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이 화학의 기본 원리를 직접 학습해 분자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인공지능 기반 분자 설계 방식의 한계를 보완해 신약과 신소재 개발 과정의 정밀도와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은 분자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물리 법칙을 스스로 이해하고 구조를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모델 ‘리만 확산 모델(Riemannian Denoising Model, R-D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분자의 형태를 단순히 모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자 내부 에너지 변화를 직접 고려해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존 인공지능 분자 설계 기술은 원자 간 거리와 좌표를 기반으로 구조를 예측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로 인해 실제 화학 반응에서 중요한 결합 에너지와 물리적 상호작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R-DM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분자 구조를 ‘에너지 지형’ 위에서 탐색하도록 설계됐으며,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향해 구조를 반복적으로 정제한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 리만 기하학 이론을 적용해, 에너지 변화에 따라 구부러진 공간에서 분자 구조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화학의 기본 원리인 ‘물질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는 법칙을 학습해 구조 최적화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성능 검증 결과, R-DM은 기존 인공지능 모델 대비 최대 20배 이상 향상된 에너지 예측 정확도를 기록했다. 예측 오차는 정밀 양자역학 계산과 거의 차이가 없는 화학 정확도(1 kcal/mol 이하) 수준까지 낮아졌으며, 이는 AI 기반 분자 구조 예측 기술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뿐 아니라 차세대 배터리 소재, 고성능 촉매 설계 등 정밀한 분자 구조 탐색이 필요한 분야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계산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분자 설계 과정을 단축할 수 있어 연구개발 속도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화학 사고나 유해 물질 생성·확산과 같이 실험적 검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학 반응 경로를 예측하는 데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KISTI 슈퍼컴퓨팅센터와 KAIST 혁신신약연구단 연구진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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