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스핀 이론 뒤집은 ‘양자 스핀펌핑’…올해의 KAIST인상에 이경진 교수

물질 속 스핀을 고전적 물리량으로 다뤄온 기존 이론의 전제를 재검토하고, 이를 양자적 현상으로 재정의한 연구가 KAIST 최고 영예의 상을 받았다. KAIST는 개교 55주년을 맞아 제25회 ‘올해의 KAIST인상’ 수상자로 물리학과 이경진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KAIST인상’은 탁월한 학술 및 연구 성과를 통해 KAIST의 위상 제고에 기여한 구성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2001년 제정됐다. 이경진 교수는 30여 년간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온 스핀 전달 이론의 핵심 가정을 뒤집고, ‘양자 스핀펌핑(Quantum Spin Pumping)’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존 스핀 전달 이론은 스핀을 단순한 고전적 물리량으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실제 물질 속 스핀이 전자처럼 본질적인 양자적 성질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철-로듐(FeRh) 자성 물질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특정 조건에서 로듐 원자의 스핀 크기가 점진적 변화가 아닌 ‘갑작스러운 증가’라는 양자적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스핀 변화 자체가 전자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임을 규명하고 이를 ‘양자 스핀펌핑’으로 이론화했다.

실험 결과, 해당 효과는 기존 이론이 예측한 값보다 10배 이상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스핀 전달 이론의 토대를 재정립하는 성과로 평가되며, 차세대 초저전력 자성 메모리와 양자 정보 소자 개발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Nature에 게재돼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이경진 교수 외에도 학술·교육·국제협력·공적 부문 등에서 총 58명의 교원이 포상을 받았다. 학술대상은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최원호 교수가, 창의강의대상은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가 각각 수상했다.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범순 교수는 우수강의대상을, 전기및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는 공적대상을 받았다.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는 국제협력대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교육·연구 네트워크 확대 성과를 인정받았다.

KAIST는 개교 55주년을 맞아 학술적 도전과 교육 혁신, 창업 생태계 확산, 국제협력 성과를 동시에 조명했다. 이광형 총장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KAIST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상은 단일 연구 성과를 넘어, 이론 전환을 통해 학문 지형을 확장한 사례와 함께 KAIST가 지향하는 연구·교육·협력 모델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자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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