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AI 시대의 시민교육,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②]한국은 지금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놓치고 있나

정책과 플랫폼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AI윤리와 정보판별을 아우르는 평생교육의 설계는 아직 충분히 선명하지 않다

AI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는 분명하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넓게 확산하며,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부는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제시해 왔고, 교육과 산업, 행정과 서비스 전반에서 적용 범위를 넓혀 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술을 어디까지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점점 더 많이 던져졌지만, 시민이 그 기술을 어떤 기준으로 사용하고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져 왔다. 지난 1회차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사회는 이미 AI 활용 역량만이 아니라 윤리와 정보판별을 함께 가르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국가 차원의 기준은 마련됐고 관련 교육도 늘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시민의 삶에 필요한 수준의 분별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이번 회차의 핵심은 바로 그 간극이다.

한국의 흐름을 먼저 인정할 필요는 있다. AI윤리에 대한 공적 기준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부터 마련돼 왔다. 2017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정보문화포럼은 국내 최초의 AI윤리 기준인 ‘지능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시 배경에는 기존 윤리 지침이 개발자와 공급자 중심으로 설계돼 이용자의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지침과 제도,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공공성, 책무성, 통제성, 투명성을 공통원칙으로 제시하며 개발자와 공급자, 이용자를 모두 시야에 넣었다. 기술 자체의 위험만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책임과 환경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출발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 뒤의 흐름도 단절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이용자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위한 원칙’을 내놓으며 사람 중심의 서비스 제공,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책임성, 안전성, 차별 금지, 참여,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제시했다. 2020년 말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AI) 윤리기준’이 발표됐다. 개별 부처 수준을 넘어 사실상 국가 차원의 윤리기준으로 자리 잡은 이 원칙은 인간성을 최고 가치로 두고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을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적용 대상 역시 개발자와 공급자, 이용자를 넘어 정부와 공공기관까지 포함됐다. AI윤리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내부 규범이 아니라 공공정책의 언어로 올라섰다는 뜻이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에 관한 인권 가이드라인’은 이 흐름을 한 단계 더 넓혔다. 여기서는 AI를 효율과 혁신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같은 인권의 틀 안에서 다시 묻는다. 차별 금지와 인공지능 인권영향평가 시행 같은 요소는 그 자체로 중요한 전환점이다. 같은 해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도 의미가 작지 않다.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을 대원칙으로 두고, 학습자의 주도성과 다양성, 교수자의 전문성, 교육 기회균등과 공정성, 데이터 처리의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함께 제시했다. 한국의 제도 언어는 이미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문서 위에서는, AI를 사람보다 앞세우지 않겠다는 방향은 분명했다. 여기에 최근의 법제도 흐름까지 더해지면, 한국 사회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에도 인공지능 윤리와 신뢰성 확보에 관한 조항이 담겨 있다. 정부가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제정·공표할 수 있고, 민간 자율 인공지능윤리위원회를 둘 수 있으며, 사업자에게는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 고영향 인공지능의 확인 의무가 부여된다. 제도는 쌓이고 있다. 기준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은 늦지 않았다. 오히려 꽤 빠른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그 기준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가. 더 정확히 말하면, 일반 시민은 그 기준을 어떻게 접하고 있는가. 윤리 원칙이 발표되고 법 조항이 정비되는 것과, 실제 시민이 AI를 쓰는 순간에 그것을 판단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 문서가 있다고 해서 역량이 생기지는 않는다. 원칙이 있다고 해서 분별력이 자동으로 길러지지도 않는다. 시민이 실제로 마주하는 상황은 지침서의 제목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AI가 쓴 이 문장이 믿을 만한가, 이 영상은 진짜인가, 이 추천은 공정한가, 내 정보는 어디까지 쓰이는가, 내 아이가 사용하는 교육용 AI는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는가, 내 직업과 일상은 어떤 식으로 자동화의 영향을 받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힘은 발표문보다 교육에서 나온다. 문제는 바로 그 교육이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돼 있는가다.

