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박용근 교수팀, LED 조명으로 물질 내부 3차원 광학 분석 기술 개발

연구진 /카이스트제공

서울아산병원·고려대와 공동연구… 레이저 없이 이축 이방성 3차원 정량 측정 성공

KAIST 연구진이 일상의 LED 조명만으로 물질 내부의 복잡한 광학 특성을 3차원으로 읽어낼 수 있는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 홍승모 교수팀, 고려대학교 전석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비간섭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빛의 간섭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물질 내부의 방향성 있는 전기적 성질인 유전체 텐서를 3차원으로 복원하는 방식이다.

일부 물질은 빛이 통과할 때 방향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지는 광학 이방성을 갖는다. 이 성질은 물질의 내부 구조와 분자 배열을 알려주는 광학 지문으로 볼 수 있다. 광학 이방성에는 한 방향만 특별한 단축 이방성과, 세 방향이 모두 다른 이축 이방성이 있으며, 이축 이방성은 더 일반적이면서도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앞서 이 광학 지문을 3차원으로 측정할 수 있는 유전체 텐서 단층촬영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다만 기존 기술은 정밀한 레이저 간섭계를 필요로 해 영상 노이즈가 발생하고 외부 진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생체 조직처럼 면적이 큰 시료를 분석하는 데에는 기술적 제약이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iDTT 기술은 LED 조명을 비간섭 광원으로 사용해 이러한 노이즈 문제를 줄이고, 측정 안정성과 실용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주기적 분자 정렬 구조를 대상으로 기존 레이저 기반 기술과 직접 비교한 결과, 기존 방식에서는 노이즈에 묻혀 잘 보이지 않던 미세 구조를 iDTT가 선명하게 복원하는 것을 확인했다. iDTT는 빛의 편광과 각도를 정교하게 제어해 총 48가지 독립 측정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물질이 빛에 반응하는 방식을 모든 방향에 대해 기술하는 3×3 유전체 텐서를 3차원으로 복원한다. 유전체 텐서는 물질의 굴절과 흡수 등 광학적 반응을 방향별로 나타내는 수학적 표현으로, 방향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물질의 내부 구조를 분석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은 LED 기반 비간섭 조명, 편광 다양성, 디지털 마이크로미러 장치를 이용한 각스펙트럼 변조를 결합했다. 이 과정을 통해 편광 의존 광학 전달 함수를 계산하고, 역문제 풀이를 통해 유전체 텐서의 6개 독립 성분을 3차원으로 복원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시료를 대상으로 iDTT 기술의 성능을 검증했다. 액정 입자 안의 분자들이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를 3차원으로 가시화했고, 방사선 치료 이후 대장 조직에 생긴 섬유화를 별도의 염색 없이 정밀하게 관찰했다. 생체 조직의 콜라겐 섬유처럼 방향성이 중요한 구조를 비파괴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또한 석영과 염화칼슘처럼 서로 다른 결정 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에도 화학 분석 없이 빛에 대한 반응 차이만으로 각각의 물질을 자동으로 구분했다. 과당, 설탕, 리토나비르, 라이소자임 등 유기 결정의 이방성 특성도 분류했으며, 석영·크리스토발라이트·울렉사이트 혼합 시료에서는 이방성 정보만으로 결정 종류를 자동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재료과학, 반도체, 제약, 생의학,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재료과학과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존 X선 회절이나 전자현미경 기반 분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iDTT는 광학 현미경 크기의 장비로 결정립 배향과 경계 구조를 3차원으로 비파괴 측정할 수 있어, 반도체 박막과 접합부, 다결정 소자 분석 등에서 새로운 계측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생의학 분야에서는 조직을 염색하거나 형광 표지하지 않고 콜라겐 섬유의 3차원 배열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종양 주변 콜라겐 섬유의 배열은 면역세포 침윤과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알려져 있어, 향후 종양미세환경 분석과 치료 반응 예측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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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분야에서는 의약품 다형체 식별에 적용될 수 있다. 의약품은 분자 구조가 같더라도 결정 형태가 달라지면 약효가 달라질 수 있는데, 연구팀은 리토나비르를 포함한 여러 유기 결정의 이방성 지문을 iDTT로 정량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의약품 다형체 검사의 광학 분석 기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용근 교수는 이번 연구가 대형 시설이나 파괴적 분석에 의존하던 물질 이방성 측정을 소형 광학 현미경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LED 기반으로 안정적인 유전체 텐서 측정이 가능해진 만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비파괴 정밀 분석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주헌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2026년 4월 21일 게재됐다. 논문명은 ‘Incoherent dielectric tensor tomography for quantitative three-dimensional measurement of biaxial anisotropy’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리더연구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제공동 R&D 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레이저 기반 정밀 장비에 의존하던 3차원 광학 이방성 분석을 LED 기반 비간섭 방식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소재와 생체조직을 비파괴적으로 분석하는 새로운 기술 기반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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