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와 뉴욕대학교가 인공지능 시대의 규범과 책임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공동 서밋을 뉴욕에서 개최했다. 기술 혁신의 속도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안전과 윤리를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AI 거버넌스’가 이번 논의의 핵심이었다.
KAIST와 뉴욕대는 2월 6~7일(현지 시각) 뉴욕 NYU에서 ‘KAIST–NYU AI 및 디지털 거버넌스 서밋’을 공동 주최했다. 이번 서밋은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급속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술과 제도 간 간극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비공개 합의 회의와 공개 토론을 결합한 방식으로 운영돼, 선언적 논의에 머물지 않고 실행을 염두에 둔 권고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밋에는 매튜 리아오, 데이비드 차머스 뉴욕대 교수, 비키 내쉬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소장, 빈센트 코니처 카네기멜론대 교수, 이아손 가브리엘 구글 딥마인드 수석과학자,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 등 학계·산업계·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리더 60명이 참여했다. 둘째 날 열린 공개 토론에는 45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서밋은 ‘AI 거버넌스의 필수 요건’, ‘제도적 아키텍처’, ‘이행 경로’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KAIST 과학기술과 글로벌발전 연구센터(G-CODEs)와 뉴욕대 생명윤리 연구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세 개의 워킹그룹을 구성해 사전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으며, 뉴욕 현장에서는 합의 회의 방식의 집중 토론과 투표를 통해 실천 지향적 권고안을 도출했다. ‘거버넌스 필수 요건’ 분과에서는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강화된 감독과 모니터링 필요성이 논의됐다. ‘제도적 아키텍처’ 분과에서는 FDA·IRB·FAA 등 기존 고위험 기술 감독 모델을 참고해 AI에 적합한 감독기구 설계 원칙이 검토됐다. ‘이행 경로’ 분과에서는 국제 규제 공백기에도 적용 가능한 단기 거버넌스 수단과 기업 책임 기준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번 서밋에는 메타, 구글 딥마인드, IBM, 아마존, 앤쓰로픽, 틱톡, 허깅페이스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술·산업·정책·윤리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논의를 진행했다. KAIST에서는 김소영 국제협력처장, 박경렬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G-CODEs 센터장), 김형준 AI대학 미래학과장 등이 참여해 한국의 AI 거버넌스 연구 성과와 정책적 시사점을 공유했다. 박경렬 교수는 “이번 서밋은 AI 거버넌스를 기술 규제를 넘어 국제 협력과 제도 설계의 문제로 확장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며 “KAIST와 NYU의 협력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도 “책임 있는 AI 혁신을 위해 거버넌스 논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국제 파트너십을 통해 학제 간 연구와 정책 논의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서밋은 AI 거버넌스를 둘러싼 논의가 더 이상 원칙 선언이나 윤리 담론에 머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맞춰, 국제적으로 조율 가능한 제도와 실행 경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실험적 합의 모델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AI 거버넌스가 정책 문서가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이번 논의의 후속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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