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30개 대학으로 확대… 대학 교육체계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
정부가 ‘인공지능 세계 3대 강국(G3)’ 도약을 위한 핵심 인재 기반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그 중심에는 대학 교육체계 전반을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환하는 ‘인공지능 중심대학’ 정책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도 인공지능 중심대학 사업 공고를 통해 총 10개 대학을 신규 선정하고, 대학당 연간 3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학과 신설이나 교육과정 일부 개편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제도·산학협력 구조 자체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겠다는 정책 선언에 가깝다.
이번 사업은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대학이 보다 빠르게 AI 인재 양성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6년에는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에서 전환하는 대학 7곳과 신규 대학 3곳을 포함해 총 10개교를 선정하며,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총 30개 대학을 인공지능 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선정된 대학은 최대 8년간, 총 240억 원에 이르는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전문 인재’와 ‘전환 인재’를 동시에 키우는 전략
정부가 제시한 인공지능 중심대학의 핵심 목표는 명확하다. AI 기술 자체를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인공지능 전문 인재’뿐 아니라, 각 전공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융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전환 융합인재’를 동시에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AI 인재를 특정 전공이나 소수 엘리트 집단에 한정하지 않고, 대학 교육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정책적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 중심대학을 기존의 ‘AI 거점대학’이나 ‘AI 단과대학’과는 다른 위치에 설정했다. 지역거점국립대나 과학기술원 중심의 특화 모델을 제외하고, 일반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사업을 설계함으로써 AI 교육의 저변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중복 투자와 유사 사업 간 혼선을 피하면서도, 대학 현장에 AI 교육을 신속히 안착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인공지능 중심대학 사업의 특징은 교육과정 지원을 넘어 대학의 운영 체계와 제도 개편까지 요구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대학의 인공지능 교육체계 혁신과 제도 개선이다. 선정된 대학은 총장 직속의 전담 조직을 설치해 AI 및 AI 전환 교육을 총괄하고, 학사-석사 연계 신속과정(패스트트랙), AI 융합학과 운영체계, 교원 평가·보상 제도 개선, AI 교육 실습을 위한 연구 환경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공지능 특화 교육과정 운영이다. 모든 전공 학생이 AI 기초와 활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하고, 인문·사회·의학 등 다양한 전공에서 AI 융합 역량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연계(브릿지) 교과’를 새롭게 도입한다. 전공지식과 컴퓨팅적 사고, AI 기초, 생성형 AI 활용을 연결하는 구조를 통해, 전공 간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셋째는 특화 산업의 AI 전환 지원과 창업 활성화다. 대학과 산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력 조직을 구성해 교육과정 혁신과 현장 연계를 상시적으로 논의하고,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과 산업 현안 해결형 과제를 통해 실제 산업 전환에 기여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학생 주도형 창의과제와 AI 기반 창업 도전을 지원해, 대학 내에서 기술 실험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넷째는 인공지능 가치 확산의 거점 역할 강화다. 대학이 보유한 교육·연구 자원을 지역사회에 개방해 초·중등 대상 AI 캠프, 재직자 대상 기술 세미나, 소외계층을 위한 AI 봉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대학에서 개발된 우수 강의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 ‘우리의 인공지능 배움터(AI 러닝)’를 통해 전국에 무료로 확산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중심대학과의 연계, ‘속도전’에 방점
이번 정책은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과의 연계를 전제로 한다. 정부는 인공지능 중심대학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간 교육 성과 공유, 연합 해커톤 개최 등 협력 모델을 통해 국내 대학 전반의 AI 교육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새로운 제도를 천천히 정착시키기보다, 이미 구축된 교육 기반을 활용해 ‘속도전’으로 AI 인재 양성 체계를 확산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사업을 두고 “대학은 우리 청년들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이끌 주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인재 양성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 중심대학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이 긴밀히 협력해 AI·소프트웨어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AI 교육의 가치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중심대학 정책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구조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 대학 교육이 AI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AI 인재 양성이 특정 전공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전체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정책 실험이라는 점에서 향후 파급 효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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