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연구진, 혈액검사 기반으로 치매 발병 최대 10년 전 예측 가능성 입증…정밀의료 패러다임 전환 신호

치매 대응의 한계는 늘 시점에 있었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진단이 이뤄지고, 그 시점에는 이미 뇌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돼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치매 연구의 핵심 과제는 발병 이후의 치료가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포착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과제에 대해 국내 연구진이 장기 추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조선대학교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은 혈액검사만으로도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최대 10년 이전에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1월 20일 밝혔다 .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권위 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에 「The Gwangju Alzheimer’s & Related Dementias (GARD) Cohort: Over a Decade of Asia’s Largest Longitudinal Multimodal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논문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기 치매 코호트 연구를 통해, 혈액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조기 예측과 예방 중심의 치매 관리 체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은 지난 13년간 60세 이상 고령층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정밀의료검사를 실시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했다. 이후 인지기능검사, 뇌영상검사, 혈액검사를 반복 수행하며 10년 이상 장기 추적 데이터를 구축해 왔다. 특히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연차별 혈액 검체와 임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한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기반이 됐다.

연구진은 혈액 내 미량 단백질인 p-Tau217을 포함해, 여러 혈액 바이오마커를 통합 분석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을 상당히 이른 시점에서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최근 미국 FDA가 p-Tau217 기반 알츠하이머병 혈액 진단법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면서 혈액검사의 진단 가능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다만 기존 진단은 증상이 이미 나타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조선대 연구진의 성과는 이 한계를 넘어, 증상이 전혀 없는 정상 단계에서 장기적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이건호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단장은 혈액검사로 측정 가능한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최대 10년 이전에 약 90% 내외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기 예측 혈액검사가 60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적용될 경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치매 예방과 사회적 의료비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국가 보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번 연구는 치매 대응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접근이 아니라, 발병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예방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맞춤형 예방 전략 수립은 물론, 고령화 사회에서 급증하는 치매 관련 의료·돌봄 비용을 구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적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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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이 구축한 장기 추적 데이터는 향후 정밀의료 기반 치매 예측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갖는다. 혈액 바이오마커, 임상 정보, 영상 데이터를 결합한 이 연구 모델은 치매를 단일 질환이 아닌, 진행 경로와 위험 요인이 다른 복합 질환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치매 연구가 치료 기술 경쟁을 넘어, 예방과 예측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성과는 국내 연구가 국제적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사진 조선대 제공

치매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결과로만 받아들여질 질환이 아니다. 조선대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치매를 ‘언제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시키며, 의료와 보건 정책의 다음 단계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발병 이후를 따라가는 의료에서, 발병 이전을 관리하는 의료로의 전환이 실제 데이터로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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