거나 수업에 참석하기도 했으며, 한 교수는 “대학 본부 직원이 CCP 관계자에게 나의 연구 내용과 동료 명단을 넘겼다”고 진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관리자들이 중국과의 재정적 관계를 이유로 민감한 연구를 회피하도록 교수에게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강의 내용을 조정하라”는 식의 ‘권고’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보고서는 감시의 조직적 구조로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과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를 지목했다. 이들 조직은 문화 교류를 명분으로 대학 캠퍼스에 뿌리내리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의 확장된 손발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CSSA 일부 간부는 영국에서의 활동을 CCP와 공유한다는 인터뷰를 남긴 바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 고등교육규제청(OfS)도 공자학원에 대한 감사와 협정 해지를 권고하고 나섰다.

보고서 표지

비자 거부, 가족 협박… 연구자를 겨누는 또 다른 무기

중국학 연구자들은 영국에 있으면서도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룬다는 이유로 비자를 거부당하거나, 중국 내 가족이 협박을 받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특히 신장 위구르, 티베트, 홍콩 관련 주제는 ‘금기어’에 가깝다. 한 연구자는 “중국 당국이 나의 활동을 문제 삼아 현지에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직장을 찾아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민감 주제를 다룬 논문을 썼다는 이유로 디지털 괴롭힘을 당했다”며 교수직에서 물러난 사례도 있었다.

UKCT 보고서의 핵심 중 하나는, 대학이 중국 유학생의 등록금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학문적 자유가 침해되는 구조다. 응답자의 64%는 “재정적 의존이 대학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으며, 38%는 “이로 인해 민감한 주제를 연구하거나 강의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BBC는 이를 “자기검열이 제도화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며, “이 구조는 영국 학문 생태계 전반에 왜곡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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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023년부터 시행된 영국의 「고등교육(언론의 자유)법」은 대학이 학문 자유를 적극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안보법」은 외국 정부의 강요나 협박에 따른 행동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영국 고등교육 규제기관인 OfS는 “자유를 위협하는 외국 정부와의 협정은 해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련 신고 시스템도 마련 중이다. 보고서는 단순히 중국학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이는 국제화된 고등교육 환경에서 권위주의 국가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이 문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UKCT는 보고서 말미에서 “중국학 연구자들의 고립을 막고, 비슷한 문제를 겪는 타 전공 연구자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며, “학문 공동체 전체의 감시 내성(immunity)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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