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으로 다시 묻는 대학의 역할①」평생교육이라는 이름의 실험 : 한국 대학은 언제부터 ‘성인’을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나

한국 대학이 평생교육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을 학령인구 급감 이후로만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인구 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고등교육 체제 내부의 구조적 변화 요구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어서며 고등교육의 대중화가 정점에 이르렀고, 그 결과 대학은 더 이상 일부 청년만을 대상으로 한 제도로 기능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시에 산업구조 변화와 고용 불안정의 확산은 한 번의 학위 취득으로 평생을 설계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보고서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외부 충격’에 대한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이미 고등교육 체제 내부에서 누적돼 온 문제의식에 대한 정책적 실험이었다. 문제는 이 실험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됐고, 어떤 성과와 한계를 남겼으며, 왜 오늘날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이라는 더 급진적인 언어로 이어지게 되었는가에 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08년 이후 추진된 대학 평생교육 정책의 변천 과정과 그 결과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짚어본다. 단순한 사업 나열이 아니라, 정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무엇을 해결하지 못했는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둔다.

대학은 왜 평생교육의 주체가 되었나? 평생학습 중심대학과 선취업·후진학 체제의 형성(2008~2014)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평생교육 정책에서 대학은 중심적 위치에 있지 않았다. 성인 대상 교육은 주로 지방자치단체 평생학습관, 직업훈련기관, 민간 교육시장이 담당했고, 대학은 학위 교육을 제공하는 별도의 제도로 인식됐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은 정책 체계에서도 명확히 분리돼 있었다. 이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배경에는 두 가지 변화가 겹쳐 있었다. 하나는 고등교육의 대중화다. 대학 졸업장이 보편화되면서, 고등교육은 더 이상 청년기에 한 번 통과하는 제도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교육 단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의 변화였다. 정규직 고용의 비중이 낮아지고 직무 전환이 일상화되면서, 재직자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재훈련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가 대학을 평생교육 정책의 핵심 주체로 끌어들인 것은 이러한 수요 변화를 제도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미 교육 인프라와 학위 수여 권한을 갖고 있었고, 고등 수준의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춘 기관이었다.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되면서, 특히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2008년, 평생학습 중심대학 지원사업의 도입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08년 처음 도입된 것이 ‘평생학습 중심대학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대학이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학위·비학위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학사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설계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두었다. 사업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약 9년간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초기 사업의 핵심은 ‘접근성 확대’였다. 성인학습자를 위한 별도 입학 전형을 마련하고, 야간·주말 수업을 확대하며, 학점 인정과 수업 운영 방식을 유연화하는 데 정책 역량이 집중됐다. 당시 정책 설계는 대학 체제의 근본적 전환보다는, 기존 대학 구조 안에 성인학습자를 수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재정 구조 역시 이러한 성격을 반영하고 있었다. 2011년까지는 국고 지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비율을 대응 투자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그러나 2012년 이후에는 지자체 대응 투자가 의무에서 권장으로 전환되고, 대신 대학 자체 대응 투자 비율이 확대됐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였지만, 동시에 평생교육이 대학의 핵심 전략이 아니라 ‘추가 사업’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고착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선취업·후진학 정책과의 결합

