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RI에서 RISE와 글로컬대학까지, 지방대학 지원정책은 반복됐지만 위기는 완화되지 않았다
지방대학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지방대학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통계로 확인되고 있었고,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동도 계속되고 있었다. 지역 산업 기반은 약해졌고, 지방 중소도시는 대학을 중심으로 유지해온 경제·문화적 활력을 조금씩 잃어갔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학정책은 이 위기를 충분히 앞서 준비하지 못했다. 지방대학을 위한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름만 놓고 보면 정책은 많았다. 지방 공과대학 중점지원사업,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NURI, CK, LINC, RIS, RISE, 글로컬대학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방대학을 살리겠다는 사업이 등장했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입생 미충원은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됐고, 지방 사립대학의 재정은 더 취약해졌으며, 일부 대학은 폐교의 길로 들어섰다.
이 모순이 5회차의 출발점이다. 왜 지방대학 지원정책은 계속 나왔는데, 지방대학 위기는 더 깊어졌는가. 정부는 지방대학을 지원한다고 말했지만, 그 지원은 지방대학이 처한 구조적 불리함을 충분히 보정했는가. 아니면 수도권 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경쟁하게 만들면서 일부 대학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했는가. 지방대학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의 결과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만의 결과는 아니다. 그것은 수도권 집중, 지역 산업 쇠퇴, 사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 구조, 등록금 동결, 경쟁형 재정지원사업이 오랫동안 겹쳐진 결과다.
데드크로스가 보여준 현실
2020년은 한국 고등교육사에서 상징적인 해였다. 대학 모집정원이 대입 가능 자원을 초과하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현실화됐다. 대학 정원보다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갑작스러운 충격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변화였다. 문제는 충격이 모든 대학에 균등하게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의 충격은 지방대학에 먼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수도권 대학은 전국의 학생을 흡수할 수 있지만, 지방대학은 지역 내 학생 감소와 수도권 유출을 동시에 겪는다. 학생 수가 줄어도 수도권 선호는 유지되고, 지방의 우수 학생은 지역을 떠난다. 그 결과 지방대학은 단순한 인구 감소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다. 2021년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였고, 미충원 인원의 상당수는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추가모집 인원 역시 지방대학에 집중됐다. 이 수치는 지방대학 위기가 개별 대학의 홍보 부족이나 행정 미숙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 인구 구조와 청년 이동, 수도권 집중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다.
지방대학의 미충원은 단순히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대학은 지역의 청년을 머물게 하는 마지막 제도적 장치 가운데 하나다. 지역에서 대학이 약해지면 청년은 더 빨리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청년이 떠나면 지역 산업과 소비, 문화, 돌봄, 공공서비스 기반이 함께 약해진다. 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이고, 지역의 위기는 다시 대학의 위기로 돌아온다.
지방대학은 단순히 학위를 주는 기관이 아니다. 지역의 전문인력을 길러내고, 지역 기업과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평생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청년이 성인이 되어 머무를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든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학은 고용기관이자 소비 기반이고, 문화 시설이며, 지역사회의 지식 인프라다. 한 지방대학이 문을 닫으면 그 영향은 캠퍼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생이 사라지고, 교직원이 떠나며, 주변 상권이 줄어든다. 원룸, 식당, 서점, 카페, 교통, 문화시설이 함께 영향을 받는다. 지역 고등교육 기회가 줄어들면 지역 학생은 더 일찍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 지역에서 배울 수 없으면 지역에서 일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서남대 폐교 이후 전북 남원 지역에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은 지방대학이 지역경제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학 폐교는 특정 학교법인의 실패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충격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지방대학 정책은 단순한 대학정책이 아니다. 지역정책이고, 청년정책이며, 산업정책이고, 국가균형발전정책이다. 그런데 지난 30년간 지방대학 지원정책은 이 복합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대학에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은 있었지만, 대학이 자리한 지역의 산업·주거·교통·일자리·문화 생태계를 함께 바꾸는 접근은 부족했다.