한국의 AI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 정책 흐름을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분명 존재한다. 공공과 민간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제고를 위한 연구와 교육이 이어져 왔다. 특히 2023년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은 디지털 공동번영사회를 미래상으로 제시하면서 자유와 권리 보장,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과 신뢰의 확보,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을 5대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여기에 시민의 권리와 주체별 책무를 함께 규정했고, 이후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계획’을 통해 20대 정책과제와 8대 핵심과제를 구체화했다. 이 흐름 안에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 보장,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계층과 지역별 맞춤형 디지털 포용 서비스, 디지털 대체 수단 확대, 전 국민 대상 AI·디지털 심화 대응 교육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방향만 놓고 보면 이 역시 옳다. 기술 접근의 격차를 줄이고, 취약계층 중심의 기초 소양교육을 넘어서 전 국민 리터러시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보인다. 지금까지의 국내 디지털 리터러시 논의는 여전히 넓은 의미의 디지털 소양 체계 안에서 AI를 하나의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방식이 강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제시한 디지털 리터러시 구성 체계에서도 대영역은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활용, 디지털 정보의 활용과 생성, 디지털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디지털 윤리와 정보 보호 등으로 구성된다. 이 안에 인공지능 활용과 디지털 윤리, 정보 보호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정보환경의 문제를 전면에서 다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말하자면 한국의 디지털 리터러시 체계는 아직 “AI 시대 이전의 디지털 시민성”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이버 예절, 자기 절제, 정보 보호, 온라인 갈등 대응 같은 요소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금 시민이 직면한 문제는 그 위에 더해진다. AI가 생산한 문장과 이미지의 신뢰성, 자동 추천과 편향의 문제, 생성형 도구의 저작권과 출처 문제, 인간 판단의 외주화, 알고리즘적 권력과 설명 가능성 같은 질문들이 더 직접적으로 다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은 아직 교육 체계의 중심으로 선명하게 올라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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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 한국의 정책 언어는 두 층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꽤 진전된 윤리 원칙과 권리 담론이다. 다른 하나는 여전히 기술 활용과 디지털 접근성 개선에 무게가 실린 실행 체계다. 둘 다 필요하지만, 둘 사이를 잇는 교육 설계는 아직 충분히 정교하지 않다. 자료의 마지막 장이 이 점을 분명하게 짚는다. 제5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과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를 보면 모두 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국가 성장을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고, 그에 따라 관련 부처의 세부 계획들도 경제·산업 진흥과 국민 역량 발전 중심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 흐름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결과로 AI윤리나 AI리터러시 정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 사회는 AI를 ‘잘 쓰게 하는 정책’에는 힘을 싣고 있지만, AI를 ‘바르게 판단하게 하는 정책’은 아직 충분히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 한계는 실제 교육 현황을 볼 때 더 분명해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온국민평생배움터’는 국민의 삶에 배움을 더하는 평생학습 플랫폼으로 다양한 온라인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AI윤리와 AI리터러시(정보판별)
함양을 위한 평생교육의 과제」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으로 이 플랫폼에서 ‘인공지능윤리’로 검색되는 강좌는 325개였다. 숫자만 보면 적지 않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중 324개는 학습자가 자유롭게 수강하는 자율강좌였고, 평생교육기관에서 수료 결과를 인정하는 평가인정 강좌는 1개뿐이었다. 더구나 그 유일한 평가인정 강좌조차 인공지능 전반의 윤리 문제를 다루기보다 저작권에 한정돼 있었다. 숫자는 존재하지만 체계는 얇은 셈이다. AI윤리 교육이 산발적으로 제공되고는 있으나, 시민이 일정한 과정과 수준을 통해 체계적으로 학습했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K-MOOC의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준에서 ‘인공지능윤리’로 검색되는 강좌는 998개였지만, 현재 개설 중인 강좌로 좁히면 180개로 줄고, 그중 순수한 AI윤리 강좌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10개 미만이었다. 이것은 매우 상징적인 숫자다. 겉으로는 ‘많아 보이는’ 공급이 실제로는 중복과 파편화, 범주 혼재 속에서 과대하게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깊이와 구조다. AI윤리를 제목에 포함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강좌는 기술 소개 수준에 머물고, 어떤 강좌는 법제나 저작권 한 주제로 한정되며, 어떤 강좌는 실제로 시민이 마주하는 정보판별과 판단 훈련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인데, 한국의 평생교육 현장은 아직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AI윤리 교육이 결코 ‘도덕 수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윤리라는 단어는 종종 추상적이고 훈계적인 어감을 갖는다. 그래서 AI윤리 역시 막연한 가치 선언 정도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AI윤리는 정보판별과 연결되어 있고, 권리와 책임의 문제와 맞닿아 있으며, 플랫폼과 알고리즘, 개인정보와 차별, 교육 기회와 노동 전환, 공공서비스의 신뢰성과도 직결된다. 예컨대 고령층에게 필요한 AI 교육은 단순한 앱 사용법이 아니라 보이스피싱과 딥페이크, 허위 건강정보를 식별하는 훈련일 수 있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교육은 업무 자동화 도구 사용법을 넘어 생성형 AI 결과물의 오류 검증과 책임소재 판단일 수 있다. 학부모에게 필요한 교육은 자녀의 학습에 쓰이는 AI 서비스의 편향과 데이터 처리 방식을 읽어내는 힘일 수 있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은 숙제 보조 도구의 활용법보다 출처, 표절, 사실 검증, 추천 알고리즘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역량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AI윤리는 추상이 아니라 생활기술이고, 정보판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기술이다.

