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건 데이터 학습 기반… 공개 확대·처리 병목 개선 가능성
사법 정보 공개는 투명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개인정보 보호와의 충돌이 반복돼 왔다. 판결문을 공개하려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정보를 제거해야 하지만, 수작업 방식으로는 처리 속도와 정확도 모두 한계가 있었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정연돈 교수 연구팀은 판결문 내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비식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사법 데이터 공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병목을 기술로 해결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헌법에 따라 판결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역시 동시에 요구된다. 문제는 처리 방식이다. /기존에는 판결문 한 건을 비식별화하는 데 약 2주가 소요됐고, 이로 인해 전체 판결문 중 약 5.97%만 공개 가능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자동화 시도도 있었지만, 기존 시스템의 개인정보 탐지 정확도는 약 8%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문제를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모델 통합 구조’로 접근했다. 약 100만 건 규모의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식별화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벤치마크 데이터셋 ‘K-LegalDeID’를 설계했다. 동시에 한국어 법률 문서 특성을 반영한 ‘KLUEBERT-CRF’ 모델을 개발해 문맥 기반 판단 정확도를 높였다. SNS 대화와 판결문 데이터를 결합해 표준화된 라벨링 구조를 만들고, 이를 AI 학습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이 단계적으로 제시된다.
이번 모델은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개선했다. 개체 수준 마이크로 F1 점수 기준 0.9923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고, 모델 파라미터 수를 약 1억 1천만 개로 줄여 기존 대비 약 20배 경량화했다. 이는 실제 법원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번 기술은 단순 자동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비식별화 작업이 자동화될 경우 판결문 공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고, 현재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법 데이터 접근성도 확대될 수 있다. 즉 공개와 보호 사이의 충돌을 줄이고, 사법 시스템 운영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자연어처리 분야 국제 학술대회 EACL 2026에서 발표됐으며, 특허도 출원됐다. 사법 시스템은 더 이상 단순 행정 절차로 운영되지 않는다. 데이터 처리와 공개 방식 역시 기술 기반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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