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재정 위기를 대학 내부의 효율성 문제나 학생 감소 현상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접근이다. OECD의 2025년 보고서는 고등교육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개별 대학의 경영 문제를 넘어 국가 재정 전략, 정책 설계 방식, 공공투자 철학과 직결된 문제임을 분명히 밝힌다. 대학은 공공성과 시장성이 긴장 관계를 이루는 기관이며,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범위를 공공재로 설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재정을 배분할 것인지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이번 3회차 기사는 OECD가 제시한 자료와 사례를 기반으로 정부가 대학을 어떻게 지원해야 지속가능한 고등교육 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 탐구한다. 핵심은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얼마나 지원할 것인지, 어떤 메커니즘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선택이며, 이 선택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한다.
정부 지원의 핵심 질문: 무엇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고등교육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문제는 정부가 대학 재정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OECD는 모든 나라가 세 가지 핵심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정부가 대학의 어떤 활동을 공공재로 규정하여 안정적 재정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둘째는 고등교육에 어느 정도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즉 총량의 문제다. 셋째는 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지, 즉 배분 메커니즘의 문제다. 이 세 가지 질문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만 바뀌어도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는 고등교육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다. 전통적으로 많은 국가는 학위 교육과 기초연구를 공공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기본 지원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직업교육, 평생교육, 지역사회 기여, 혁신 생태계 구축 등 다양한 영역이 대학의 역할로 편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기능을 공공재로 간주할 수 있는지, 또는 특정 영역만을 공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등장했다. 어떤 영역을 공공 영역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부지원 규모와 방식은 달라지고, 이는 대학 운영 모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국가 재정 여건과 정치적 선택을 반영한다. 많은 국가는 GDP 대비 고등교육 투입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고등교육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의 확대와 비용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축소된 상태일 수 있다. OECD는 대학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재정 투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구조적 불일치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결국 단순히 현재 투입 비율 유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기능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정 재정 수준이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마지막 질문인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즉 재정 배분 방식은 가장 복잡한 문제다. 정부는 기본지원을 일정 비율로 제공할 수도 있고, 학생 수와 같은 입력 기준에 따라 자원을 배분할 수도 있으며, 성과 기반 모델을 통해 특정 지표 달성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장단점이 존재하며, 고등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과 결합될 때 그 효과가 달라진다. OECD는 이 세 가지 문제를 분리된 질문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전략적 프레임워크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재정 지속가능성은 국가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좌우된다.
블록그랜트와 성과기반배분: OECD 국가들이 선택한 서로 다른 모델
정부가 대학에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매우 다르며, 그 차이는 고등교육 체계의 운영 철학을 반영한다. OECD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블록그랜트(block grant)와 성과기반배분(performance-based funding)이다. 두 방식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조합하여 사용되며, 어떤 요소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운영 방식이 달라진다.
블록그랜트는 대학이 일정한 자율성과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식은 정부가 대학의 기본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하며, 대학이 자체적으로 자원을 배분하여 전략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교육과 연구가 장기적 투자 기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특히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지속적 인프라 투자와 인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기본재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블록그랜트만으로는 교육의 질 향상이나 효율성 제고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방식이 성과기반배분이다. 성과기반배분은 특정 지표와 성과를 기준으로 대학에 재원을 배분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졸업률, 취업률, 연구성과, 산업협력 등 다양한 지표가 사용되며, 각 국가는 자신들의 정책 목표에 맞는 지표를 설정한다.