바로 그래서 평생교육이 중요하다. 정규교육 안에서 모든 시민을 한꺼번에 포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가 강조하듯 평생교육법은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매우 넓은 영역을 포괄한다. 그 말은 곧 AI윤리와 AI리터러시 교육 역시 학교 교육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뜻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직무 전환을 앞둔 중장년, 정보 취약계층, 지역 주민, 고령층, 교사와 학부모, 공공기관 종사자까지 각기 다른 맥락에서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많은 정책과 플랫폼은 이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 ‘AI 이해’ 혹은 ‘디지털 활용’이라는 넓고 느슨한 범주 아래 여러 대상을 한꺼번에 묶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교육은 많아 보이지만, 정작 개인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판단 기준을 배우지 못한 채 남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민관의 노력이 서로 분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과 대학, 민간재단과 플랫폼 기업, 비영리 조직과 교육기관이 저마다 AI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공통된 시민 역량 체계 안에서 연결되는 모습은 아직 약하다. 어떤 곳에서는 디지털 기초교육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생성형 AI 활용법을 가르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저작권이나 데이터 윤리를 다룬다. 그러나 이 조각들이 시민의 실제 역량 형성 경로로 이어지는지는 불분명하다. 국제사회가 DigComp나 UNESCO 프레임워크, AILit 같은 공통 틀을 통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배워야 하는가’를 세분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프로그램 나열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느 깊이로, 어떤 단계에 따라 가르칠 것인가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여기서 기사 1회차의 국제 흐름과 연결되는 지점이 다시 살아난다. 세계는 이미 AI를 별도의 기능교육으로 다루지 않는다. 정보검색과 평가, 콘텐츠 생성, 안전과 책임, 비판적 사고와 윤리 판단을 가로지르는 통합 역량으로 본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정책과 교육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제도는 윤리와 권리의 언어를 받아들였고, 교육은 여전히 활용과 보급의 언어에 더 익숙하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시민은 두 가지 위험에 동시에 놓인다. 하나는 기술 낙관이다. 편리하니까 믿고 맡기게 되는 위험이다. 다른 하나는 기술 소외다. 어렵고 불안하니 아예 멀어지게 되는 위험이다. 평생교육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둘 사이에서 시민의 판단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무조건 받아들이게도, 무조건 두려워하게도 하지 않는 것. 쓸 수 있게 하되, 의심할 수 있게 하는 것. 활용하게 하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것. AI 시민교육의 핵심은 결국 여기에 있다.

「AI윤리와 AI리터러시(정보판별) 함양을 위한 평생교육의 과제」가 제안하는 방향도 분명하다. 첫째, AI로 인한 역기능 방지는 윤리기준 마련이나 개발자 교육에 한정해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생산자 못지않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며, 그것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평생교육 체계 안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여러 기관에서 추진되는 교육과 정책을 더 유기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제 동향을 반영해 국내 프레임워크를 계속 정교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시된다. 이 세 가지는 사실상 한국형 AI 시민교육의 최소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개발자 윤리만으로는 부족하고, 플랫폼의 자율규제만으로도 부족하며, 일회성 캠페인으로는 더더욱 부족하다. 시민이 실제로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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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AI윤리와 정보판별을 ‘특수 주제’가 아니라 ‘기본 시민 역량’으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기술활용 교육에 윤리를 한 단원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를 사용하는 모든 영역에 판단 기준이 통합되어야 한다. 직업교육에는 자동화와 책임 문제가, 시민교육에는 허위정보와 권리 문제가, 학부모 교육에는 교육용 AI의 신뢰성과 데이터 문제가, 고령층 교육에는 사기와 오판을 막는 정보판별 훈련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수준별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AI를 처음 접하는 시민, 자주 활용하는 직장인, 교육현장의 교사, 행정서비스를 다루는 공공부문 종사자에게 같은 교육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는 평가 가능한 교육 구조가 필요하다. 강좌 수가 아니라 학습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하고, 자율강좌 중심 구조를 넘어 일정한 공적 신뢰를 갖는 과정과 인증 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는 공공플랫폼의 큐레이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지금처럼 검색 결과가 많아도 실제 필요한 강좌를 골라내기 어려운 구조라면, 시민은 교육의 바다 앞에서 다시 길을 잃게 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육의 시선을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AI를 주로 미래 산업과 경쟁력의 언어로 말했다.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필요한 것은 성장의 언어만이 아니다. AI 시대에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하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언어도 필요하다. 기술이 널리 보급될수록 그 기술을 둘러싼 판단력의 격차는 더 큰 사회적 격차가 된다. 돈과 장비의 격차보다 무서운 것은, 같은 화면을 보고도 누군가는 조작을 읽어내고 누군가는 속아버리는 격차다. 같은 도구를 써도 누군가는 책임 있게 활용하고 누군가는 판단을 아예 넘겨버리는 격차다. AI 시대의 문해력은 더 이상 글자를 읽는 능력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기술이 만든 현실을 읽어내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교육받아야 한다.

한국은 이미 출발선은 지나왔다. 윤리 기준도 마련했고, 권리 담론도 시작했고, 플랫폼도 갖췄다. 하지만 이제 필요한 것은 다음 단계다.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라 구조를 세우는 일, 기술활용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판단과 책임을 훈련하는 일, 그리고 개발자와 공급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AI 시대의 주체로 세우는 일이다. 그 방향으로 평생교육이 재설계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AI정책은 빠르게 달리더라도 시민교육은 늘 반 박자 늦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간극을 메운다면 한국은 단지 AI를 잘 도입하는 나라를 넘어, AI와 함께 살아갈 시민을 제대로 준비시키는 나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AI를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AI 시대를 살아낼 사람을 가르치고 있는가. 지금 한국의 교육은 그 물음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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