NURI가 보여준 가능성과 한계
지방대학 지원정책의 대표적 장면은 참여정부의 NURI 사업이다.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으로 불린 NURI는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참여정부의 대표적 고등교육 정책이었다. 2004년부터 5년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었고, 비수도권 대학과 사업단이 지원을 받았다. NURI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지방대학을 별도의 정책 대상으로 명확히 설정했다. 수도권 대학과 같은 장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 대학의 혁신역량을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역 산업과 대학 교육을 연결하고, 지방대학의 특성화를 지원하며, 지역 인재 양성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담았다. 성과도 있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원확보율,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의 지표가 개선되었다. 지방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해 특성화 전략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대학정책을 바라보는 관점도 강화됐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NURI는 지방대학 전용 사업이었지만, 사업단 경쟁과 성과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모든 지방대학에 안정적 기반을 제공하기보다, 경쟁을 통해 일부 사업단을 선정하는 구조였다. 또한 지역 산업 기반이 약한 곳에서는 대학이 인재를 양성해도 지역 일자리와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 대학이 학생을 길러도 지역 기업이 그 인재를 흡수하지 못하면, 학생은 결국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NURI는 지방대학 지원의 필요성을 제도적으로 확인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방대학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만 바꿔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지방대학 지원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 대학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지방대학 전용 사업보다 전국 단위 경쟁과 포뮬러 방식이 강화됐다.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은 정량지표를 바탕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고, 지방대학도 수도권 대학과 같은 지표 경쟁 속에 놓였다. 문제는 같은 지표가 같은 조건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방대학은 충원율, 취업률, 산학협력 수익, 기부금, 연구비 확보 등 여러 지표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수도권에 학생과 기업, 연구기관,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국 단위 경쟁에서는 이 조건 차이가 충분히 보정되지 않았다.
지방대학 입장에서 전국 경쟁은 공정한 기회라기보다 불리한 경기장이었다. 수도권 대학은 이미 높은 충원율과 취업률,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경쟁에 참여한다. 지방대학은 인구 감소와 지역 산업 취약성 속에서 같은 지표를 맞춰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방대학 지원정책은 지방대학을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지방대학 간, 그리고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 간 경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이 흐름은 3회차에서 살펴본 포뮬러 펀딩의 문제와 연결된다. 숫자는 공정해 보이지만, 숫자가 만들어진 조건은 공정하지 않다. 지방대학은 숫자에서 밀리고, 숫자에서 밀리면 재정지원에서 밀리며, 재정지원에서 밀리면 다시 숫자를 개선할 힘을 잃는다. 악순환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CK와 LINC, 특성화와 산학협력의 반복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대학특성화사업, 즉 CK 사업과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LINC 사업 등이 지방대학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했다. 이들 사업은 대학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특성화하고, 지역 산업과 연계하며, 취업과 현장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겉으로 보면 지방대학에 필요한 정책처럼 보였다.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맞는 강점을 찾아야 한다. 지역 산업과 연결된 교육과정을 만들고,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을 확대하며, 지역기업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지방대학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운영에서는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사업들은 각기 다른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평가 지표는 상당 부분 겹쳤다. 취업률, 충원율, 산학협력 실적, 교육과정 개편, 중장기 발전계획, 성과관리 체계 등이 반복적으로 요구됐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보다 사업계획서 작성과 평가 대응에 더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야 했다. 또한 산학협력은 지역 산업 기반이 있어야 작동한다. 수도권이나 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에서는 대학과 기업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산업 기반이 약한 지역의 대학은 협력할 기업 자체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산학협력 실적을 같은 방식으로 요구하면 지방대학은 다시 불리해진다. 특성화도 마찬가지다. 모든 대학이 특성화를 외치지만, 정부 사업의 언어와 지표가 비슷하면 특성화는 오히려 획일화로 이어진다. 지방대학은 지역 고유의 역할을 찾기보다, 정부 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특성화 전략을 만들어야 했다. 특성화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동형화가 진행된 것이다.
