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F-C와 수용체 VEGFR-3 결합 구조 밝혀… 복합체가 다시 모여 신호 키우는 ‘이량체→클러스터’ 모델 제시
KAIST는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상규 박사 공동 연구팀이 림프관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VEGF-C’와 그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 ‘VEGFR-3’의 결합 구조를 규명하고, 이들이 모여 신호를 증폭하는 원리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림프관은 조직에 쌓인 체액을 회수하고 면역세포의 이동을 도와 체액 균형과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VEGF-C와 VEGFR-3의 신호는 새로운 림프관이 형성되는 림프관 신생과 정상적인 림프관 기능 유지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데, 이 신호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VEGFR-3 기능이 저하되는 유전적 이상은 팔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종양 주변의 림프관 신생이 늘어 암 전이를 촉진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VEGF-C가 VEGFR-3에 결합해 수용체 두 개가 짝을 이루는 이량체화가 수용체 활성화의 핵심 과정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후 신호가 어떻게 더 강해지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정밀하게 볼 수 있는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해 VEGF-C와 사람 VEGFR-3의 전체 세포외 영역이 결합한 복합체의 3차원 구조를 최초로 규명했다. 그 결과 VEGF-C와 VEGFR-3가 이루는 기본 복합체들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서로 모여 더 큰 고차 클러스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클러스터는 복합체들이 세포막을 따라 옆으로 나란히 배열되는 시스(cis) 형태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배열되는 트랜스형(trans-like) 형태 두 가지로 조립됐으며, 특히 시스 클러스터 형성에는 VEGFR-3의 세포막 인근 D5 영역에 있는 WTP 모티프가 중요한 결합 부위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모임이 실제로 신호를 키우는지도 실험으로 검증했다. WTP 모티프에 돌연변이를 도입해 시스 클러스터 형성을 방해하자 VEGF-C를 처리하더라도 VEGFR-3와 ERK의 활성화 및 AKT·ERK 하위 신호가 크게 감소했다. 반면 트랜스형 클러스터 형성을 방해한 경우에는 신호전달에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빛을 이용해 수용체의 모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로, 정상적인 시스 클러스터를 만들지 못하는 VEGFR-3에 강제 클러스터링을 유도하자 AKT와 ERK 신호가 다시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수용체 이량체들이 다시 고차 클러스터로 모이는 과정이 강한 VEGFR-3 신호를 만드는 핵심 증폭 단계임을 확인했으며, 기존의 ‘단량체→이량체’ 모델을 넘어서는 ‘이량체→클러스터(dimer-to-cluster)’ 모델을 제시했다.
김호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림프관 생성 신호를 받는 수용체 두 개가 짝을 이룬 뒤, 이렇게 만들어진 여러 짝이 다시 모여 신호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원리를 밝혀낸 것”이라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림프관 생성 신호의 ‘숨은 증폭 스위치’를 찾아낸 만큼, 향후 림프부종과 암 전이 등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노코어(InnoCORE) AI-CRED 혁신신약연구단 조령은 박사와 KAIST 생명과학과 안진숙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김호민 교수와 이상규 박사가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9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 프로그램,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NEXUS & CELINE 컨소시엄, KAIST 대규모 융합연구소 운영사업, 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성과는 VEGFR-3의 클러스터 형성 부위와 3차원 구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클러스터 형성을 강화해 림프관 기능을 높이거나 반대로 차단해 비정상적인 림프관 신생을 억제하는 치료제 설계의 구조적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림프부종 치료나 암 전이 억제 효과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며, 실제 치료 적용을 위해서는 동물모델을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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