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타이드 접힘·대칭성 정밀 제어 성공… JACS 온라인 표지 선정
신약이 효과를 내려면 약물이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정확히 결합해야 한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단백질·펩타이드 분자의 ‘접힘(folding)’ 방식이다.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이 펩타이드 분자의 접힘 구조를 원자 하나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며, AI 기반 신약 설계의 핵심 원리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펩타이드의 산소(O)를 황(S)으로 치환하는 티오아마이드(thioamide) 변환이라는 매우 작은 변화가 분자 접힘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설계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성과는 미국화학회지(JACS)의 온라인 표지(Supplementary Cover)에도 선정됐다.
펩타이드는 자신이 스스로 접히며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때 수소결합의 길이·방향이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연구팀은 펩타이드 결합에서 산소를 황으로 바꾸는 미세한 변환만으로 수소결합 거리(2.86Å → 3.41Å)와 방향성이 달라지며, 결과적으로 곡선형(curved) 나선 구조, 원뿔형(conical) 나선 구조, 고대칭 매크로사이클(macrocycle) 구조 등 기존에 없던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규명했다. 이는 복잡한 입체 구조를 원자 한 개 변경만으로 설계할 수 있는 최초의 사례다. 티오아마이드 변환 기술은 분자 구조를 바꿔주는 데 그치지 않고, 펩타이드의 용해도를 크게 높여 세계 최장(32-mer, 약 4kDa) β-펩타이드를 용액상에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은(I)을 이용한 온화한 반응으로 다시 산소로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 분자 편집 기술도 확립했다. 이를 통해 분자 설계의 자유도와 확장성은 더욱 커졌다.
이번 연구는 AI 신약 설계에 최적화된 고정밀 구조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펩타이드 구조와 약물 효능 간의 관계를 AI가 직접 학습할 수 있게 되어,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약효 예측, 최적 구조 설계 등 혁신적 신약 개발 과정이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단백질–펩타이드 상호작용 조절제, 자기조립 나노구조체, 바이오 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원자 수준의 설계 전략이 여러 분자 시스템에 적용될 경우, 기존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정밀 조절이 가능해진다.

이희승 KAIST 석좌교수는 “간단한 화학적 변화를 통해 분자의 접힘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AI 기반 신약 설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노코어 AI-CRED 연구단의 첫 대표 성과로, 홍정우 박사와 김재욱 박사가 설계부터 합성·구조 분석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연구는 KAIST 이노코어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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