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대학재정지원사업 30년 ] ⑥ 산학협력은 대학을 구했는가

LINC 사업은 대학과 산업의 장벽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출발했지만, 현장실습과 산학협력의 숫자가 실제 교육의 질과 지역 정착으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 있다

대학과 산업을 연결하겠다는 약속

2012년 3월, 교육부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출범시켰다. 이름은 LINC였다. 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대학과 산업의 협력을 이끌 선도대학을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51개 대학이 선정됐고, 5년 동안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이후 사업은 LINC+를 거쳐 LINC 3.0으로 이어졌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교육을 산업 현장과 연결하고, 학생의 취업 역량을 높이며, 지역 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산학협력은 지방대학 정책에서도 중요한 해법으로 제시됐다. 지방대학이 지역 기업과 협력하면 학생은 지역에서 배우고 일할 수 있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와 기술을 얻으며, 지역은 청년 유출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였다. 대학이 더 이상 강의실 안에 머물지 않고 산업 현장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산학협력이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사용되어 왔다. 대학과 기업이 협약서를 맺었다고 협력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현장실습을 보냈다고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이 늘었다고 산업 문제 해결 능력이 자동으로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가족회사 수가 늘고, 기술이전 건수가 늘고, 현장실습 이수학생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대학과 지역 산업이 실제로 함께 성장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LINC 사업 10여 년의 역사는 이 질문을 남긴다. 산학협력은 대학을 바꾸었는가. 지방대학을 살렸는가. 학생의 배움과 취업의 질을 높였는가. 아니면 대학을 또 하나의 지표 관리 체계 안으로 밀어 넣었는가.

산학협력은 왜 국가정책이 되었나

산학협력이 대학정책의 중심으로 들어온 배경에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산업 구조의 변화였고, 다른 하나는 대학 재정 구조의 변화였다. 산업은 더 빠르게 변했고, 기업은 대학 졸업생이 곧바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를 요구했다. 대학 교육이 이론 중심에 머물러 있고, 졸업생의 실무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반복됐다. 동시에 대학은 재정 압박을 받았다. 등록금 동결은 길어졌고,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대학부터 타격했다.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산학협력은 교육 혁신이자 재정 확보 전략이 되었다. 기업과 협력해 연구비를 확보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만들고, 현장실습과 취업 연계를 통해 취업률을 높이면 대학 평가에서도 유리해질 수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도 산학협력은 매력적인 정책 언어였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를 산업 성장과 연결할 수 있고, 청년 취업난 대응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지방대학 문제와 결합하면 산학협력은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처럼 보였다. 지역 대학이 지역 기업과 함께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지역에 남아 일하면 대학과 지역이 함께 살아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지역에 협력할 만한 산업 기반이 있어야 하고, 기업이 대학과 장기적으로 협력할 이유가 있어야 하며, 학생이 현장실습을 통해 실제 배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 내부에도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과 교육과정 설계 역량이 있어야 한다. 산학협력은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의 문제다.

LINC 사업은 대학이 산학협력 친화형 체제로 바뀌도록 유도했다. 현장실습지원센터, 창업교육센터, 공동활용장비센터 같은 조직이 만들어졌고,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가 확산됐다. 교수업적평가에 산학협력 실적을 반영하도록 하는 대학도 늘었다. 캡스톤디자인, 현장실습, 창업교육, 산업체 공동연구, 기술이전, 가족회사 협약 등이 주요 성과 지표로 들어왔다. 이 구조는 대학을 실제로 움직였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산학협력단의 역할을 키웠고, 산학협력 관련 조직과 제도를 정비했다. 학생들에게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참여 기회를 제공했고, 기업과의 협약을 확대했다. 산학협력이 대학 본부와 학과의 주요 업무로 들어온 것은 LINC 사업의 분명한 효과였다.