OECD의 분석에 따르면 덴마크와 핀란드는 성과기반배분의 비중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이들 국가는 고등교육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교육·연구 성과를 가시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성과지표를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성과기반배분이 지나치게 양적 지표를 우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성과기반모델의 가장 큰 문제는 지표의 선택이 고등교육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성과지표는 이를 단순화하여 일부 영역만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학이 지표 달성을 위해 교육의 질이나 기초연구와 같은 중요한 영역을 희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OECD는 성과기반배분이 완전히 피해야 할 모델은 아니지만, 지표 설계와 활용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기관협약과 전략적 자원배분: 정부와 대학의 새로운 관계 모델
여러 OECD 국가는 전통적인 재정 배분 방식을 넘어, 정부와 대학 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기 위해 기관협약(institutional agreements)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기관협약은 대학이 일정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와 전략 방향을 정부와 합의하고, 이에 따라 자원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대학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관협약 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고등교육의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단일 지표 기반 인센티브 모델은 대학이 수행해야 하는 다층적 역할을 반영하기 어렵지만, 기관협약은 대학별 특성과 전략적 방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예를 들어 연구중심대학은 연구 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고, 지역대학은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대학의 특성화를 촉진하며 국가 전체의 고등교육 체제를 더욱 다양화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또한 기관협약은 정부가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대학과의 협의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한 예산 배분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학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방향과 대학 전략이 일관성 있게 조정될 수 있다. OECD는 기관협약 모델이 장기적으로 고등교육 시스템의 안정성과 전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 평가체계의 투명성, 자율성과 책임성의 균형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특히 목표 설정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오히려 대학의 전략적 기능을 왜곡할 위험도 존재한다.
성과기반 모델의 양면성: 효율성 제고인가, 구조적 왜곡의 위험인가
성과기반배분은 정책적으로 매력적인 도구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지표를 중심으로 재정을 배분하면 대학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OECD의 분석은 성과기반 모델이 고등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확증은 매우 제한적이며,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장 먼저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성과지표가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등교육의 가치와 성과는 단순히 졸업률이나 취업률, 논문 수와 같은 양적 지표로 측정하기 어렵다. 특히 대학은 단기적 산출보다 장기적 영향과 사회적 기여가 더 중요한 기관인데, 성과기반 모델은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기 어렵다. 그 결과 대학이 지표 달성을 위해 교육과 연구의 질을 희생하거나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성과기반배분은 대학 간 격차를 더 확대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강한 연구 기반을 갖춘 대학이나 높은 사회경제적 배경의 학생을 유치하는 대학은 성과지표에서 높은 실적을 보이기 쉽다. 반면 지역대학이나 취약계층 학생 비중이 높은 대학은 동일한 지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과기반배분을 강화하면 강한 대학은 더 강해지고, 어려운 대학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성과기반 모델이 대학의 행정 부담을 증가시키는 문제도 지적된다. 지표 수집과 보고, 내부 평가체계 구축 등을 위해 대학은 상당한 행정 인력을 투입해야 하며,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지표 중심 운영은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교수와 연구자에게 ‘성과 맞추기’ 압력을 가해 장기적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OECD는 성과기반배분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고등교육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성과지표 중심의 운영은 고등교육의 공공적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성과기반 모델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표의 다층화, 질적 평가와의 병행, 대학의 사명과 특성 반영 등이 필수적이다. 결국 성과기반배분은 정책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만, 고등교육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비 구조의 취약성과 교차보조 문제: 왜 지금 개혁이 필요한가
고등교육 재정 위기를 설명할 때 연구비 구조 문제는 항상 중심에 놓인다. 연구는 대학의 핵심 기능이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가장 구조적 적자가 발생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대학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확보하지만, 연구가 실제로 발생시키는 비용은 대부분 이 자금만으로 충당할 수 없다. 연구실 공간 유지, 장비 교체, 안전관리, 데이터 저장 및 분석 체계, 연구관리 행정 등 연구의 간접비는 상당한 규모이며, 외부 연구비가 이를 충분히 보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대학은 교육수입이나 국제학생 등록금으로 연구비 부족분을 메우는 교차보조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겉으로 보았을 때 대학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육수입이 연구비 적자를 상시적으로 떠받치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OECD는 이러한 구조를 “보이지 않는 재정 위험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교차보조 구조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먼저 교육의 질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교육수입이 연구비를 메우는 데 사용되면 교육 인프라 투자나 교수 확보, 학생 지원 서비스 강화 등 교육에 필수적인 분야에 투입될 자원이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교육의 질은 장기적으로 저하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문제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연구 중심 대학일수록 교차보조 규모가 커지는 구조 때문에, 연구 경쟁력이 높은 대학이 아이러니하게도 재정 압박을 더 크게 겪을 수 있다. 연구비는 많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기 때문에 외형적인 성과와는 달리 내부 재정은 취약한 경우가 흔하다. 이런 구조가 누적되면 특정 대학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국가 전체의 연구 혁신 생태계에도 위험이 된다.
