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탄소나노튜브 기반 ‘나노 사포’로 원자 수준 반도체 평탄화 기술 제시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서버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반도체 표면이 얼마나 균일하고 정밀하게 가공됐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는 수 나노미터, 더 나아가 원자 수준의 표면 제어가 요구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KAIST 연구진이 일상적인 ‘사포’의 개념을 나노 기술로 확장한 새로운 반도체 가공 방식을 제시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김산하 교수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를 연마재로 활용한 ‘나노 사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가는 탄소나노튜브를 수직으로 정렬해 연마재로 활용한 이 기술은, 반도체 표면을 원자 몇 개 두께 수준까지 균일하게 가공할 수 있는 새로운 평탄화 방식으로 평가된다.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슬러리라 불리는 연마 입자 혼합액을 사용하는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방식이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반복적인 세정 공정과 대량의 폐기물 발생이 불가피해 공정 복잡도와 환경 부담이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마재를 액체에 분산시키는 대신, 사포처럼 고정된 형태로 구현하는 접근을 택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 사포는 폴리우레탄 내부에 탄소나노튜브를 고정하고, 표면에 일부만 노출시키는 구조를 통해 연마재 이탈을 억제했다. 그 결과 반복 사용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면서, 반도체 표면 손상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특히 연마재 밀도 측면에서 기존 상용 사포보다 약 50만 배 이상 높은 수준을 구현해, 단위 면적당 연마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실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거친 구리 표면을 수 나노미터 수준까지 평탄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반도체 패턴 평탄화 실험에서는 기존 CMP 공정 대비 디싱(dishing) 결함을 최대 67%까지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디싱 결함은 배선 중앙이 움푹 파이는 현상으로, HBM과 같은 고집적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문제로 꼽힌다.

이 기술의 또 다른 특징은 공정의 친환경성이다. 연마재가 사포 표면에 고정된 구조이기 때문에 슬러리 용액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고, 이에 따라 세정 공정과 폐슬러리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안고 있는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 기술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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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기술이 AI 서버용 HBM 공정은 물론, 차세대 반도체 연결 기술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상적인 도구의 개념을 나노 정밀 가공 기술로 확장함으로써,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요구되는 원천기술 확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김산하 교수는 이번 연구가 사포라는 익숙한 개념을 극미세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 독창적인 시도라고 설명하며, 반도체 성능 향상과 친환경 제조 공정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제31회 삼성휴먼테크논문대상 기계공학 분과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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