평생학습 중심대학 정책은 곧 선취업·후진학 정책과 결합되며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한다. 정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취업한 청년과 재직자에게도, 이후 대학 학위 취득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재직자 특별전형이 주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재직자 특별전형은 고졸 재직자에게 대학 진학 경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학사 운영의 유연화를 요구했다.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이 제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기능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평생학습 중심대학 지원사업’과 ‘선취업·후진학 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이 병행 추진됐다. 이후 2015년 두 사업은 통합·개편되며,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입과 학습 지속을 하나의 정책 틀로 묶게 된다. 이는 대학 평생교육 정책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 고등교육 진입 경로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정책은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성인학습자의 대학 접근성은 이전보다 크게 확대됐고, 대학이 학령기 학생만을 전제로 운영돼 온 관행에서 부분적으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됐다. 평생교육이 대학의 역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제도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회미래연구원의 평가는 동시에 분명하다. 이 시기의 정책은 대학 체제의 ‘전제’를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성인학습자를 위한 제도는 도입됐지만, 대학의 교육과정 설계, 교수 평가 체계, 재정 배분 구조는 여전히 학부 중심 체제를 기준으로 유지됐다. 성인학습자는 늘었지만, 대학 운영의 중심으로 이동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한계는 이후 정책 국면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정부는 단순한 접근성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대학 조직 내부를 직접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나아가게 된다. 다음 단계는 ‘도입’이 아니라 ‘확대와 내부화’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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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단과대학과 LiFE 사업, ‘조직 안으로 들어온 평생교육’(2015~2024)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2008년 이후 추진된 평생학습 중심대학과 선취업·후진학 정책을 통해 성인학습자의 대학 접근성은 이전보다 분명히 확대됐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누적될수록 한계 역시 보다 분명해졌다. 성인학습자는 늘었지만, 대학의 운영 방식과 조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평생교육은 여전히 기존 학부 체제의 ‘추가 기능’으로 다뤄졌고, 성인학습자의 학습 경험 역시 학령기 학생 중심 커리큘럼의 변형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시기를 대학 평생교육 정책의 ‘전환 압력이 축적된 단계’로 규정한다. 단순히 성인학습자 진입 경로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정책 당국과 대학 현장 모두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대학 내부에 성인학습자를 전제로 한 교육 조직과 운영 체계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였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16년 도입된 것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존 정책과 달리, 대학이 성인학습자를 기존 학과 체제에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단과대학을 설치해 전담 조직을 구축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성인학습자를 위한 학사 운영, 교육과정 설계, 학생 지원을 하나의 조직 단위에서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시도였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분명했다. 성인학습자의 학습 방식은 학령기 학생과 다르며, 이를 동일한 조직 구조 안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야간·주말 수업, 집중이수제, 모듈형 교육과정 등 성인친화적 학사 운영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실험 공간으로 기능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중심으로 재직자, 중장년층, 경력전환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학위과정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대학 조직 내에 설치되었지만, 그 위상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예산 배분, 교수 인사, 학사 운영 권한에서 기존 단과대학에 비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고, 대학의 중장기 발전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조직은 만들어졌지만, 대학 전체를 움직이는 중심 조직으로 기능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컸다.

LiFE 사업의 등장과 전국적 확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는 대학 평생교육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 결과가 LiFE(Lifelong Education) 사업이다. LiFE 사업은 2021년부터 1주기로 본격 추진됐고, 이후 2주기로 이어지며 대학 평생교육 정책의 대표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LiFE 사업은 단순한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 대학이 성인학습자 친화형 체제로 전환하도록 종합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입학 전형, 교육과정, 학사 운영, 교수 역량, 학생 지원, 지역 연계까지 대학 운영 전반을 성인학습자 관점에서 재설계하도록 정책 목표가 설정됐다. 참여 대학 수 역시 초기 몇 개 대학에 그치지 않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아우르며 점차 확대됐다. LiFE 사업 참여 대학들은 성인학습자 입학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2019년 이후 성인학습자 입학 인원은 연도별로 증가 추세를 보였고, 특히 30대와 40대 이상의 학습자 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됐다. 이는 대학이 더 이상 20대 초반 학생만을 전제로 운영될 수 없다는 현실을 수치로 보여주는 변화였다.

LiFE 사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성인학습자의 연령 분포가 정책 효과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기준으로 LiFE 참여 대학의 신입생 연령 분포는 기존 학부 중심 구조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30대 이상 학습자의 비중이 상당한 수준을 차지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40대·50대 학습자도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학이 성인학습자를 ‘부수적 대상’이 아니라, 실제 교육 수요의 한 축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대학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성인학습자는 학습 목적이 분명하고,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내용을 해석하며, 학습 성과를 즉각적인 경력 변화와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기존의 이론 중심, 학령기 학생 전제 커리큘럼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정책 규모와 참여 대학 수가 확대되었음에도, 대학 평생교육 체제가 여전히 ‘형식적 운영’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인친화적 학사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시간적·물리적 제약, 교육과정의 실무 연계 부족, 맞춤형 학습 지원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수진 참여 문제는 LiFE 사업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핵심 과제로 남았다.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은 연구 중심 교수에게 부가적인 업무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고, 성인학습자의 직무 경험을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교수 인력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산학협력중점교수와 같은 제도가 도입됐지만, 단기 성과 중심 평가와 불안정한 고용 구조는 장기적 교육 품질 축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시기를 대학 평생교육 정책의 ‘확대·정교화 단계’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체제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정책은 점점 정교해졌고, 참여 대학과 학습자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대학 운영의 기본 전제, 즉 학령기 학생 중심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평생교육은 여전히 사업 단위로 관리됐고, 대학의 핵심 책무로 재정의되지는 못했다. 이 지점에서 정책 논의는 다시 한 번 방향을 틀게 된다. 성인학습자를 위한 제도와 조직을 계속해서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에서 제기된 질문은 보다 근본적이다. 대학은 학령기 중심 체제를 유지한 채 평생교육을 덧붙일 것인가, 아니면 평생교육을 중심에 놓고 대학의 기능 자체를 재설계할 것인가.