OECD는 연구비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명확한 재정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는 산업처럼 자체 수익으로 유지되는 활동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연구 인프라 유지와 간접비 부담은 대학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결국 연구비 구조 개혁은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정부와 대학의 공동 책임: 전략–자원의 상시 정렬이 왜 필요한가
OECD가 제시하는 지속가능 모델의 핵심 중 하나는 정부와 대학이 명확한 전략적 합의를 이루고, 그에 따라 자원을 지속적으로 정렬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일이다. 과거 많은 국가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 목표와 예산이 따로 움직였고, 이로 인해 대학은 장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단기 대응에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전략–자원 정렬이란 정부가 고등교육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예산을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기초연구를 주요 전략으로 설정했다면, 이에 필요한 연구 인력 양성·연구 시설 확충·간접비 지원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반대로 평생교육이나 성인학습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했다면, 대학의 교육 체계와 지원 구조가 그에 맞게 조정될 수 있도록 예산과 규제가 연계되어야 한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고등교육이 단기적 변동에 대응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장기 투자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정책과 자원이 일관되게 정렬되지 않으면 계획된 변화를 추진하기 어렵고,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OECD는 전략–자원 정렬이 이뤄지면 대학이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줄이고 본래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으며, 정부 역시 투입 대비 효과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 구조는 고등교육 시스템 전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대학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력, 시설, 연구 방향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다.
국가별 사례가 주는 교훈: 왜 어떤 국가는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실패하는가
OECD 분석은 국가별 고등교육 재정 모델을 비교하면서 각 모델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덴마크와 핀란드는 성과기반배분을 적극 도입해 교육 효율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취했지만, 동시에 블록그랜트를 통해 대학의 기본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조합은 고등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정책 목표에 따른 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영국과 호주는 국제학생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는 모델을 채택했고, 이는 단기적으로는 대학 재정 확대에 기여했지만 팬데믹과 같은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노출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등록금 규제가 있는 내국인 학생 대신 국제학생에게 높은 등록금을 부과하는 구조가 심화되면서 재정 의존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사례는 벨기에,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으로, 이들은 기관협약을 적극 활용하여 대학별 특성을 반영한 재정 전략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관협약은 대학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목표를 실행하는 데 유용한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목표 설정의 명확성, 평가체계의 신뢰성, 자율성과 책임성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이 국가들의 사례는 고등교육 재정 모델에 정답은 없지만, 공통적으로 성공하는 모델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째는 재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명확한 책임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재정 배분 방식이 단일 모델이 아니라 복수의 메커니즘을 조합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고등교육은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단일 모델로는 다양한 목표를 충족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재정모델의 조건: 명확한 비전, 충분한 자원, 일관된 메커니즘
OECD는 지속가능한 고등교육을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명확한 비전이다. 대학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국가 차원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 비전이 정책 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비전 없이 예산만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는 고등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충분한 자원의 확보다. 고등교육은 고비용 기관이며, 역할이 확대될수록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인식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안정적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예산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재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략과 자원을 일관되게 연결하는 메커니즘이다. 블록그랜트, 성과기반배분, 기관협약 등 다양한 도구를 조합하되 각 도구가 고등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왜곡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를 활용할 경우 양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대학별 특성을 반영하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고등교육 시스템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대학은 단기적 위기에 대응하는 데 대부분의 자원을 소모하게 되고, 장기적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OECD는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3회차에서 살펴본 내용은 대학 재정의 운명이 대학 내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고등교육은 본질적으로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며, 그 지속가능성은 국가가 어떤 재정 철학과 정책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정부가 고등교육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자원을 충분히 제공하며, 전략과 자원을 일관되게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할 때만 고등교육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재정 지속가능성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대학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가 고등교육의 미래를 결정한다. OECD의 분석은 이러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현재의 위기를 구조적 전환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고등교육 #대학재정 #OECD보고서 #재정지속가능성 #성과기반배분 #블록그랜트 #기관협약 #교육정책 #고등교육개혁 #대학운영 #교육재정 #정부정책 #SpotlightU #스포트라이트유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