그러나 평가 지표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지표가 많아질수록 대학은 지표를 채우는 데 집중하게 된다. 가족회사 수가 지표가 되면 협약 건수는 늘어난다. 하지만 협약을 맺은 기업과 실제 공동 프로젝트가 이루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현장실습 이수학생 비율이 지표가 되면 학생을 더 많이 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실습이 교육적으로 충실했는지, 학생 권리가 보호되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산학협력은 질보다 양으로 평가되기 쉬웠다. 몇 개 기업과 협약을 맺었는지, 몇 명의 학생이 참여했는지, 몇 건의 기술이전이 있었는지, 얼마의 수입이 발생했는지는 숫자로 제시하기 쉽다. 반면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지, 기업이 대학과 장기적 신뢰를 쌓았는지, 지역 산업의 역량이 실제로 높아졌는지는 측정하기 어렵다. 어려운 것은 뒤로 밀리고, 쉬운 것이 지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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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사는 정말 가족이었나

LINC 사업에서 자주 등장한 표현 가운데 하나가 가족회사였다. 대학과 기업이 지속적 협력 관계를 맺고, 교육과 연구, 취업과 기술개발에서 함께 움직이는 파트너라는 의미였다. 좋은 산학협력 모델이라면 가족회사는 단순한 협약 상대가 아니라 학생 교육과 지역 산업을 함께 책임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가족회사 수 자체가 성과 지표가 되면서 양적 확대가 먼저 일어났다. 대학은 더 많은 기업과 협약을 맺었고, 가족회사 명단은 길어졌다. 하지만 그 기업들이 실제로 교육과정에 참여했는지, 현장실습을 충실히 운영했는지, 공동연구나 채용으로 이어졌는지는 대학과 기업마다 차이가 컸다.

기업 입장에서도 산학협력은 언제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특히 중소기업은 장기적 인재 양성과 공동연구보다 당장의 생산과 인력난 해결이 더 급한 경우가 많다. 대학과의 협력이 기업 성장에 직접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없으면 협력은 형식화되기 쉽다. 협약서는 있지만 만남은 드물고, 가족회사라는 이름은 있지만 실질적 관계는 약한 사례가 생기는 이유다. 산학협력이 지속되려면 대학과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있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 교육과 연구 기회를 얻고, 기업은 기술과 인재, 문제 해결 지원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단기 사업 지표에 맞춘 협약 확대는 이런 상호성을 충분히 만들기 어렵다. 가족회사라는 이름이 많아질수록, 그 관계의 질을 묻는 질문은 더 중요해진다.

현장실습의 이상과 현실

현장실습은 LINC 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이었다. 학생이 강의실을 벗어나 기업과 기관에서 실제 업무를 경험하고, 전공 지식을 현장 문제와 연결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잘 설계된 현장실습은 분명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학생은 직무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실습은 운영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교육과정과 연결되고, 사전 교육과 사후 성찰이 이루어지며, 현장 지도와 대학의 관리가 함께 작동하면 현장실습은 배움이 된다. 반대로 학생을 단순 업무에 배치하고, 낮은 비용의 보조 인력처럼 활용하며, 실습 내용에 대한 교육적 관리가 부족하면 현장실습은 노동에 가까워진다.

LINC 사업의 평가지표는 현장실습 이수학생 비율을 중요하게 다뤘다. 이 지표는 확산에는 효과적이었다. 더 많은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 인원이 늘었다고 실습의 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 일이 전공 교육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실습 중 부당한 처우는 없었는지, 실습 이후 진로와 학습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장실습의 질 관리는 특히 지방대학에서 중요하다. 지역 기업의 규모가 작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역량이 부족한 경우 학생 실습이 단순 업무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 대학이 이를 보완하려면 실습기관을 선별하고, 지도교수와 현장 멘토의 역할을 명확히 하며, 학생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평가와 성과보고의 압박 속에서 질 관리보다 참여 실적이 앞서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캡스톤디자인은 무엇을 바꾸었나

캡스톤디자인은 산학협력 교육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설계와 제작, 발표, 피드백 과정을 경험하는 방식이다. 전공 지식을 실제 과제에 적용하고, 협업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 LINC 사업 이후 캡스톤디자인은 많은 대학에서 확산됐다. 공학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 디자인, 보건, 문화콘텐츠 분야로도 확대됐다. 학생들은 기업이나 지역사회가 제시한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기획해 결과물을 만들기도 했다. 이 변화는 대학 교육이 강의 중심에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부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캡스톤디자인 역시 운영의 질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좋은 캡스톤디자인은 문제 정의부터 자료 조사, 설계, 실행, 피드백, 개선까지 이어지는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고 전시하는 행사로 끝나면 교육적 효과는 제한된다. 기업이 이름만 참여하고 실제 멘토링이나 문제 제공이 부족하면 산학연계의 의미도 약해진다. 결국 캡스톤디자인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교육 설계에 달려 있다. 몇 개 과목이 운영되었는지보다, 학생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몇 팀이 참여했는지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역량이 길러졌는지가 중요하다. LINC 사업은 캡스톤디자인 확산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그 질을 보장하는 체계는 대학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산학협력중점교수와 대학 조직의 변화