2014년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지방대학 정책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 법은 지방대학과 지역균형인재 육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제로 설정했다. 지역인재 채용, 지방대학 지원, 국가균형발전과의 연계가 법적 언어로 들어왔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졌다고 현실이 곧바로 바뀌지는 않았다. 가장 큰 한계는 안정적인 재원 구조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방대학을 육성하려면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여전히 사업 단위 공모와 평가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법은 방향을 제시했지만, 대학 현장의 재정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
또한 지역인재 채용 정책만으로 지방대학 위기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역인재가 지역에 남으려면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만이 아니라 주거, 교통, 문화, 의료, 교육 등 생활 기반도 필요하다. 지역 기업이 성장하고,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지역 대학과 실질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방대학 육성은 법 하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체를 재구성하는 과제다. 지방대학 육성법은 중요한 출발점이었지만, 그 이후의 정책은 여전히 공모사업 중심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대학을 살리려면 법적 선언보다 재정 구조와 지역 산업 구조, 대학 거버넌스의 변화가 함께 필요했다.
사립대학 중심 구조가 만든 이중 위기
한국 지방대학 위기의 또 다른 핵심은 사립대학 중심 구조다. 한국 고등교육은 사립대학 비중이 높고, 지방에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중소 사립대학이 많다. 이들 대학은 등록금 수입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런데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되고,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재정 기반이 급속히 약해졌다. 수도권 대형 사립대학은 기부금, 부속병원 수입, 연구비, 산학협력 수익, 브랜드 파워 등 다양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지방 중소 사립대학은 그렇지 않다.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면 등록금 수입이 줄고, 등록금 수입이 줄면 교원 충원과 교육 투자도 어렵다. 교육 여건이 나빠지면 학생 모집은 더 어려워진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이 악순환을 끊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러나 경쟁형 사업 구조는 오히려 재정 취약 대학을 더 불리하게 만들었다. 사업계획서를 잘 쓰고, 성과지표를 관리하고, 전담 조직을 운영하려면 기본적인 행정 역량과 인력이 필요하다. 재정이 약한 대학은 이 역량도 부족하다. 지원이 필요한 대학일수록 사업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일부 사립대학의 비리와 부실 운영은 사립대학 재정지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저항을 키웠다. 그러나 그 불신 때문에 지방 사립대학 전체를 방치할 수는 없다. 공적 재정을 투입하려면 회계 투명성, 이사회 책임성, 구성원 참여, 공공성 강화가 함께 요구되어야 한다. 지방 사립대학 지원은 단순한 보조금 문제가 아니라 공공적 통제와 책임의 재설계 문제다.
지방대학 위기의 가장 깊은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이 있다. 청년은 대학을 선택할 때 단순히 학과만 보지 않는다. 졸업 후 일자리, 인턴십, 문화생활, 교통, 네트워크, 생활 기회를 함께 본다. 수도권은 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지방대학이 아무리 교육과정을 개선해도 수도권이 제공하는 기회의 밀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이 구조에서 지방대학은 이중의 손실을 겪는다. 먼저 우수 학생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다음으로 지방대학을 졸업한 학생도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지역은 청년을 기르고도 붙잡지 못한다. 대학은 지역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지만, 그 인재가 지역에 남을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 악순환은 지역 산업과도 연결된다. 지역 기업이 약하면 대학과의 산학협력도 약해진다. 산학협력이 약하면 대학은 실무형 교육과 취업 연계에서 불리해진다. 취업률이 낮아지면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진다.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면 대학 재정이 악화된다. 대학 재정이 악화되면 교육 투자와 지역 협력 역량도 줄어든다. 이 문제는 대학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지방대학 정책이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학에 너무 많은 책임을 떠넘겼다는 데 있다. 지방대학이 살아나려면 지역 산업, 지자체, 공공기관, 중앙정부, 대학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을 살리는 전략 안에 대학을 놓아야 한다.
RISE와 글로컬대학, 새로운 전환인가
최근의 지방대학 정책은 RISE와 글로컬대학으로 대표된다. RISE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로, 중앙정부가 주도하던 대학재정지원 권한 일부를 지자체와 지역 단위로 옮기는 방향을 담고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과 대학의 과감한 혁신을 전제로 일부 대학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변화는 중요한 전환점을 포함한다. 지방대학 문제를 중앙정부 단일 사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대학정책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대학은 지역 산업·정주·문화·평생교육과 더 깊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방향은 타당하다.