대학 평생교육은 ‘확대’되었지만 왜 ‘체제’가 되지 못했는가? 정책은 쌓였지만, 대학의 기본 전제는 바뀌지 않았다

2008년 이후 15년 넘게 추진된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결코 단절적인 시도가 아니었다. 평생학습 중심대학 지원사업에서 시작해 선취업·후진학 정책, 평생교육 단과대학, LiFE 1.0과 2.0에 이르기까지 정책은 단계적으로 축적돼 왔다. 참여 대학 수는 늘었고, 성인학습자의 대학 진입 경로도 제도적으로 안정화됐다. 성인학습자 입학 규모와 연령대 역시 변화했고, 대학이 더 이상 20대 초반 학생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미래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이 일련의 정책 흐름이 ‘체제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 이유는 정책의 성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책이 도전한 지점과 대학이 유지해 온 기본 전제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계속해서 확대됐지만, 대학 운영의 중심축은 여전히 학령기 학생 중심 체제에 놓여 있었다.

대학의 교육과정 편성, 교수 평가와 승진 기준, 재정 배분 방식, 행정 일정과 조직 운영 구조는 모두 학부 중심 체제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성인학습자를 위한 제도는 이 체제 위에 ‘추가’되는 방식으로 도입됐고, 그 결과 평생교육은 대학의 핵심 기능이 아니라 관리 대상 사업으로 인식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책이 반복될수록 제도는 늘어났지만, 대학이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수준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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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된 수치들은 이 불균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LiFE 사업 참여 대학을 중심으로 성인학습자 입학 규모는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30대·40대 이상의 학습자 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됐다. 이는 고등교육 수요가 생애 전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그러나 성인학습자의 증가가 곧바로 대학 내부 자원의 재배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성인학습자 대상 학위과정이 확대됐음에도, 해당 과정에 투입되는 교수 인력과 행정 지원은 기존 학부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았다. 성인학습자 전담 조직은 존재했지만, 예산과 권한 면에서는 주변부에 머무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는 성인학습자가 ‘통계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제도적으로는 여전히 비중심적 위치’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 평생교육 정책이 반복적으로 부딪힌 또 하나의 핵심 한계는 교수 체제 문제다.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은 학령기 학생과는 다른 교육 접근을 요구한다. 직무 경험을 전제로 한 사례 중심 수업, 문제 해결 중심 학습, 유연한 평가 방식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기존 연구 중심 교수 체제와 쉽게 접합되지 않는다. 성인학습자 대상 교육이 연구 외의 부가 업무로 인식되는 구조가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다수의 대학에서 교수 평가와 승진은 여전히 연구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평생교육 강의는 교육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평생교육은 개인 교수의 헌신에 의존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쉽고, 교육 품질의 축적과 확산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산학협력중점교수 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됐지만, 단기 계약과 성과 중심 평가 방식은 장기적인 교육 전문성 축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대학 평생교육은 제도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떠받칠 교수 집단과 전문 인력 체계는 충분히 안정화되지 못했다.

재정 문제는 대학 평생교육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지점이다. 그동안 대학 평생교육 정책은 대부분 한시적 재정지원 사업 형태로 추진됐다. 사업 기간 동안에는 제도 도입과 조직 구축이 가능했지만, 사업 종료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컸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 과정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재정 환경에서 대학이 성인학습자 중심 체제로 중장기적 전환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고등평생직업교육은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교육과정의 설계, 교수 역량의 축적, 지역 산업과의 연계는 중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단기 사업 중심 재정 구조는 대학이 장기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연차 평가와 성과 관리에 대응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경향을 강화했다.

지역대학에 집중된 구조적 부담

이러한 한계는 모든 대학에 동일하게 나타난 것이 아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대학이 대학 평생교육 정책의 구조적 부담을 더 크게 떠안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이 먼저 나타난 지역대학은 성인학습자를 새로운 수요 기반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재정과 인력, 지역 산업 기반의 한계로 인해 정책 실험의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지역대학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 인적자원 개발과 산업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기대를 받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재정과 제도적 권한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그 결과 평생교육은 지역대학의 ‘생존 전략’으로 강조되었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으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한 채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이 시점에서 ‘평생교육 중심 대학체제 전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의 정책 경험이 보여준 것은, 평생교육을 기존 대학 체제에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사실이다. 성인학습자는 더 이상 예외적 대상이 아니라 고등교육 수요의 구조적 축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를 전제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설계하지 않으면 정책은 반복적으로 같은 지점에서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제 문제는 대학이 평생교육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어떤 학습자를 중심에 두고 운영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교육과정, 조직, 재정, 교수 체제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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