LINC 사업은 대학 내부 인사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가 확산되었고, 교수업적평가에 산학협력 실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늘었다. 이는 대학이 논문과 강의만이 아니라 기업 협력, 기술이전, 현장실습, 취업 연계도 교수 활동의 일부로 인정하도록 한 변화였다. 이 변화는 필요했다. 대학이 사회와 산업 현장과 연결되려면,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산업체 경험을 가진 교원이 학생 교육과 기업 협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수업적평가가 연구논문 중심으로만 운영되면 산학협력 활동은 부차적인 일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이 제도에도 긴장이 있다. 산학협력 실적을 모든 학문 분야에 동일하게 요구하면 문제가 생긴다. 공학과 의학, 디자인, 보건 분야에서는 산학협력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반면 인문학이나 기초사회과학,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산학협력의 의미가 다르다. 이들 분야에까지 같은 방식의 산학협력 실적을 요구하면 학문 활동이 왜곡될 수 있다. 또한 산학협력중점교수가 대학 안에서 안정적인 교육·연구 주체로 자리 잡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사업비에 의존하는 비정규적 인력 구조라면, 사업이 끝난 뒤 지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 산학협력을 대학의 핵심 기능으로 삼으려면 사업 기간에 맞춘 임시 인력 활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인사제도와 역할 설계가 필요하다.

산학협력 사업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학생의 취업과 역량 강화였다. LINC 사업에 참여한 대학의 학생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얻고, 더 높은 직무역량을 갖추며, 대학 교육에 더 만족하게 되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관련 연구들은 일부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다. 일반대학 졸업생의 경우 LINC 사업 참여가 정규직 비율이나 시간당 임금 등 노동시장 성과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진로선택과 취업준비 프로그램 경험, 대학 교육 만족도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캡스톤디자인과 창업강좌처럼 특정 프로그램이 학생 만족도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성과는 균일하지 않았다. 전문대학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고, 지역 노동시장 정착 효과도 뚜렷하게 확인되기 어려웠다. 학생이 정규직으로 취업했더라도 그 일자리가 지역에 있는지, 전공과 관련 있는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지는 별도의 문제다. 산학협력의 목표가 지역 인재의 지역 정착이라면 단순 취업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효과는 참여 학생과 비참여 학생, 전공 분야, 대학의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대기업과 연계된 수도권 대학의 현장실습과 지역 중소기업 중심의 지방대학 현장실습은 같은 경험이 아니다. 같은 LINC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학생이 만나는 현장은 매우 다르다. 따라서 LINC의 학생 성과는 “효과가 있었다” 또는 “효과가 없었다”로 단순히 말하기 어렵다. 일부 프로그램은 분명 학생 경험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전체 학생에게, 모든 지역 대학에, 장기적 진로와 지역 정착까지 이어졌는지는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

산학협력은 지방대학의 재정 해법이 될 수 있었나

산학협력은 지방대학의 새로운 재정 기반으로도 기대를 받았다.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기술이전 수익을 얻고, 지역 산업과 협력하면 대학 재정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산학협력 수익은 지역 산업 기반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수도권이나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 대학은 기업 협력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산업 기반이 약한 지역의 대학은 협력할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이 많더라도 연구개발 여력과 대학 협력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 산학협력 수익을 대학 재정의 대안으로 삼기에는 지역 간 조건 차이가 너무 크다.

지방대학은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 일정한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한 재정 구조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사업비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용도가 제한되어 있다. 사업 종료 후에도 같은 수준의 프로그램과 인력을 유지하려면 자체 재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자체 재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었다. 결국 산학협력은 지방대학 재정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려웠다. 산학협력은 교육과 지역 연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가 만든 구조적 재정 부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산학협력 수익으로 대학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충당하겠다는 기대는 특히 지방 중소대학에게 과도한 요구였다.