그러나 동시에 익숙한 위험도 반복된다. RISE가 지역 중심이라고 해도, 지역 간 재정·행정 역량 격차가 크면 또 다른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강한 광역지자체와 약한 지자체의 차이, 산업 기반이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가 대학 지원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의 경쟁이 지역의 경쟁으로 옮겨갈 뿐이라면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글로컬대학 사업도 마찬가지다. 과감한 혁신과 집중 지원은 일부 대학에 강력한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러나 30개 안팎의 대학을 선정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탈락 대학을 만든다. 선택된 대학은 성장의 발판을 얻지만, 선택되지 못한 대학은 더 큰 불안에 놓인다. 지방대학 전체의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과 일부 혁신 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은 구분되어야 한다.
RISE와 글로컬대학이 진정한 전환이 되려면, 경쟁의 무대를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방대학의 최소 교육 기반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지역별 조건 차이를 반영하며, 선정 대학과 미선정 대학 사이의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지방대학을 살린다는 말은 단순히 모든 대학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이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 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일부 대학은 통합될 수 있고, 일부 학과는 재편될 수 있으며, 일부 학교법인은 더 이상 대학을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변화의 방식이다. 지방대학 정책의 목표는 무조건 생존이 아니라, 지역의 고등교육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여야 한다. 어느 지역의 청년이 고등교육을 받기 위해 반드시 수도권으로 떠나야 한다면, 그것은 국가균형발전의 실패다. 지역 산업과 공공서비스를 담당할 인재를 지역에서 길러낼 수 없다면, 지역의 지속 가능성도 약해진다.
따라서 지방대학 정책은 세 가지 층위로 나뉘어야 한다. 첫째, 지역별 최소 고등교육 기반을 보장하는 안정적 지원이다. 둘째, 지역 산업과 대학의 실질적 연계를 만드는 생태계 지원이다. 셋째, 혁신 역량이 있는 대학에 대한 집중 지원이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세 번째에 자주 기울었다. 그러나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약하면 집중 지원의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일은 대학 몇 곳을 골라 성공 사례로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지역에서 배움과 일, 삶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 구조 없이 대학만 혁신하라고 요구하면, 지방대학은 또다시 사업계획서 안에서만 살아남는 기관이 된다.

반복된 처방을 넘어
지난 30년간 지방대학 정책은 계속 등장했다. 그러나 그 정책들은 대체로 공모, 평가, 선정, 성과관리의 틀 안에서 운영됐다. 지방대학의 구조적 불리함을 보정하기보다는, 지방대학끼리 다시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더 큰 구조를 건드리기보다는, 대학 내부의 혁신을 요구하는 방식이 많았다. 그 결과 지방대학은 정책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정책 경쟁의 탈락자가 되었다. 지원받기 위해 사업을 준비했지만,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더 불리해졌다. 선정되어도 사업 기간이 끝나면 다시 다음 사업을 준비해야 했다. 장기적 재정 안정성은 부족했고, 지역 생태계 변화는 더뎠다.
이제 지방대학 정책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지역에 어떤 고등교육 기반이 필요한가를 물어야 한다. 어느 대학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가가 아니라, 그 지역의 청년과 산업과 시민에게 어떤 교육 인프라가 필요한가를 먼저 봐야 한다. 대학의 혁신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역이 대학을 필요로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 위기는 한국 대학재정지원사업 30년의 가장 아픈 결과다. 정부는 오랫동안 대학을 평가하고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위기는 오히려 깊어졌다. 이 사실은 정책의 실패를 말해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개별 사업의 실패라기보다 구조를 바꾸지 못한 정책 반복의 실패다.
다음 회차에서는 산학협력을 살펴본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해법으로 산학협력은 오랫동안 강조되어 왔다. LINC 사업은 대학과 산업, 지역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현장실습과 가족회사, 캡스톤디자인, 기술이전의 숫자는 실제 교육과 지역 정착으로 이어졌는가. 지방대학 문제의 다음 장면은 산학협력의 이상과 현실 속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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