산학협력은 대학만의 노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지역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업이 대학과 협력할 역량과 필요를 가져야 하고, 지자체가 이를 연결하는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학생이 지역에 남을 만한 일자리와 생활 조건이 있어야 한다. 지방대학 산학협력의 한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지역 기업이 영세하거나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하면 대학과의 공동 연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어도 장기적 교육 협력보다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면 현장실습은 교육보다 노동에 가까워질 수 있다. 지역 일자리의 임금과 안정성이 낮으면 학생은 실습을 경험하고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이 구조에서 대학만 평가받는다. 현장실습 이수율, 취업률, 가족회사 수, 기술이전 건수는 대학의 성과로 계산된다. 그러나 그 성과를 결정하는 지역 산업의 조건은 평가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지역 산업이 약한 곳의 대학은 산학협력에서도 불리하고, 그 불리함은 다시 대학 평가에 반영된다. 산학협력이 지방대학을 살리려면 대학과 기업의 개별 협약을 넘어 지역 산업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지자체가 지역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대학이 그 산업에 필요한 교육과 연구를 제공하며, 기업이 학생 채용과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산학협력은 대학이 지표를 채우기 위해 기업 명단을 확보하는 행정 업무로 축소될 수 있다.

숫자는 늘었지만 관계는 깊어졌는가

LINC 사업 이후 산학협력의 숫자는 분명 늘었다. 산학협력단은 확대되었고, 가족회사도 늘었으며,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참여 학생도 증가했다. 기술이전과 창업교육, 공동장비 활용,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도 대학 안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산학협력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다. 대학과 기업이 서로를 신뢰하고, 학생 교육을 함께 책임지며,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관계가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이 관계는 단기 사업으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된 협력 경험, 성과의 공유, 실패에 대한 학습, 학생 보호와 기업 만족이 쌓여야 한다.

지표 중심 사업은 이 관계를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업은 매년 성과를 요구하고, 대학은 보고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협약 건수와 참여 인원은 보고하기 쉽지만, 신뢰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는 보고하기 어렵다. 그래서 산학협력은 종종 관계의 정책이 아니라 숫자의 정책으로 운영된다. 산학협력이 대학을 바꾸려면 평가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냈는가보다 어떤 실습을 했는가를 봐야 한다. 몇 개 기업과 협약했는가보다 몇 개 기업과 지속적 교육·연구 관계를 만들었는가를 봐야 한다. 기술이전 수입만이 아니라 지역 기업의 문제 해결과 학생의 성장, 지역 정착 효과를 함께 봐야 한다.

산학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대학 교육이 산업의 하청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기업이 당장 필요로 하는 직무기술만 가르치는 기관이 아니다. 대학은 학생이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고력, 전공 이해, 윤리적 판단, 협업 능력, 시민성을 기르는 공간이다. 산업수요는 중요하지만 변한다. 오늘 필요한 기술은 몇 년 뒤 낡을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특정 직무에 바로 투입되는 인력을 넘어서, 변화하는 직무를 스스로 학습하고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좋은 산학협력은 대학 교육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넓혀야 한다. 현장 문제를 통해 전공 지식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산업 경험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판단을 배우게 해야 한다.

그러나 취업률과 실적 중심의 산학협력은 대학 교육을 좁힐 위험이 있다. 단기 취업과 기업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재편하다 보면, 기초학문과 교양교육, 비판적 사고와 공공성 교육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산학협력이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학을 노동시장 적응기관으로 축소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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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 이후의 질문

LINC 사업은 한국 대학에 중요한 변화를 남겼다. 산학협력은 더 이상 일부 공학계열의 부가 활동이 아니라 대학 정책의 중심 언어가 되었다.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창업교육, 가족회사, 기술이전은 대학의 일상적 업무가 되었다. 일부 학생은 이 과정에서 실제로 더 나은 진로 경험을 얻었고, 일부 대학은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교육과 연구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이 성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산학협력은 대학을 구한 만능 해법이 아니었다. 특히 지방대학의 재정 위기와 지역 소멸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컸다. 지역 산업 기반이 약하면 산학협력은 약해지고, 기업과 대학의 관계가 형식화되면 지표만 남는다. 현장실습의 숫자가 늘어도 학생의 권리와 배움이 보장되지 않으면 교육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산학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산학협력이 대학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이 산업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산업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대학이 지역과 함께 살아야 하지만, 지역 산업의 취약성을 대학 혼자 떠안아서는 안 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산학협력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그 관계를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만드는 일은 더 긴 시간과 더 넓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다음 회차에서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살펴본다. 문재인 정부는 복잡하게 나뉜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을 통합하고,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평가와 공모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정책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자율이라는 이름은 실제로 대학의 자율을 넓혔는가. 아니면 평가와 성과관리의 방식만 달라졌을 뿐, 대학은 여전히 정부 재정지원의 조건 안에서 움직였는가. 그 질문이 7회차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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